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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생명수호 생명사랑' 체험수기 대상 - 사랑의 징검다리(상)

관리자 | 2016.08.10 13:24 | 조회 237

제2회 '생명수호 생명사랑' 체험수기 대상 - 사랑의 징검다리(상) "


김민정(루치아, 의정부교구 의정부1동본당)


 며칠 전 일이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던 나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보험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 다른 때 같으면 바쁘다며 바로 끊었을 전화였다. 

 하지만 "어머니, 일하시죠? 어머님 아이가 지금 위험해요. 맞벌이하는 부모들의 아이가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는 거 알고 계세요?"라고 시작된 상담원 얘기에 나는 전화를 바로 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오늘도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눈물을 보이는 20개월된 아들을 억지로 어린이집에 맡겨 놓은 채 일을 하러 나온 엄마였기 때문이다. 

 상담원의 얘기인즉슨, 예슬이와 혜진이 납치살해 사건에 이어 일산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까지 잇따라 어린아이에 대한 사건, 사고들이 터지자 기존의 아이 보험에 '자녀재해보장' 특약을 추가하면 유괴ㆍ납치 등을 당할 경우 '유괴ㆍ납치 상해급여금'을, 강력범죄 피해자가 돼 상해를 입어 1개월을 초과해 치료를 받게 될 때는 '강력범죄 피해위로금'을 900만 원까지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별의별 상품이 다 나온다고 생각했다. 근데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참 씁쓸하다. 만일 아이가 유괴, 납치돼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때 그 돈을 받는 게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아이를 찾으려고 전단지를 만드는 데 비용이 들고, 또 아이를 찾으려고 움직이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는데 그때 소액이라도 생활비 차원의 도움을 주려는 것이 이 보험상품의 목적이라니….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아이에게 그런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가정조차도 하기 싫은 게 부모의 마음 아닐까? 오히려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그런 상품들의 보험금을 악용해 또 다른 어린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밀려온다. 

 요즘 뉴스를 틀면 나오는 얘기들은 모두 사건, 사고들 뿐이다. 밝은 소식, 기쁜 소식들은 어디로 다 사라진 것인지. 그렇게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악에 바친 행동들만이 연일 터져나오는 게 요즘 세상 속이다. 어른인 나도 이런 세상이 무서운데, 나의 아들에게 이런 세상들을 견뎌나가라고 하며, 세상의 빛을 보게 한 것이 정말 옳았던 일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하느님께 원망어린 투정을 늘어놓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시여, 악에 바친 사람들의 행동들을 모두 바라보고 계실 당신께서는 어찌하여 그들에게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동행해 주시지 않으신단 말입니까. 그들이 무슨 잘못을 많이 하였기에 짊어지고 가기에 너무도 힘든 십자가를 자꾸만 얹어 주신단 말입니까. 어찌하여 하느님 당신께서는 선과 악의 꾸러미를 우리 안에 함께 풀어주셨단 말입니까." 

 한참을 그렇게 나 혼자 하느님께 독백어린 투정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 한 곳에서 뭉클함이 샘솟아 오른다. 그 순간 나는 매일 아침 내 볼을 간지럽히는 따사로운 햇살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가족들을 주심에 감사한다. 그리고 볼 수 있는 눈, 들을 수 있는 귀, 말할 수 있는 입, 숨쉴 수 있는 코, 일할 수 있는 손, 생각할 수 있는 머리,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심에 눈물어린 감사의 기도가 쉴새 없이 흘러나온다. 

 결혼하기 전, 나는 J프로덕션에서 몇 년간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몸담아 일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병원 24시'다. 그때 나는 수많은 아픈 사람들을 그들 곁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사고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혼자가 아니어서 외롭지 않았다. 늘 그들 곁에는 응원해 주는 가족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아프다고 하여 절망만 존재하지도 않았고, 힘들다고 하여 슬픔만 존재하지도 않았다. 아픈 이들은 병마로 인한 괴로움보다 본인으로 인해 아파할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더 컸고, 지켜보는 가족들은 아픈 몸으로 힘겹게 병마와 싸워주는 이에 대한 감사함으로 늘 가슴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그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더 가슴 깊이 배워나가고 있었다. 그랬다. 그들 안에는 절망과 행복, 슬픔과 기쁨이 늘 그렇게 함께 적절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여러가지 나물과 새싹채소, 참기름, 고추장이 잘 버무려진 맛있는 비빔밥을 연상케 한다. 

 그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지켜보기 힘들었던 이들은 바로 어린아이들이었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채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던 아이들. 아직 자신의 아름다움을 채 꽃피워 보지도 못한 꽃봉오리일 뿐인 그들은 힘겹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되려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해 주었다. 

 아파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는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 엄마가 울면 마음이 아프다며 웃으라고 말을 하는 네 살짜리 딸. 그 아이의 고사리 같은 다른 손에는 3개의 링거가 매달려 있었다. 그 딸은 엄마가 어릴 때부터 불러줬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주며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고 있었다. 
 아픔으로 인해 오히려 더 철이 일찍 든 것인지, 그렇게 어린이 환자들은 오히려 부모의 아픈 마음을 다독여 주고 있었다. 이 세상에 천사가 내려왔다면 바로 그들이 아니었을까? 그들이야말로 잠깐 이 세상을 구경하러 내려온 아기 천사가 아닌가 말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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