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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70)기브 뎀 (22.07.10)

관리자 | 2022.07.07 15:12 | 조회 691

[영화의 향기 with CaFF] (170)기브 뎀

죽음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남긴 것





신학을 배울 때 인간이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 첫째가는 선물이 생명이며, 그다음에 받은 선물이 자유의지라는 말을 들었다. 주어진 생명이 없다면 그다음은 의미도 없고, 아니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함께 주어진 자유의지로 인해 하나하나의 생명이 꽃피워지고 함께 사는 공동체가 만들어지는데, 모순되게도 주어진 자유의지로 인해 누군가의 생명이 선택되는 상황이 생기고 그로 인해 모든 기회가 차단되기도 한다. 태아를 생명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격돌에 쉼표, 느낌표를 갖게 하는 영화를 만났다.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노인이 삶을 마감한다. 하지만 곧 다시 살아나고 그 이후로 벌어지는 사건은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처럼 아빠가 점점 젊어지고 어려지는 것이다. 이것을 지켜보는 중년의 아들딸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빠가 쓰는 이상한 언어로 인해 소통은 안 되지만 쓰면 바로 사라지는 ‘시간이 없다’라는 글귀는 무언가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판타지 미스터리, 영화가 끝나갈 무렵 비로소 풀리는 상황들에 집중이 풀리며 살아있는 자로서의 미안함과 슬픔이 스민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나의 생명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었음에서 오는 고마움도 함께.

영화는 낙태에 대한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윤리적 잣대도 없다.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멈추어버린 인생들을 바라보게 할 뿐이다. 아이로서 청년으로서 누군가의 아빠로서 가질 기회가 사라지고 그로 인해 모든 관계가 사라진 세상을 보여준다.

많은 낙태 관련 영화를 보았지만 이처럼 접근한 영화는 처음이었다. 사실 태어나지 못한 사람이 가질 수 있었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세상이 살아남은 자들만의 리그인 양 무심히 한편만 바라본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하나로 끝나지 않고, 많은 이와 연관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세상을 만들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사는 것에 밀려 함께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잊고 살았다.

영화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평범한 일상,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라는 관계 속에 살아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없게 살면서도, 상황이 녹록지 않으면서도 주어진 생명을 받아들이며 살아냈던 옛 어른들의 마음씀이 고맙다.

모든 생명을 하늘의 뜻으로 바라보고 순응한 덕분에 지금의 세상이 있고 우리가 있고,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 곁에 있다는 데 생각이 머문다.

한 생명이라도 지키기 위해 선한 의지로 모여 만든 이 영화가 4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세계 많은 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선택한 배포 방식이 고맙다.

“내가 생명에 이르도록 하나의 인간으로 나를 사랑해주십시오. 나는 하나의 이야기, 내 삶의 많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성장하는 길에서”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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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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