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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교황청 생명학술원 학술대회에 다녀와서 "

관리자 | 2008.12.15 22:26 | 조회 4273

 

 


이동익 신부(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특별기고-교황청 생명학술원 학술대회에 다녀와서"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주최한 제14차 국제학술대회가 2월 25일부터 사흘간 로마 교황청에서 열렸다. '난치병 환자와 말기 환자들에게 가까이'를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는 일반인에게도 개방해 학술회원을 포함, 500여 명 청중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학술대회는 교황청 클레멘스 8세홀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 알현으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교황님이 우리 참석자들에게 행하신 훈화는 이번 학술대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오늘날처럼 세속화된 세상에서, 여러분은 의학의 거대한 진보로부터 야기되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때로는 교회에 심각한 도전이 되겠지만, 여러분은 인간 생명의 광범위한 지평을 통해 희망과 진리의 광채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죽음으로 이 세상의 삶은 끝나지만 죽음을 통해 우리들 각자에게는 충만하고도 결정적인 생명이 열리게 됩니다. 생명의 주님께서는 생명을 주시고 늘 살아계신 분으로서 언제나 아픈 사람들과 함께 계시는 분이십니다."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듯 바로 죽음의 순간에 생명 자체이시며, 생명을 통해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과의 결정적인 만남이 이뤄지므로 죽음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병자들이 살아가는 삶의 마지막 단계의 시간이야말로 구원을 위한 결정적인 시간이며, 따라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난치병 환자, 말기 환자들이 겪는 마지막 시간은 한 마디로 '고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정신적 고통이든 육체적 고통이든 살아가면서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죽음 자체가 가져다주는 두려움, 나아가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소실한다는 상실감, 그리고 극심한 육체적 고통…. 이 고통의 시간을 통해 생명 자체이신 주님과 일치해 영원한 생명에 참여한다는 우리의 믿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신 매우 소중한 만남이었다.
 
 학술대회의 초점은 고통에서 평화, 그리고 죽음, 영원한 생명의 여정으로 맞춰졌다. 고통의 의미에서 시작해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병자들을 위한 영적 도움의 내용을 다루었다.

 의료분야에서는 말기 환자들에게 주어지는 치료의 수단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토의를 할 수 있었다.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안락사로 간주하는 세속의 논리에 대항해 고통을 겪고 있는 병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에게 바짝 다가온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면서, 인간적인 품위를 갖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의료적 도움을 토론했다. 아울러 안락사와 의료집착 거부의 차이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도 이어갔다.

 고통받는 난치병 환자, 말기 환자를 위한 도움은 단순히 가족, 의료진만의 몫은 아니다. 그들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죽음을 통해 또 다른 생명으로 새롭게 나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생명을 존중하고, 환자의 고통을 나누고,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교황님께서도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자들의 공동체와 시민 사회의 공동 노력은 모든 사람이 이 사회에서 품위와 책임감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형제애와 연대를 통해 더욱 좋은 환경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반드시 요구됩니다."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관심에서 우리 사회가 예외일 수 없다는 말씀이다. 우리 사회 제도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호스피스 제도를 사회적으로 정착시키는 일도 우리 사회가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관심처럼 우리 사회 전체가 생명을 존중하고, 고통받는 병자들의 인간다운 품위를 존중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평화신문, 2008. 03. 09발행 [9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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