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생명윤리도서관

[추기경 정진석] (65) 생명 운동에 박차

관리자 | 2017.09.14 09:33 | 조회 3973
생명나눔 동참 호소하며 육신마저 내어놓다 


‘그리스도, 우리의 생명’

서울대교구가 최초의 한국인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순교 160주년을 맞아 2006년 6월 18일부터 9월 16일까지 개최한 교구 성체대회의 주제다. 정진석 추기경은 생명나눔 운동을 서울대교구가 먼저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이 행사를 기획했다. 교구 성체대회 준비위원회는 서울대교구가 2005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명 운동 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 사회에 ‘생명과 나눔’이라는 성체성사의 정신이 깊이 뿌리내리기를 기대하며 행사를 준비해나갔다.

2006년 성체대회는 6월 18일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및 각 성당에서 드리는 개막 미사로 시작해 9월까지 3개월간 이어지는 일정으로 준비됐다. 성체대회 준비 역시 3개월의 시간이 걸렸는데, 교구 성체준비위원회는 사후 장기기증 헌신 약속서 봉헌, 9일 기도,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의 교구 성체대회 미사 등 일정을 기획하고 발표했다.

서울대교구는 성체대회 기간 주일ㆍ평일 미사 봉헌과 성체조배 참여 운동, 생명문화 알기와 참여 운동, 영ㆍ유아 국내 입양 운동과 전 신자 장기 기증 등록증 갖기 운동, 하루 100원 모으기 100만 신자 참여 운동 등 성체성사의 삶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대교구 신자들은 위의 실천 방안을 실생활에서 구현하겠다는 ‘헌신 봉헌서’를 작성, 본당별로 취합해 장엄 미사 때 지구별로 봉헌하기로 했다.

성체대회 개막 미사에서 정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십자가에서 생명을 바치고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양식으로 내어 놓으신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이웃의 생명을 돌보고 자신의 생명을 나누며 성체성사의 정신을 우리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또 “이번 성체대회를 생명의 복음을 우리 삶 안에서 실천하며 생명을 위해 봉사하고,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생명을 존중하도록 세상에 생명의 존엄성을 전파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홍보대사’도 임명했는데, 방송인 최유라(안나)씨가 위촉됐다. 그는 “작은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이 소홀히 취급되는 요즘, 생명위원회 홍보대사로 임명된 제가 해야 할 역할이 크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앞으로의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당시 16년째 맡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매주 목요일 심장병ㆍ백혈병 어린이와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 위한 코너를 10년째 진행하고 있던 그였다.

2006년 6월 23일에는 ‘사제 성화의 날’ 행사가 열렸다. 교구 성체대회 중 열린 ‘사제 성화의 날’을 좀 더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 정진석 추기경이 발 벗고 나섰다. 정 추기경은 이날 공개적으로 ‘뇌사 시 장기 기증’과 사후 각막 기증 등 ‘사후 장기 기증’ 서약서를 썼다. 이어 서울대교구 전체 사제 가운데 유학 중인 사제 등을 제외한 600여 명이 사후 장기 기증에 동참했다.

▲ 정진석 추기경(제대 가운데)과 주교단을 비롯한 서울대교구 사제단이 장엄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2006년 9월 16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1만여 명이 참석해 생명과 나눔이라는 성체성사의 정신을 되새겼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2006년 6월 1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서울대교구 성체대회 개막 미사에 앞서 신자들이 헌신 봉헌서에 서명하고 있다.

▲ 서울대교구 동서울지역 대표가 성찬전례에서 한마음한몸운동의 17년간의 성과를 적은 도자기를 봉헌하는 모습.



가톨릭에서는 생존 시 장기 기증보다는 ‘뇌사 시 기증’과 ‘사후 장기 기증’을 권장하는데, 뇌사자 발생은 전체 사망자의 1% 정도로 추정된다. 뇌사 판정을 받은 뇌사자 1명이 8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뇌사자 장기 기증이 턱없이 부족했다. 반면 ‘사후 장기 기증’은 심장, 호흡기, 뇌 기능 등 모든 생체 징후가 사라져 사망 판정을 받은 이후에 장기를 기증하기 때문에 기증할 장기에 제한이 있다. 각막이나 뼈ㆍ피부 등의 조직 기증에 한정된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 실정에서는 사후 장기 기증도 절박했다.

장기 기증 서약서에 서명하고 나오는 정 추기경에게 교계 매체뿐 아니라 일반 매체에서도 인터뷰를 요청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거침없이 소신을 밝혔다.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나눠주는 것은 가장 큰 사랑의 표현입니다. 만약 우리가 생명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다면 그 생명을 받는 사람은 더할 수 없이 행복할 것입니다. 사랑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소중한 것을 나눴다는 생각에 모두가 행복해지며 생명을 주고받는 사이에 사랑과 행복이 더 커집니다. 사후 장기 기증은 재산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는 자신이 죽은 후 흙으로 돌아갈 장기들을 나누겠다고 약속하는 일이므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큰 행복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므로 많은 이들이 사후 장기 기증 운동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이날 사제 성화의 날을 마치며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가 벌이고 있는 ‘생명 존중과 나눔 운동’에 많은 신자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저출산과 낙태 등의 풍조에 맞서 생명수호의 일꾼이 되겠다며 신자들도 그 사명을 새롭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저녁 여러 방송 뉴스에서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과 교구 사제 600여 명이 사후 장기 기증을 서약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리고 17년째 이어진 서울대교구의 생명나눔 운동을 소개하고, 앞으로 일반 신자들을 대상으로 장기 기증 서약을 받을 예정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각 본당 개막 미사로 시작한 2006 성체대회는 교구장과 사제들의 적극적인 생명수호 실천 활동을 기반으로 9월 16일 ‘성체대회 장엄 미사’까지 서울대교구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2006년 성체대회는 ‘말’뿐만이 아닌 구체적 ‘행동’을 통한 성체성사 정신 구현으로 신자들에게 생명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고, 지속적 실천에 나서도록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추기경은 성체대회를 통해 미래의 사목적 주안점이 생명 운동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 위 기사는 가톨릭평화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