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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뛰떨어진 가르침’이라 무시한 결과가…

관리자 | 2018.09.12 14:11 | 조회 101
‘낙태·인공 피임 반대한’ 바오로 6세 교황 회칙 「인간 생명」 반포 50주년 맞아


▲ 2014년 10월 거행된 바오로 6세 교황 시복식에서 몇몇 참석자들이 회칙 ‘Humane Vitae(인간 생명)’를 인쇄한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오는 10월 14일 시성될 예정인 복자 바오로 6세. 2014년 10월 거행된 바오로 6세 교황 시복식에서 몇몇 참석자들이 회칙 ‘Humane Vitae(인간 생명)’를 인쇄한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다. 원 내는 오는 10월 14일 시성될 예정인 복자 바오로 6세. 【CNS 자료사진】



미국 노트르담대학에서 중세 철학을 강의한 랄프 맥이어니 교수(2010년 작고)는 1968년을 “교회가 결딴난(Fell apart) 해”라고 표현했다. 언론인 피터 스테인펠스는 “교회에서도 ‘베트남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교회 울타리를 벗어난 적 없는 두 가톨릭 지성인이 왜 이런 극단적 표현으로 교회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을까. 바오로 6세 교황이 1968년 7월 25일 반포한 올바른 산아 조절에 관한 회칙 「인간 생명(Humane Vitae)」 때문이다.

「인간 생명」만큼 교회 안팎에 파장을 일으킨 교황 문헌도 드물다. 바오로 6세는 문헌을 통해 낙태에 반대하는 교회의 전통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어떠한 방법이든 인공적 피임은 반생명적이기에 배격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산아를 제한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생식 능력에 내재하는 자연주기를 이용해”(16항) 출산을 조절하라고 권고했다. 가톨릭교회의 ‘낙태와 인공피임 반대’ 입장을 명확히 굳힌 게 바로 이 문헌이다.



「인간 생명」은 반포 당시 교회 내부에서조차 저항에 직면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피임이 대세가 되어가던 서구 사회에서 신자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교도권 가르침에 따를 수 없다”며 성당에 나오지 않았다. 두 지성인이 ‘결딴’, ‘베트남전’ 운운한 데서 문헌을 둘러싼 혼란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인공 피임의 일부 허용을 기대하고, 실제 그에 대한 신학적 견해를 간곡히 전달했던 윤리신학자들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문헌 내용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피임은 신자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말한 주교들도 있다. 독일 주교들의 ‘쾨니히스타인 선언’이 대표적 반발이다. 

인구 증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후진국과 개도국에서도 콘돔 사용과 임신중절수술을 죄악시하는 바티칸을 향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조롱 섞인 불만을 표출했다. 피임을 막으면 원치 않는 임신이 늘어 오히려 낙태가 더 횡행한다는 논리를 폈다.

바오로 6세가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회칙 반포 일주일 뒤 일반알현에서 혼인과 생명에 관한 자연법 해석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 회칙을 마련하는 데 필요했던 지난 4년 동안 내게는 무거운 책임감이 계속됐다. 솔직히 고백하면,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줬다. … 많은 반대 논증에 몇 번이나 당황했으며, 인간적으로 이런 문제를 결정하고 선포해야 하는 사도적 사명의 부당함을 몇 번이고 느꼈다. 시대적 여론에 동의해야 하나? 아니면 현대 사회가 어렵게 받아들일 내 의견을 고수해야 하나? 내 결정이 부부 생활을 지나치게 괴롭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딜레마에 빠져 몇 번이나 주저했다.”

교황은 피임 반대가 낙태를 조장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더 큰 악을 피하고자 덜 큰 악을 묵인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무리 중대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악을 행해 선을 이끌어내려고 하면 안 된다”(14항)고 말했다. 

이어 인공적 산아조절 방법이 초래할 가장 큰 위험으로 부부간의 신뢰와 도덕적 민감성 훼손을 꼽았다. “피임 방법 사용에 습관이 된 남편들이 아내를 존경할 줄 모르며, 아내의 몸과 마음의 균형을 무시하고 아내를 자기 정욕에 봉사하는 도구로 삼아버려…”(17항) 

현대 사회의 이혼과 가정 파탄, 성병과 혼외출산, 인공 유산과 여성 학대는 대부분 교황의 이 위험 경고를 무시한 데서 비롯된 문제다. 교황은 또 피임이 여성 해방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남성들의 성적 만족을 위한 단순한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권력이 피임을 ‘위험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 또한 선진국들이 후진국 경제 원조의 전제 조건으로 강력한 피임사업을 요구하는 데서 교황의 판단이 옳았음을 알 수 있다. 

인공 피임은 그동안 성에 대한 개념은 물론 남녀 간의 조화로운 성적 책임, 특히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심하게 왜곡시켰다. 또 인공피임 기술에서 시작된 다양한 생식기술이 체외수정과 복제, 유전자 조작과 배아 실험 등을 가능하게 했다. 

교황의 우려와 경고는 오늘날 거의 다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 됐다. 현대 사회가 「인간 생명」을 재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 위 기사는 가톨릭평화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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