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사가 체외 인공수정을 통해 배아를 만들어 여성의 자궁에 이식했다. 난임 치료 중인 부부의 배아였다. 뒤늦게 배아가 바뀐 사실을 알아챘다. 하지만 실수를 덮기 위해 도리어 낙태 약물을 투여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난 주 국내에서 발발한 사건이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최근 우리사회에선 어린 생명들이 죽어나가고 여성의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악순환이 급격히 늘고 있다. 체외수정 후 배아를 이식하는(시험관아기 시술) 보조생식술이 가져온 폐해다.
하지만 여성의 신체에 화학적 위해를 가하지 않고도, 부부행위의 참뜻을 훼손하지 않고도,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면서도, 효과적으로 난임을 치료하고 건강한 임신·출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들이 있다. 바로 ‘자연주기법’이다. 그중 오랜 연구를 통해 높은 임신 효과를 보일 뿐 아니라, 신체적·영적 돌봄까지 제공하는 ‘나프로 임신법’을 국내에서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은 7월 19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나프로 임신센터’(NaPro FertilityCare Center, 소장 이영)를 열고, 병원 4층 강당에서 ‘나프로 임신법’과 그 의미를 공유하는 소규모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정재우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원장), 이영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겸 나프로 임신센터 소장), 김현숙 수녀(여의도성모병원 사회사업팀장)가 각각 발표에 나섰다. 다음에서는 각 주제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나프로 임신법의 특징과 보조생식술의 문제점, 영성적 돌봄의 필요성을 짚어본다.
■ 나프로 임신법의 특징
자연적(Natural), 가임력(Procreativ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나프로테크놀로지’(NaProtechnology). 한국 명칭은 ‘나프로 임신법’이다.
‘자연주기법’은 자연적인 생리주기 안에 내재돼 있는 가임기와 비가임기를 파악해 임신을 하거나 미루는데 이용하는 자연적인 출산 조절 방법이다.
미국 ‘교황 바오로 6세 연구소’ 토마스 힐저스 박사가 자연주기법 중 하나인 점액관찰법에 대한 연구를 거듭, 교육법을 표준화·체계화·객관화하면서 ‘크라이튼 모델의 가임력 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여성의 점액을 정밀하게 분석, 임신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 치료함으로써 가임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는 나프로 임신법은 인위적인 치료법이 아닌, 여성의 건강을 회복시켜 자연임신을 유도하는 안전한 치료법으로 관심을 모은다. 초경을 시작한 청소년부터 폐경기 여성 모두의 건강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가임력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가정의 행복, 생명과 자녀의 의미 등을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만약 임신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담을 통해 ‘몸이 아닌 마음의 출산으로’ 하느님의 계획을 실천하고 거룩한 가정을 유지해가도록 도와나간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난임부부의 희망 나프로 임신법 및 한국 나프로 현황’에 관해 소개한 이영 나프로 임신센터 소장은 “센터 운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난임 해결을 넘어 행복한 가정을 재구성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임 극복뿐 아니라 산부인과적인 건강을 관리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 ‘평생 여성 건강관리법’으로써 나프로 임신법을 전국에 확대 보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시험관아기 시술의 문제
정재우 신부는 ‘인간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생명의 선물’ 30주년과 보조생식술’을 주제로 발표하고, “부부의 인격적 사랑이 인격적 출산으로, 부부됨과 부모됨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자연 출산을 돕는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주의, 실용주의, 쾌락주의 등이 늘어가면서, 출산은 종종 “성행위에서 피해야할 적”이 됐다. 또 다른 면에서는 “출산이 ‘모든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아이를 가지겠다는 욕망”으로 표출돼 ‘보조생식술’을 무분별하게 시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자녀를 갖길 원하지만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부부들의 내·외적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출산 과정에 기술적 개입이 확대되면서, 중대한 신체적·도덕적 문제들이 생겨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시도되는 보조생식술 중 하나인 시험관아기 시술은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과배란 유도 ▲강제적인 정자·난자 채취 ▲배아 생성과 냉동보관 및 자궁 이식 ▲잔여배아의 보관과 사용·파괴·폐기 ▲선택적 낙태 ▲여성 건강 악영향 등의 문제점을 일으킨다. 특히 부부행위 없이 생명의 잉태가 가능해지면서 ‘사랑’과 ‘자기증여’, ‘인격적 참여와 협력’인 부부행위와 생명의 잉태가 분리되고, 부부의 몸은 생물학적 도구로 다뤄진다.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인 루이스 브라운이 탄생했다. ‘실험실 안’에서 ‘인간의 손’으로 생명을 ‘만들면서’, 인간생명 존중과 생명 시작 시점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각종 연구와 논의를 이어갔지만, ‘시험관아기 시술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은 얻지 못했다.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이라는 사실에 관해 반론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기심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더욱 확대해가고 있다. 국내 난임시술 건수는 정부가 난임시술비를 지원하면서 2006년 1만9000여 건에서 2014년 4만여 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 영성적 돌봄의 필요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난임을 겪고 있는 이들은 2004년 12만6865명에서 2014년 20만9310명으로 늘었다. 또한 이들의 77.8%는 기질적 원인이 진단되지 않는 ‘원인불명’의 난임을 겪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의학적 문제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우울 등 심리적 문제가 난임의 원인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난임부부, 특히 난임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면, 난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절망감이 모든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 등을 시도했지만 임신이 실패할 경우 겪는 절망감과 신체적 손상 등은, 기존의 가임력을 더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시험관아기 시술을 한 여성들은 인공수정 시술을 한 여성보다 심각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심지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한 여성들의 14%가 자살까지 생각했으며, 60%가 정신적 고통·고립감·우울감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가 나왔다. 아울러 전체 난임대상자 중 상담이 필요한 이들은 약 6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김현숙 수녀는 이번 발표를 통해 “난임은 한 개인과 가족에게 전인적인 위기 상황을 가져오고, 하느님에 대한 회의와 질병을 통한 영적인 고통을 겪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난임을 치유하는데 있어서 의료적 접근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데 중점을 둔 ‘영성적 돌봄’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수녀는 ‘나프로 임신법’ 과정 중에도 “전인적 돌봄의 필요성으로, 성가정의 회복을 위한 돌봄으로, 난임여성이 상처받은 치유자의 소명에 응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영성적 돌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