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생명윤리도서관

[사설] 높아지는 사형제 존치 여론에 대한 안타까움

관리자 | 2008.12.15 22:31 | 조회 4062

가톨릭 신문, 기사입력일: 2008-04-06

[사설] 높아지는 사형제 존치 여론에 대한 안타까움

흉악범죄가 빈발함에 따라, 더욱 엄중한 법의 심판을 요구하면서 사형제도를 폐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표시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참으로 안타까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인면수심의 극악한 범죄, 더욱이 저항할 능력도 없는,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들에 대해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난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범죄 행위를 보고 분노를 느끼며, 때로는 법의 한계를 넘어서 똑같은, 오히려 더 잔인한 방법으로 보복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느 누가 이런 흉악범죄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느끼는 극도의 분노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과연 누가 이분들에게 범인을 용서하라고 권유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이처럼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함께 용서를 청하고 하루속히 그 상처를 씻을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슬픔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참으로 조심스럽게, 사형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한 번 더 깊은 생각을 해볼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형제도 존폐 문제를 분석적으로 논쟁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사형제도가 실질적으로는 범죄 발생율을 줄이지 않으니까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변하고자 함도 아니다.

다만 무엇이 과연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운 좋게 이 비극들에서 비켜 서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참된 화해와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인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인간성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을 최후까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범죄자가 진정으로 자기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와 사람들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청할 때, 비로소 우리는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피해자의 슬픔과 분노를 염두에 둘 때, 이러한 제안이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선의와 사랑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사형제도는 제2, 제3의 비극을 자아낼 뿐이라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언론사 :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