생명수호 동영상 공모전

<언플랜드>와 함께 하는 제5회 생명수호 체험수기 공모전 장려상 : 언플랜드(Unplanned)-생명을 지키는 길로 돌아선 용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 새로운 희망

관리자 | 2020.10.07 11:40 | 조회 1448

언플랜드(Unplanned)

- 생명을 지키는 길로 돌아선 용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희망

 

명동성당 조스텔라(명동)

 

언플랜드 속 하느님의 플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요즈음, 어쩔 수 없이 가톨릭 평화방송을 보면서 미사를 드리고 신령성체의 기도로 영성체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생명에 대한 갈급함이 큰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자기 전, 선배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굿뉴스 휴대폰 매일복음쓰기에 참여하며 말씀을 읽고, ‘주모경’,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평화를 구하는 기도등을 꾸준히 드리며 하느님께 내면의 대화를 청하고 있지만, 주일마다 성당을 찾아 미사를 드리고 성체를 받아 모시며 얻었던 은총의 감동을 채우기에는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신앙적 아쉬움 속에서 매일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는 나 자신이 새삼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불과 2년 전까지도 나는 세례를 받지 않은 비신자였고 종교색이 짙은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변화이다. 어렸을 때 교회에 다니다 냉담하게 된 이후, 나는 오랫동안 무교로 생활하며 나중에 종교를 가지게 되면 성당에 다니고 싶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마음속에 품기는 했었지만 내 발걸음은 쉽게 성당을 향하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주변에 좋은 천주교 신자들이 많았고 예비자 교리반에 같이 가자고 이끌어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번번이 신앙의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었는데, 이 책의 제목(Unplanned)처럼 내 삶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과 마주하며 201811월 나는 내 발로 명동성당을 찾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세례성사, 견진성사, 바티칸&아씨시 수녀원 기행, 가톨릭청년 성서모임 창세기나눔으로 물 흐르듯 이어진 신앙의 길에서 하느님이 함께하심을 느끼고 또한 상상하지 못했던 감사한 은총을 받으며, 내가 마주했던 어려움이 사실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하느님의 부르심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인간의 눈으로는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상황들 속에서 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내 삶에 일어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속에 담긴 하느님의 계획을 조금씩 느끼며 내 마음에는 하느님이 함께하신다는 안정감과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언플랜드인 듯한 하느님의 플랜안에서 생활하던 중 주보에서 ‘<언플랜드>와 함께 하는 제5회 생명수호 체험수기 공모전에 대한 안내를 보았다. 다른 것보다 내가 신앙을 가지게 된 과정이 떠오르며, ‘제목이 주는 강렬한 인상에 끌려 책을 바로 주문했다. 그리고 실화에 기반한 이 이야기는 흡입력 있게 책 속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 책의 표지에 쓰여 있는 한 순간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라는 말처럼 지은이 애비 존슨은 낙태 수술 장면을 직접 목격한 이후 이제까지 걸어온 길과 완전히 다른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지은이가 낙태 클리닉을 운영하는 기관인 가족계획연맹을 떠나 생명수호운동을 이끄는 생명운동연합으로 가게 되는 과정은 실로 놀라웠다. 자기 일에 확신을 가지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이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굳게 믿었던 지은이가 자신이 속한 단체와 낙태의 민낯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 그리고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현실 속에서 느꼈던 심적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계획연맹 클리닉의 대표 자리까지 올랐던 지은이가 그곳을 나와 반대편에 서서 생명수호운동을 펼치고 그것이 이렇게 책과 영화로 만들어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의 변화와 울림을 줄 수 있게 된 것은 도저히 인간의 힘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기에 역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하느님의 계획에 다시 한번 경이로움을 느꼈다.

 

낙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작년 사순시기 주보에서 낙태죄 관련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담화문을 발표하신 것을 본 적이 있다. ‘낙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늘 첨예하게 부딪치는 주제이기에 당시에는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작년 주보의 담화문을 다시 읽으며, ‘태아와 임신한 여성 모두를 진정으로 위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에 읽은 책 환장할 우리 가족(홍주현)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가족 형태에 따른 서열 밑바닥은 미혼부/모 가족 차지다. …… 대개 아버지 없는 아기를 낳은 여성의 행실을 무책임하다고 탓하지만, 그를 무책임하게 만든 건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미혼부/모에 대한 시선은 냉혹하기 그지없어서, 그 사실이 드러나면 미혼 부모와 아이는 거의 모든 것을 잃는다.

 

생명은 그 자체로 귀하고 경이로운 것인데, 아이가 어떤 가족 형태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축복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로는 아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로 죽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아가 낙태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만든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자해를 시도하는 학생을 구하다.

 

지은이 애비 존슨처럼 내 삶에서 죽음의 문화를 거슬러 생명을 지켜낸 생명수호체험으로 어떤 경험을 꼽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부끄럽게도 어떤 대단한 사건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냥 일상에서 소소하게 실천했던 몇 가지 경험들이 떠올랐는데, 지은이와는 다른 종류이지만 그중 지금까지도 참 다행이라고 여겨지는 경험이 있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15년 차 교사이다. 교직 경험이 쌓이면서 교사가 되기 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며 조금씩 성장해왔는데, 2012년은 특히나 참 특별한 한 해였다. 정말 우리 반에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 법원, 구치소, 경찰서 등 다양한 기관을 담임교사로서 들락거리며 심신이 지쳐가던 어느 날, 우리 반 교실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담당한 수업이 끝난 직후 나는 우리 반 앞 복도에서 학생들과 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다음 학생을 부르려고 교실 문을 열었더니 그야말로 교실이 아수라장이었다. 다른 반 학생들이 끊임없이 교실로 밀려 들어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교실 중간에서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정신없이 학생들 사이를 헤치면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교실로 들어가는 와 우리 반 회장의 눈이 마주쳤는데, 그 순간 회장이 나를 보며 소리를 쳤다.

