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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추기경은 기억속으로 사라지지만

관리자 | 2009.04.07 15:29 | 조회 4567
<연합시론> 추기경은 기억속으로 사라지지만
 
 
(서울=연합뉴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49일만에 공식적인 추모기간이 마무리돼 기억속에 남게 됐다. 고인의 유지를 알리기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각 성당에 내걸렸던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고 쓴 펼침막도 걷히게 됐지만 사회적 약자에게 귀를 기울이고 자신보다는 남을 품으려 했던 한 인물이 남긴 여운은 아직도 명징하게 울린다. 가톨릭에서 지난 2월16일 이후 5일까지를 추모기간으로 정했으나 어디 하나 마음 둘 곳 없는 작은 이들을 위로했던 그는 어떤 신앙을 갖고 있느냐를 떠나 모든 이들에게 오랫동안 남을 전망이다.

  
87세에 노환을 끝낸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던 임종을 두고 사회 일각에서는 한때 '추기경이 존엄사를 선택했다'느니 '추기경의 죽음이 존엄사법 제정에 힘에 싣는다'니 하는 말들이 중구난방으로 이어졌으나 인간으로서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을 겸손하게 받아들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일부에서 추기경의 죽음까지도 왜곡해 집단 이익을 꾀하려 했다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작 김 추기경이 남기고 간 '감사와 사랑'이다. 추기경의 영향으로 안구를 포함한 장기, 신체기증, 미혼모 자녀 입양 신청건수가 최근 2년간 실적에 육박할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만 봐도 쉽게 드러난다. 또 장례기간 수 km에 달했던 수십만 명의 추모행렬이 새치기 하나없이 조용하면서도 평화롭게 서로 배려했던 모습에서 많은 이들에게 '우리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줬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한 마음으로 놀라운 일을 한 우리는 김 추기경으로 인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가슴 벅차게 경험했다. 그를 추모하는 글과 회고담이 봇물을 이루던 '김 추기경 신드롬'도 시간이 흐르면서 시들해질 것이다. 추모기간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다행스럽게도 감사와 사랑 캠페인은 앞으로 계속된다고 한다. 거친 삶을 헤쳐나가야 할 우리들에게 김 추기경이 선물로 남기고 한 것을 실천하자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감사와 사랑을 개인의 삶 속에서, 또 가정, 이웃에서 작은 것부터 소리없이 실천해 간다면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이런 저런 문제들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발사로 나라 안팎이 온통 시끄럽고 '박연차 리스트'니 '정대근 리스트', '장자연 리스트' 등으로 사회전체가 심란할수록 김 추기경이 남기고 간 자리는 여전히 크다.

   yykim@yna.co.kr

[연합뉴스]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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