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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자살 법안 발의… 교회, ‘살인’이라며 반대 (22.06.26)

관리자 | 2022.06.22 18:13 | 조회 705

조력자살 법안 발의… 교회, ‘살인’이라며 반대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호스피스 … 개정 법률안’, 존엄사로 자살 의미 덮어

▲ 교회 내 전문가들은 의사조력자살에 대안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꼽고 있다. 하지만 현실성 없는 의료보험수가 책정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진은 교회 내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가족이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의됐다. 가톨릭교회는 의사 조력자살 법률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많은 생명 운동가도 조력자살은 ‘살인 행위’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15일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5가지다. △조력존엄사 대상자와 조력존엄사의 정의를 신설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대상자 결정을 신청, 이를 심의ㆍ결정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장관 소속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 조직 △조력존엄사대상자로서 대상자 결정일부터 1개월이 경과하고, 대상자 본인이 담당 의사 및 전문의 2인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한해 조력존엄사를 이행 △조력존엄사를 도운 담당 의사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른 자살방조죄의 적용 배제 △조력존엄사 및 그 이행에 관하여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유출 금지.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먼저 서구 여러 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의사조력자살’ (Physician-Assisted Suicide)대신 ‘조력존엄사’란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용어만 다를 뿐 의사가 약물을 준비하면 환자 자신이 그 약물을 주입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방식이 같다. 현행법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자연적인 죽음만을 허용했다면, 개정안에서는 의식 있는 상태에서의 의도된 죽음까지로 범위를 넓혔다. 다만 의사가 약물을 직접 환자에게 투여하는 안락사는 허용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중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를 도입하려 한다”며 “이는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증진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또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성인의 80%가량이 안락사에 찬성한다는 응답을 하는 등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며 “임종과정에 있지 않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자신의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근거로 든 여론조사는 지난 5월 24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발표했다. 2021년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안락사 혹은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 국민의 76.3%가 안락사 혹은 의사조력자살을 찬성했다. 이는 2008년과 2016년 50% 선이던 것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찬성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 △좋은 죽음에 대한 권리 △고통의 경감 △가족 고통과 부담 등이었다.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 △자기결정권 침해 △악용과 남용의 위험 등의 답변이 나왔다.

이번 개정안에는 김두관, 김병기(이냐시오), 김영주, 노웅래(라우렌시아), 박덕흠, 박성준, 박용진(베드로), 윤준병, 전혜숙, 최강욱, 홍영표 의원 등 모두 12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21대 국회 회기인 2024년까지 다루게 된다.

가톨릭교회와 생명운동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는 최근 가톨릭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주 극심한 고통은 진통제 등을 통해서 완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 생명까지 없앨 수 없다”라며 조력자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회장을 지낸 홍영선 박사(전 서울성모병원장)는 “이번 법안은 희망 없는 사람은 일찍 가도 좋다는 의미”라며 “의사조력자살이 허용되면 제일 힘없는 사람 즉, 의식이 없는 사람, 중환자, 장애인이 희생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조력자살을 입법화하기보다는 고통 속 말기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더 활성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홍영선 박사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하면 통증의 95%가 해결될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한국 호스피스ㆍ완화의료학회(이사장 이경희)도 21일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존엄한 돌봄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존엄한 생애 말기 돌봄을 위한 국회와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요구했다.

학회는 “대부분의 환자가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임종하고 있다. 왜 이들이 적절한 돌봄을 받고 있지 못한 지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가 조력 존엄사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 확충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 말기 환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 호스피스 병동 이용률은 암 환자 기준 23% 수준으로, 영국의 호스피스 병동 이용률 95%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미국도 65세 이상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국의 경우 스위스가 194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조력자살을 허용한 데 이어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가 이를 받아들였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부 주도 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기계장치로 연명하는 환자에게 조력자살 신청을 받은 후 심사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제한적 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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