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생명윤리도서관

제49차 퀘벡 세계성체대회 참가기-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관리자 | 2008.12.15 22:36 | 조회 5115

 

 


▲ 사진:퀘벡의 대표적 성지인 보프레의 성녀 안나 바실리카 앞에서 박정일 주교, 최기산 주교와 함께한 필자(오른쪽).

"성체로 하나된 은총과 감동 체험"

제49차 퀘벡 세계성체대회 참가기-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1989년 서울에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쪼개진 성체를 상징하는 성체대회 마크, 여의도 광장에서 대규모 폐막미사 등이 가슴 설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서울대교구는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성체성사의 생명 나눔 정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1988년부터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설립해 헌혈, 헌안, 헌미 운동과 해외원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올해 한마음한몸운동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제49차 퀘벡 세계성체대회(6월 15~22일)에 참가하기로 해 필자도 그 일원이 됐다.

주교회의 사무처에서 한국 참가단을 모집, 최기산 주교님을 단장으로 성직자 5명을 포함해 총 48명이 12박 13일 여정에 동참했다. 7월 중순에 열리는 시드니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려고 했다가 부모님 실수로 세계성체대회를 신청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참가한 20대 청년부터 무려 7번째 세계성체대회에 참여하면서 두 며느리와 딸을 데리고 오신 신심 깊은 할머니까지 참가자들은 다양했다. 최소한 두 번 이상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이 15명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계성체대회가 주는 은총과 감동은 중독성(?)이 있는 듯 했다.

 보통 성체대회는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통해 보여주신 사랑, 헌신, 나눔의 신비를 더 깊이 체험하고 더불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의 겸손과 봉사의 삶을 실천하고자 다짐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캐나다 퀘벡에서도 참가자들은 매일 풍요로운 전례 안에서 기도하고 찬미가를 부르고, 성체조배를 하고, 성체를 성광에 모신 채 촛불을 손에 들고 노래와 기도를 바치며 퀘벡 시내를 돌고, 서방교회와는 예법이 다른 동방가톨릭교회의 화려한 미사와 각 대륙을 대표하는 추기경님들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고, 저명한 영성가들의 체험을 들을 수 있었다. '아가페 만찬' 시간에는 퀘벡대교구 본당을 방문해서 현지 신자들과의 친교와 문화 교류의 기회를 가졌다.

 이번 대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한국 참가단이 8일간의 주요 행사 중 상당 부분에 적극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세계 대회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 참가단은 많은 이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아 개막미사, 폐막미사 등 상징적인 몇몇 프로그램에만 참여하고 성지 순례나 관광을 주로 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퀘벡 세계성체대회는 달랐다. 이는 주교회의 사무처가 1년 동안 대회 준비에 적극 참여하면서 한국어 동시통역 방송 주파수를 확보하고 교회용어와 신학적 지식이 풍부한 동시통역 전문가를 참가단에 포함시킴으로써 언어적인 소외감을 없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국 교회가 보편교회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국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의 준비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앞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국제적인 가톨릭교회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교회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그리스도교 전통과 문화가 오래된 서구 교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영적 보화가 적지 않다. 이번 대회 기간에 아름다운 전례와 그레고리오 성가, 수백 년된 바실리카의 벽화, 모자이크, 성화 등을 체험하면서 서구 교회가 지닌 영성의 깊이를 배우고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비교적 젊고 역동적인 한국 가톨릭교회가 평생 세 차례만 성당을 찾는 신자들이 대다수라는 서양 교회에게 새로운 자극을 전달할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엄청난 폭우 속에서 진행된 폐막미사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영성체를 하면서 제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마치 셀 수 없이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처럼 느끼며 4년 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제50차 대회에도 꼭 참석하기로 다짐했다.

평화신문 2008년7월6일 제9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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