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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5. ‘미혼모’에서 ‘엄마’로, 사랑은 책임입니다

관리자 | 2019.01.09 10:01 | 조회 2549
“스스로 위축되지 마세요 엄마는 누구나 위대해요”


‘미혼모’와 ‘엄마’. ‘낙태하지 않고 생명 지킨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는 미혼모를 부정적으로, 엄마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여성은 ‘미혼모’(未婚母)라 부르지만, 결혼 후에 아이를 낳은 여성은 ‘혼모’(婚母)라 부르지 않는 현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혼모를 엄마의 전형으로 본다고 할 수 있다.

여교사, 여검사, 여기자 등의 단어는 한국사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사회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미혼모 역시 그들을 엄마가 아닌 미혼모로 칭함으로써 우리사회는 이들을 혼모보다 못하거나 낮은 존재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이번 편에서는 미혼모와 혼모로서의 삶을 모두 경험한 이를 만나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미혼모와 혼모로서의 삶을 모두 경험한 최형숙씨와 아들 최준서군, 남편 전대근씨. 준서군은 “엄마가 나를 지키지 않거나 버렸다면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 혼(婚) 전후(前後)의 차이일 뿐, 미혼모도 엄마 

“결혼 전이냐 후냐의 차이일 뿐, 미혼모도 엄마다.” 2018년 12월 21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카페인트리에서 만난 ‘인트리’ 대표 최형숙(48)씨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을 통해 엄마로서의 삶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든든한 동반자가 생길 수 있고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는 있겠지만, 결국 엄마는 엄마다.”

그는 미혼모도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바친 책임감 있는 사람이고, 누구보다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 결혼한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듯, 혼자 아이를 낳아 키워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밝혔다.

3년 전 전대근(38)씨와 결혼한 최씨는 이전까지 미혼모였다. 2005년 8월 12일 아들 최준서(14)군을 낳은 후 10년 가까이 홀로 아이를 키웠다. 임신 당시에는 미혼모로서의 삶이 걱정돼 낙태도 고려했고, 출산 후에도 아이를 입양기관에까지 보냈지만, 결국 아이를 되찾아왔다. 초음파 검사 때 들은 아이의 심장 소리, 임신 기간 동안 애지중지 돌본 추억이 떠올라 도저히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지금의 행복은 낙태하지 않고 생명 지킨 자존감서 비롯

미혼모로서의 삶이 쉽진 않았지만, 최씨는 엄마가 되기로 한 그때의 결심을 지금도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준서군을 키우고 있는 현재도 행복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미혼모로서 낙태하지 않고 생명을 지켰다는 사실은 자신에게도 사회에도 당당할 수 있는 자존감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최씨는 미혼모로서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오히려 감사한 일도 생겼다고 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는 점은 최씨가 아들 준서군을 만난 이후 가장 감사하고 있는 일이다. 최씨는 “소외계층인 미혼모로 살면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약자가 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들도 많이 사라졌고, 내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이다. 최씨는 “자발적으로 미혼모의 삶을 택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시각은 평생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씨는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할 때에도 결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미혼모로서 아이를 거의 다 키워놓은 상태에서 결혼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적지 않은 나이와 미혼모라는 사실에 신랑 측 집안의 반대에 부딪힐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확고한 마음과 아이를 사랑하는 순수한 모습에 결혼하게 됐고, 현재는 과거의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협회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인트리’는 미혼모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들의 지위 향상 등을 위해 교육 사업과 네트워크 구축, 상담 등을 펼치는 단체다. 최씨는 “협회를 운영한다고 해서 내게 돌아오는 물질적 이득은 없다”며 “하지만 보람과 연대가 무엇보다도 나를 행복하게 하고, 이를 통해 미혼모자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 “엄마는 누구나 위대”… ‘다름 인정’ 필요

이날 최씨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아빠와 엄마, 자녀로 구성된 가정을 보편적으로 여기지만, 1인 가구와 한부모가족 등 가정의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사회에서 미혼모자 가정 역시 여러 가정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최씨는 “미혼모도 엄마이고 여성이고 사회인”이라며 “이들을 미혼모라는 틀에만 가두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또 “그렇게 되면 미혼모가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위축되거나 사회에서 일자리를 잃는 일 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마는 누구나 위대하다”고 했다.

더불어 최씨는 미혼모들에게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다”며 “세상 누구보다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지영현 신부는 “미혼모가 될 뻔했지만, 남편과 다시 만나 가정을 이뤄 부모가 함께 아이를 책임지는 모델이 가장 바람직하긴 하지만, 낙태를 하지 않고 생명을 지킨 미혼모는 누구나 엄마”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그들을 미혼모가 아닌 엄마로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 신부는 “사회, 특히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환영하고 환대하고 돌보는 일”이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미혼모의 아이가 그 가정만의 자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자녀임을 인식하고 함께하는 일이다. 공동체가 이들을 함께 책임지고 양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준서군이 자라온 모습.최형숙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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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303-571860 예금주 (재)천주교서울대교구
※문의 02-727-2352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 기사는 가톨릭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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