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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 어머니 의미와 역할 (21.02.07)

관리자 | 2021.02.04 18:18 | 조회 1662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 어머니 의미와 역할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완전한 사랑의 실현

생명 잉태하고 양육하는 능력 여성으로서 지닌 특별한 사명
자기 안에 다른 존재 수용해 보호하고 자라도록 돌보는 ‘자기 증여’ 삶으로 부름받아
인간의 성장에 근간이 되는 가정적 역할 가치 인정받아야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을 이루는 한 남자와 한 여자, 아버지와 어머니.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기획 지난 편에서는 ‘아버지’ 의미와 역할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가정의 또 다른 구성 주체인 ‘어머니’ 의미와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 “여성은 새로운 인간 생명의 주체”

“여성은 새로운 인간 생명의 주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의 사랑에 관한 권고 「사랑의 기쁨」 173항에서 여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여성은 남성과 다르게 어머니로서의 특성을 지닌 존재로, 어머니는 인간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 세상에 태어나게 한다는 의미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고유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통해 여성은 자녀를 잉태하고, 태중에 보호하며, 품에 안고, 젖을 주는(「가정과 출산」 18항, 교황청 가정평의회(현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 등 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만나고 받아들여 사랑으로 길러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랑의 기쁨」 173항과 174항에서 “여성이 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의 특별한 사명을 포함한다”며 “어머니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신자들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 모성은 자기 증여의 참 모범

이러한 어머니에 관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에 관한 회칙 「생명의 복음」 99항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실천하도록 부름”을 받은 이들이라고 강조한다. 어머니는 “자기 증여와 타인 수용의 참된 의미를 실천하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들로, “자기 안에 다른 인간 존재를 받아들여 보호하며, 자기 안에서 그 존재가 자라나게 해 주고, 그 존재에게 공간을 제공하며, 한 사람의 타인인 그 존재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특별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인간관계는 다른 사람을 수용하고자 열려 있어야만 진정한 인간관계”라면서 이러한 사실을 여성들이 먼저 배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가르쳐 준다고 밝혔다. 여성은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자기 증여’라는 참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형성하는 진정한 주체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최진일(마리아) 강사는 ‘교회의 가르침에서 바라본 여성의 천성과 그 소명의 위대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학술 논문에서 “우리는 여성이 인격체로서, 주체로서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면서 타자를 받아들이는 가장 근원적인 모습을 모성으로부터 발견한다”며 “모성은 생물학적인 한계를 넘어서서 인류가 배워야 할 자기 증여의 참 모범”이라고 강조한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박은호 신부도 “자기 증여는 하느님의 모상이자 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인간의 근본적 소명인 사랑의 가장 완전한 형태”라며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능력을 바탕으로 한 모성을 통해 남자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기 증여를 실현하며, 그것은 남성들에게 자기 증여의 모범이 될 수 있는 탁월함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라파엘로 산치오의 ‘풀밭의 성모자와 아기 요한 세례자’(1506년).

■ 자녀는 어머니 사랑으로 성장

무엇보다 모성은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 형성에 중요한 요소다. “인간의 어떤 관계도 자기 어머니와 맺는 관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라는 말처럼 어머니라는 존재는 자녀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송대학교 설염추 교수가 어머니와 자녀 531쌍을 대상으로 연구해 펴낸 학술 논문 ‘어머니의 양육스트레스와 자녀의 학교생활적응 관계에서 자녀 자아탄력성의 매개효과’에 따르면 어머니의 양육 스트레스는 자녀 성장과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어머니의 양육 스트레스는 심리적인 불안을 초래하고 올바르지 않은 양육 태도나 적절하지 못한 양육 행동을 야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녀의 심리적인 발달과 학교생활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성에 대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 관한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 45항에서 “모성은 언제나 두 사람 사이에, 곧 어머니와 자녀 그리고 자녀와 어머니 사이에 유일하고 되풀이될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며 “자녀는 어머니 사랑으로 보호받으며 이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인간으로 발전하고 성숙한다”고 밝혔다.


■ 어머니 역할 재평가 필요

때문에 교회에서는 가정의 어머니 역할과 가치, 중요성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어머니 역할은 공적인 일보다 수준이 낮거나 주체성이 결여된 활동이 아니므로, 온전히 자녀 교육과 가정에 헌신하는 여성들에 대한 분명한 인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로마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신학대학원이 2019년 출간한 「성, 사랑, 출산에 관한 사전」에서도 “인류는 여성 안에서 자신의 첫 번째 거처를 발견한다”며 “어머니의 고유한 일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그리스도인 가정의 역할에 관한 권고 「가정 공동체」 23항에서 “다른 모든 공적 역할과 직업에 비해 모성적이고 가정적인 역할의 가치가 분명히 인정을 받아야, 여성의 참된 진출이 가능하다”며 “사회와 문화의 인간적 진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과 직업이 조화있게 짜여져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공적 활동에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아내와 어머니들이 집 밖의 노동에 강요되지 않고 전적으로 가정일에 전념함으로써 그들의 가정이 품위 있게 살고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건설돼야 하고, 나아가 가정 내 노동보다는 가정 밖 노동 때문에 여자를 더 인정하는 정신은 극복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남자는 인격적인 존엄성을 근거로 진정으로 여자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사회는 가정 내 노동을 유리하게 하는 조건을 창조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와 관련해 교황청 가정평의회(현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는 「가정과 출산」 19항에서 “여자들도 어머니가 되는 일이 무엇보다도 존엄하다는 확신과 이에 대한 열망을 회복해야 한다”며 사랑의 관계를 선호하는 “타고난 성향을 유지하고 계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언론사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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