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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21세기 7대 죄악’은 참회하라

관리자 | 2008.12.15 22:28 | 조회 7419


사진설명
▲네덜란드 화가인 히에로니무스 보스(?~1516)가 7대 죄악과 인간이 최후에 맞는다는 4개의 장면(죽음·심판·천국·지옥)을 그린 작품 ‘7대 죄악과 사종(四終)’.
▲(하단 왼쪽)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로마의 성베드로광장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 (하단 오른쪽) 한 수녀의 기도.

[세계]‘21세기 7대 죄악’은 참회하라

로마 교황청 언급, 환경오염·유전자 조작·과도한 부 축적·비윤리적 과학 실험 등 경고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는 사람, 사회적 불공정을 낳을 만큼 지나치게 부를 축재하는 사람,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유전자(DNA) 조작이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자 등이 가톨릭에서 말하는 ‘대죄인’에 꼽혔다. 가톨릭의 시각에서 보면 이들 대죄인은 죽기 전에 신실한 회개를 통해 죄를 사면받아야 한다.

로마 교황청이 최근 ‘21세기 대죄악’을 언급해 화제를 낳고 있다. 시기나 질투, 나태, 탐욕 등 1500여 년 동안 기독교인들의 금기사항이 되어온 이른바 ‘7가지 대죄(7대 죄악)’에 새 죄악들을 추가한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21세기판 대죄’는 단순히 가톨릭계를 넘어 이 시대를 관통하는 또 다른 ‘화두’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판 7대 죄악
현대의 7대 죄악은 ▲환경 오염 ▲인간의 존엄성을 헤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마약 거래 및 복용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 실험 ▲낙태 ▲소아 성애(어린이에게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도착의 일종)다.
이 ‘신(新) 7대 죄악’을 세상에 소개한 사람은 교황청의 잔 프랑코 지로티 주교다. 그러므로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이 발표한 칙령은 아니다. 하지만 지로티 주교가 고해성사 등을 다루는 교황청 기구인 내사원(內赦院) 원장이라는 점에서 교황청의 입장이라고 봐도 된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지로티 주교는 바티칸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 인터뷰에서 “신성모독 행위나 도둑질, 남의 아내를 탐내는 것만이 죄가 아니다”며 “자연 환경을 황폐화시키고, 도덕적으로 논란을 부르는 과학적 실험들도 죄악”이라고 밝혔다. 그는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에는 유전자(DNA) 조작이나 배아줄기세포 등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 마약을 거래하거나 복용하는 것, 소수만이 지나친 부를 쌓아 대다수가 가난의 고통을 받도록 하는 사회적 불공정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지로티 주교는 여기에 인위적으로 생명을 죽이는 동시에 여성의 위엄과 권리를 침해하는 낙태, 소아 성애도 언급했다.

7가지 죄 중 낙태와 소아 성애는 기존의 7대 죄악에도 포함된 것이다. 지금까지 7대 죄악은 6세기 때 그레고리 교황이 언급한 음욕(淫慾), 탐식, 탐욕, 나태, 분노, 질투(시기), 교만이다. 그레고리 교황은 7대 죄를 명확하게 목록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이 죄악들은 13세기 단테의 ‘신곡’ 가운데 ‘지옥편’에 소개되면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신곡의 3편 중 하나인 지옥편에서 단테는 구원을 얻지 못한 사람이 생전에 범한 죄에 대한 벌로 고통당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에 따라 7대 죄악은 기독교인들의 철저한 금기사항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종교생활에서 7대 죄를 금하고 금욕과 절제, 근면, 겸손, 순결, 인내, 이해라는 7가지 성스러운 덕을 쌓아야 했다.

과거 7가지 죄악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면 새롭게 추가된 죄악은 인류의 생존·공존을 헤치고, 불안을 조장하는 것들로 인류적 차원의 문제들이라는 게 특징이다. 지로티 주교도 “새 대죄들은 세계화의 과정에서 동반돼 나타나는 것들”이라며 “과거의 죄악이 개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새로운 죄악들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죄의식이 약해지는 인류에 대한 경고
지로티 주교가 새 죄악을 언급한 배경을 놓고 외신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우선 현대인들이 쾌락주의·소비주의에 매몰되어 죄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교황청의 경고라고 해석한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최근 세계의 세속화가 가속화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신성을 무시한 채” 무절제하게 행동한다고 우려한다. 또 “세상에서 죄의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세계화의 문제점 등 전 지구적인 이슈에 대한 교황청의 평소 관심이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교황은 올해 초 가톨릭 주현절(主顯節·예수가 동방의 3박사에게 나타나 하느님의 아들임을 선포한 기념일) 설교에서 세계화가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빈자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오늘날의 세계는 소수의 사치 계층과 다수의 빈곤한 사람이 존재한다”며 “부의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기 위해 절제된 생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더 공정하고 화합하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사람들의 활동이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갈등과 에너지·원자재 등의 쟁탈전으로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모든 이를 위하고, 공익을 앞세우는 원대한 희망을 필요로 한다”며 “희망이 결핍되면 중독이나 지나침, 무절제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고 이는 결국 자기 자신과 세상을 망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분석은 바티칸이 사제들과 신자들의 더 독실한 신앙생활을 독려하려는 의도라는 것.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교황은 최근 사순절 세미나 연설을 통해 “세속화가 교회에도 침범해 신자들의 신앙심은 물론 신앙생활 자체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고해성사를 하지 않는 가톨릭 신자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이탈리아 내 가톨릭 신자의 60%가 고해성사를 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BBC는 “가톨릭 신자들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며 “교황은 1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그의 죄를 고해한다”고 전했다. 지로티 주교도 “사제들은 이제 세계화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죄악들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판 죄악은 향후 교황이 강조해나갈 아젠다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로마의 한 신부는 “교황은 4월 15일부터 5일간 미국을 방문하며, 방미 중 유엔에서 연설할 예정”이라며 “그 연설의 핵심을 미리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리학 교수 출신인 제럴드 오콜린스 신부는 “새로운 죄악은 시대의 핵심을 짚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라며 “사제들도 개인적인 죄만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공공적인 죄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밝혔다.

<국제부┃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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