선생님, 00이가 칼을 들고 있는데, 제가 빼앗으려고 해도 이거 놓지를 않아요.”

 

? 칼이라고? 이거 진짜 또 무슨 일이 났고, 그 사건 현장을 보려고 다른 반 아이들이 우리 교실로 몰려 들어온 거구나. 속으로는 엄청 당황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다른 반 아이들을 내보내고 00이에게 다가갔더니 00이는 자신의 손목에 칼로 자해를 시도하고 있었다. 다행히 시작 단계에서 회장이 발견해 많이 다친 상태는 아니었지만, 00이는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칼을 계속 쥐고 있었다. 00이를 겨우 달래 칼을 놓게 한 후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눈 결과, 00이는 중학교 때부터 오랜 기간 자해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00이를 안심시키며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하고, 00이는 부모님께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나는 서둘러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그때부터 00이를 좀 더 세심하게 살피려고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00이와 나는 1년 동안 함께 꾸준히 칭찬·감사 일기를 썼다. 00이가 자신에 대해 칭찬하고 싶거나 일상에서 감사한 일을 적어오면, 거기에 내가 코멘트를 달고 응원·격려하는 방식으로 우리들의 일기 쓰기1년간 계속됐다. 주변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00이가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자아존중감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채울 게 없다며 다이어리를 쓰는 것 자체를 힘들어했던 00이가 마지막에는 한결 밝은 모습으로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일기에 적어놓는 것을 보며 다행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아이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구나.’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돌아보면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속적인 마음의 소통으로 미약하게나마 아이가 자신의 생명을 지켜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감사한 경험이었다.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한 다짐

 

2018년 후반 천주교 예비자 교리반에 들어가면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동안 마음에는 있었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 실천의 일환으로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의 정기 후원자가 되어 소액이지만 국내 아동과 해외아동들을 위해 지금까지 기부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생각해보니 하느님께서 국내외 아동들의 생명수호를 위해 나를 이끌어주신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세례성사 후 첫 성탄절을 더욱 뜻깊게 보내고 싶어 산타 봉사활동에 참여했었는데, 우리를 진짜 산타라고 믿으면서 환한 미소로 뛸 듯이 기뻐하는 아동들과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우리가 더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경험 속에서 나는 일회적인 봉사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겠다고 다짐한 활동이 있으니, 바로 마음자리 검정고시 학습봉사활동이다. 이 활동 역시 주보에서 발견했는데, ‘마음자리는 미혼모 복지시설로 학업중단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학습지도 봉사자를 구하고 있었다. 염수정 추기경님이 담화문에서 하신 말씀처럼 미혼모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사회에서 실제적으로 제공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가진 작은 능력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봉사이기에 꼭 실천해보고 싶다. 나아가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주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생명존중교육이나 성교육프로그램이 좀 더 본질적이고 인격적으로 인간 존재 자체의 고귀함’, ‘사랑’, ‘책임등에 대해 다룰 수 있도록 교사들의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느님의 말씀, 그리고 기도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창세기 2, 7)

 

정녕 당신께서는 제 속을 만드시고 제 어머니 배 속에서 저를 엮으셨습니다. 제가 오묘하게 지어졌으니 당신을 찬송합니다. 당신의 조물들은 경이로울 뿐. 제 영혼이 이를 잘 압니다. 제가 남몰래 만들어질 때 제가 땅 깊은 곳에서 짜일 때 제 뼈대는 당신께 감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직 태아일 때 당신 두 눈이 보셨고 이미 정해진 날 가운데 아직 하나도 시작하지 않았을 때 당신 책에 그 모든 것이 쓰였습니다. (시편 139, 13-16)

 

사람을 죽이지 마라(십계명의 다섯째 계명)

 

창세기, 시편 등의 성경 말씀과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십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부여받은 것으로, 우리에게는 이 생명을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사명이 있다. 그리고 이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태아에게도 해당한다. 매일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드리며 하느님께서 정해 주신 배우자를 만날 날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와 내가 꾸릴 미래의 가정도 하느님께서 주시는 새 생명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소중히 키워낼 수 있는 그런 은총의 터전이 되길 오늘도 기도드린다. 그리고 어느 날 아빠 회사에 불쑥 찾아 들어온 고양이들과 멀리 제주도로 이사 가시는 이웃이 남기고 간 어항 속 구피들을 정성껏 돌보시는 우리 부모님께도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의 손길이 닿아 신앙을 가지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사실 이 글을 다 쓰고 보니 널리 알릴 만큼 대단한 생명수호활동을 펼친 것도 아니고, 그저 소소하게 내 일상에서 실천했던 사례들과 앞으로의 다짐을 적어본 글인데 이런 글도 생명수호 체험수기의 공모 대상이 될까? 고민이 된다. 하지만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더라도 나처럼 평범한 신자들의 작은 실천과 다짐이 모여 우리 사회를 좀 더 선하고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기에 용기를 내본다. 오늘부터는 매일 밤 하는 기도에 낙태 종식을 위한 기도를 더하려고 한다. 이 땅을 찾아온 고귀한 생명들과 그 생명을 품고 있는 여성들의 심신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 주님 안에서의 참행복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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