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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교회의 “공권력 행사하는 평신도, 인간 생명과 존엄성 옹호하라” (21.11.28)

관리자 | 2021.11.25 10:24 | 조회 1080

미국 주교회의 “공권력 행사하는 평신도, 인간 생명과 존엄성 옹호하라”

‘…성체성사의 신비’ 문서 승인... 바이든 대통령·가톨릭 정치인들의 낙태 반대 책임 간접적으로 언급




▲ 지난해 11월 한 여성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미사 참여 중인 워싱턴의 한 성당 앞에서 그를 비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CNS】



“낙태에 찬성하는 정치인은 성체를 영할 자격이 없다.”, “보수파들이 성체성사를 무기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다.”

미국 주교회의가 교회 안팎에서 1년 넘게 이어져 온 이 열띤 논쟁에 간접적이나마 마침표를 찍었다. 주교회의는 17일 정기총회에서 ‘교회 생활에서 성체성사의 신비’라는 제목의 문서를 승인했다. 30쪽 분량의 이 문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일종의 공권력을 행사하는 평신도는 교회의 신앙과 도덕법에 따라 양심을 형성하고, 인간 생명과 존엄성을 옹호하면서 봉사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는 구절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공권력을 행사하는 평신도’는 낙태에 찬성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가톨릭 정치인들이다. ‘인간 생명과 존엄성을 옹호하면서’는 낙태에 반대하라는 것이다.

이 논쟁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유세 기간에 낙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취임 직후에는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때문에 주교회의 의장은 성명을 통해 새 대통령이 “낙태, 피임, 동성결합 등의 영역에서 윤리적 악을 선양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적 성향의 평신도들은 이 기회에 성체성사 거부 지침을 만들어 명문화하라는 의견을 주교회의에 전달했다.

그러자 반대 입장에 선 평신도들과 주교들은 “그들이 성체성사를 무기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이 논쟁은 가톨릭 내 보수파와 진보파 사이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번에 승인한 문헌은 성체성사의 신비와 은총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성체성사 거부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다 보니 사람들 시선이 몇몇 관련 구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미 가톨릭 매체 NCR은 이 문서에 대해 ‘미지근’(tepid)하고, 결단력 없이 나약한(milquetoast)’ 문서라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9월 헝가리ㆍ슬로베니아 사목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내에서 이 논쟁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 바 있다.

한 기자가 “누군가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해본 적이 있나?”라고 묻자 교황은 “사제로서 누구에게도 성체성사를 거부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성체성사는 완벽한 사람을 위한 보상이 아니다”라며 미국에서 전개되는 논쟁은 “신학적 문제가 아니라 사목적 문제”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교회의 사목적 측면을 벗어나면 곧바로 정치가 된다”며 이 논쟁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일부 주교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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