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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이 행복추구권 침해? 영양분·물 공급은 기본 돌봄(2020.07.05)

관리자 | 2020.07.02 14:17 | 조회 2075

연명의료결정법이 행복추구권 침해? 영양분·물 공급은 기본 돌봄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 기본 돌봄은 중단해선 안 돼





의사 A씨는 지난해 6월 연명의료결정법이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9조 2항에서 영양분과 물 공급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처치가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시켜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9조 2항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 시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현재 이와 관련한 심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최근 A씨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환자에게 제공되는 영양분과 물 공급은 연명의료가 아닌 기본적 돌봄의 영역이기에 이를 연명의료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이자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사진>를 6월 29일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에서 만나 가톨릭교회 입장을 들었다.

박 신부는 “영양분과 물 공급을 연명의료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질병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데 음식과 물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환자에게 이뤄지는 영양분과 물 공급은 배고픔와 목마름을 달래 주고 영양실조와 활동부족으로 인한 감염의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박 신부는 “영양분과 물 공급은 사람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 봐야지 이를 죽음의 기간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영양분과 수분 공급 문제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논의 때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 생존에 최소한의 수단이 되는 영양분과 수분 공급마저 중단할 수 있도록 법에서 허용하면 이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길을 열어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높았다. 박 신부는 “영양분과 물 공급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을 단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영양분과 물 공급이 합병증을 유발하거나,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히 영양분과 물 공급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9조 2항과 관련한 문제는 법 개정이 아닌 법 해석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조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다른 조항을 보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경우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고요. 환자의 최선의 이익과 자기결정권 존중도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을 토대로 이뤄져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사들의 정확한 판단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환자와 가족이 원한다고 해서 영양분과 물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 신부는 “헌법재판소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더 우선해야 할 것”이라며 헌재에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기각되기를 기대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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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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