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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요, 생명수호 법안 (3) ‘의료진의 낙태 참여하지 않을 권리’ 보장(2020.03.29)

관리자 | 2020.06.19 16:12 | 조회 1810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함께 만들어요, 생명수호 법안 (3) ‘의료진의 낙태 참여하지 않을 권리’ 보장

생명 살리기 위한 거부권 행사는 의료진이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
낙태 거부로 불이익 받지 않도록 ‘양심적 낙태 거부권’ 명문화해야
진료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법률·시행령 등 규정돼 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예외조항 마련해야


“저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아기집이 형성되는 순간부터
출산 순간까지 산모들과 함께하며
생명이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
매일 느낍니다.
어떤 환자는
아기가 아픈 아기일지라도
어떻게든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애원합니다.
이곳엔 다 적을 수 없는
여러 사연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저는,
도저히,
태아의 생명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습니다.
낙태 시술이 산부인과 의사라 당연히 해야 하는 시술이 된다면
저는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접을 것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분만 현장을 누비며 즐겁고 보람되게 일했기에
미련 없이 물러날 수 있겠지만,
생명의 신비에 감동해 산부인과를 선택하고 싶은 후배들은
낙태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포기해야 할 것이며
독실한 신자는 종교적 양심으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택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낙태로 진료 현장을 반강제적으로 떠나는 의사가 없게 해주시길 청합니다.”

-지난해 4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산부인과 의사의 글 일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 ‘낙태 참여하지 않을 권리’는 의료진 기본권

‘낙태 참여하지 않을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에 따른 의료진 기본권이다. 누구나 헌법에 따라 개성을 살려 직업을 택하고 사회·경제 활동을 하는데, 의료진은 이를 의료라는 방법으로 생명을 살리겠다고 약속하고 그 자유를 누릴 권한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의료진의 낙태 참여는 이러한 의료진의 기본권을 빼앗는다. 수정 순간부터 생명을 존중하겠다는 약속과 환자 건강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다짐,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치겠다는 선서를 뒤로하고, 가장 약한 생명을 침해, 환자의 건강을 해치고, 자신의 직업 능력을 바탕으로 살인까지 저지르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튿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의사가 낙태로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게 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대한산부인과학회 낙태법 특별위원회에서도 그해 11월 30일 한국모자보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최안나 난임센터장을 통해 “의사가 낙태 관련 의료 행위나 시술 기관으로의 안내 등 관련 절차 참여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낙태 참여하지 않을 권리 보장하지 않으면 의료진 ‘양심의 자유’ 침해

낙태 참여하지 않을 권리가 의료진 기본권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의료진의 ‘양심의 자유’ 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헌법 제19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규정에 따라 개인이 어떠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 행동할 자유를 보장하는데, 이를 국가가 낙태 참여 거부 보장권을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생명을 살리겠다’는 의료진의 소신과 가치를 짓밟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이미진 강의 교수·김지민 연구 강사도 「낙태에 대한 보건의료인의 권리」 논문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불가피한 사항 이외에 태아와 산모의 생명을 모두 보호하고 지켜야 할 의무를 지녀온 보건의료인에게 그간의 책임·의무·가치관의 변화를 요구한다”면서 “보건의료인에게 요구하는 태아의 생명에 대한 급격한 변화는 보건의료인 개개인이 고수해 오던 개인의 신념, 가치 그리고 양심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 낙태 참여하지 않을 권리 보장하도록 ‘의료법 개정’ 필요

때문에 ‘양심적 낙태 거부권’을 명문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의료진이 낙태 참여 거부로 처벌받지 않도록 관련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생명운동 어디로 가야 하나?’ 주제 포럼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제19조 3항에서는 ‘담당의사가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의 이행을 거부할 때에는 해당 의료기관의 장은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담당 의사를 교체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거부권을 보장하는데, 이를 낙태죄 개정 법률에선 직접적으로 인정하도록 명시하고, ‘이 경우 의료기관의 장은 (중략) 담당 의사에게 해고나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백석 방선영 변호사도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어떻게 볼 것인가?’ 주제 세미나에서 “현재는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법률·시행령 등에 규정돼 있지 않다”며 “구체적 예외조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15조 ①항 단서 조항에 ‘다만 낙태의 경우에는 그 진료 및 시술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임부의 생명이 위독하거나 그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등의 방식으로 의료진의 양심적 진료 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행 의료법 제15조 ①항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이를 위반하면 동법 제89조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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