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생명윤리도서관

아시아에서의 장기이식의 현실과 생명윤리 문제

관리자 | 2008.12.15 21:56 | 조회 5160

 


▲ 필리핀 성 토마스대 고메즈 신부가 필리핀 장기이식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7. 11. 11발행 [944호]

"급증하는 장기이식, 생명윤리 공론화 절실 "

■ 아시아에서의 장기이식의 현실과 생명윤리 문제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가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 국제학술대회


   지금으로부터 53년 전인 1954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생체신장이식을 성공한 이래 장기이식 분야가 빠르게 발전해 세계 도처에서 장기이식 시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와 동반해 장기이식에 관한 생명윤리 문제가 끊임없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위원장 안명옥 주교)와 가톨릭대학교 생명윤리연구소(소장 이동익 신부)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 공동으로 '아시아에서의 장기이식의 현실과 생명윤리 문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3일 서울 반포동 가톨릭의과학연구원에서 열린 학술대회는 필리핀, 타이완, 중국의 장기이식 현황과 문제점을 우리나라와 비교하고, 이를 통해 장기이식과 관련된 생명윤리적 문제점의 실제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익한 장이었다. 특히 이날 학술대회는 생명윤리에 관한 관심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 아시아에서의 장기이식 현실(필리핀ㆍ타이완ㆍ중국 중심으로)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이식에 필요한 인간 장기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불행히도, 장기 판매는 우리의 현실이다. 가난한 이들, 난민들, 죄수들, 빈민가 거주자들, 그리고 다른 비주류 집단들이 그들의 장기를 팔고 있다. 또 중국, 타이완, 필리핀 등에선 국제적 장기이식 관광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장기이식의 90%는 생체기증자에서의 이식이며, 오직 10%만이 사체기증자에서의 이식이다. 신장 판매는 현재 필리핀에서 불법이지만 장기당 현금 5만에서 10만 페소에 거래되고 있다.
 타이완도 장기를 이식받고자 하는 환자 수에 비해 공여되는 장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로 인해 신장의 경우 두 배 이상의 장기이식이 중국 본토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해외 장기이식은 타이완 국내보다 두 배 이상이나 높은 실패율 문제와 사형수의 장기를 공여받는 것에 대한 인권적, 윤리적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 성 토마스대 교수 파우스토 B 고메즈 신부는 "장기이식을 결정할 때 작용하기 시작하는 도덕적이며 영적인 가치들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적 입각점에서부터 기증된 장기를 배당하는 기준이 결코 차별적(나이, 성별, 인종, 종교, 사회적 지위 등)이거나 공리주의적(작업능력, 사회적 유용성 등)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만 국립대 다니엘 후창 차이 교수는 "해외 원정 장기이식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당사국 간에 이에 관한 일정한 법적, 윤리적 지침을 공유함으로써 장기이식 문제와 관련한 법적, 윤리적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형수의 장기를 본인의 사전동의 없이 매매하거나 당국의 묵인하에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공론화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의 살아있는 이의 장기기증
 우리나라는 1969년 최초로 신장이식 수술이 이뤄진 이후 현재까지 약 2만 건의 장기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살아있는 이의 장기기증이 뇌사자 기증에 의한 장기이식보다 훨씬 많다. 2006년 경우 뇌사기증자가 141명, 살아있는 기증자가 1609명으로 뇌사기증자는 전체 기증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살아있는 이의 장기기증이 뇌사자의 기증보다 훨씬 많음에도 뇌사자에 비해 의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논의가 덜한 것이 현실이다.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 김명희 박사는 "살아있는 이들의 장기기증 과정이 투명하고 어떠한 위해도 받지 않도록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고 기증 후 그들의 삶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의 윤리적 검토
 지난 1999년에 제정된 우리나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2004년 1월까지 3차례 개정됐다. 이 법의 기본이념은 장기 적출과 이식이 인도적 정신에 따라 행해지고, 장기기증자가 기증에 관해 표시한 의사가 존중돼야 하며, 기증은 자발적 의사에 따르고, 이식의 기회는 공평하고, 장기적출 및 이식은 윤리적으로 타당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뇌사자의 장기기증보다 살아있는 이의 생체장기이식에의 의존도가 높다. 또 현행법은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이식을 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로 인정, 뇌사 상태에서 장기적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장기 수혜자의 건강과 생명을 구한다는 구실로 살인행위를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울러 현행법은 생체기증자에 대한 법적 보호는 최소한으로 규정해 장기적출 후에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 혹은 생명유지상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가톨릭의대 인문사회과학교실 구인회 교수는 "장기기증자의 권익보호는 매우 중요하다"며 "기증자는 장기 기증을 결정하기 전 모든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고 위험 평가를 받아야 하며,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해서도 법개정을 통해 법원이 동의권자를 신속하게 지정해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신문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언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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