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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매매 허용…인간 생명 상품화

관리자 | 2008.12.15 22:36 | 조회 4619

 

 


▲ 난자 매매를 허용함으로써 인간 존엄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교회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생명수호대회에서 정진석 추기경(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을 비롯한 주교단과 신자들이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들고 생명의 가치가 확산되길 기원하는 모습. "개정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무엇이 문제인가 "


난자 매매 허용…인간 생명 상품화




16일 국회를 통과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박재완 의원 등 10명이 2005년 및 2006년에 각각 발의한 개정안과 지난해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을 1개 법률안으로 통합한 뒤 별도 대안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먼저 절차상 별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내용 면에서는 난자 매매를 합법화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에 관심을 갖고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국회는 그러한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진지한 논의와 토론 없이 거의 독단적으로 개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국가의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정책을 심의하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의견조차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졸속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이다.

 개정안 자체가 지닌 문제점은 이와 같은 절차상 하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난자 매매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난자 매매가 윤리적 측면에서나 여성의 인권과 건강 모든 면에서 절대로 허용될 수 없음에도 보건복지위 개정안에 이 조항이 삽입된 것은 여성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된 탓이다.

 교회 입장 역시 단호하다. 난자 채취와 매매는 생명체인 배아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조작하기 위해 생명의 모체인 여성 존엄성을 무시하기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난자 매매 뿐 아니라 난자 매매를 위한 난자 채취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또한 매우 심각하다.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여성의 몸에서 난자를 채취하는 시술은 간단한 게 아니다. 매월 한쪽 난소에서 한 개씩 배란되는 난자를 한꺼번에 10여 개씩 채취하려면 적어도 보름 이상 걸린다. 이 기간엔 평상시처럼 일하기도 쉽지 않다.

 난자를 제공하려는 여성은 먼저 여러 검사를 거쳐 생리를 전후해 과배란 유도제(호르몬 주사)를 맞은 뒤 적당한 시기가 되면 마취를 한 후 주사 바늘로 난소에서 배란 직전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난자 채취 과정에서 여성 몸이 온전하기는 어렵다. 전문의들은 난소 과배란 증후군ㆍ우울증ㆍ출혈이나 감염ㆍ불임과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난자 채취 수술을 받은 뒤 수술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그런 수술은 잊고 싶다고 밝히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의 경우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동의한 여성에게 의료진이 이런 후유증과 부작용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숙지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난자 매매나 채취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을 지닌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쁜 법은 다시 개정하면 되는 것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땅의 윤리의식 부재에 대한 우리 책임을 통감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제대로 존중하지 못한 우리의 무관심에 대한 잘못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또 법률의 전면 개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한 만큼 남은 것은 '실천' 뿐이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평화신문 5월25일 9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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