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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사형제 부활은 사회모순 은폐”

관리자 | 2009.03.06 09:42 | 조회 4663

[이사람] “사형제 부활은 사회모순 은폐”

사형제 폐지 앞장 유재건 전 의원

 

 

» 사형제 폐지 앞장 유재건 전 의원
“그 일을 하면서 사형제 폐지론자가 됐다. 무고하게 사형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많이 봤다. 미국에서도 역사상 숱한 오판이 있었고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해 죄 없는 사람들이 많이 희생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도 인혁당이나 민청학련 사건,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등 많은 사례들이 있지 않나.”

억울한 사형수 다룬 ‘…이철수 구명운동’ 펴내
의원때 폐지법안 발의…“성숙한 사회 돼야”

1996년 15대 국회부터 12년간 3선 의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총선 때 불출마 선언을 하고 본업으로 돌아간 유재건(72·사진) 변호사가 지난 25년간 꼭 쓰겠노라 다짐해온 책을 마침내 출간했다. <함께 부르는 노래-재미동포 이철수 구명활동 보고서>(범우 펴냄).

시사토론 프로의 사회자로 더 널리 알려진 유씨는 이 책 내용을 “억울하게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까지 받은 동포청년 이철수씨의 기구한 운명을 보고, 이를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고 발벗고 나서서 구명 운동에 시간과 정열을 바친 아름다운 사람들의 얘기”라고 요약했다.

69년 미국에 유학가서 90년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변호사 활동을 한 유씨는 77년 한인들은 물론 아시아계와 백인들까지 참여한 ‘이철수 구명위원회’ 결성을 주도했다. 11살 때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가서 서툰 영어를 구사하며 노동판을 전전하던 이철수씨는 19살 때인 7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중국 갱단(와칭파) 고문 살해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1급 살인죄로 사형판결을 받았다. 복역 중 그는 교도소 내 범죄조직 살인사건에도 말려들게 된다.

구명위원회의 자원봉사 활동은 동포사회와 본국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씨는 결국 재심 결과 무죄평결을 받았다. 옥중 사건도 정당방위로 무죄를 주장했으나 검찰 쪽과 타협한 끝에 형기를 낮춰 이씨는 83년 모범수로서 조건 없이 석방됐다.


현역 시절에도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던 유씨는 지금 기독교 장로로서 사형제 폐지운동을 벌이며, 기독교 민간교도소 추진위원회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국이 150개에 이른다.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면 사형제를 없애야 한다. 터키, 러시아도 폐지했다. 사형제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범죄 발생률에 별 차이가 없다.”

97년 12월30일 이후 사형집행이 없었던 우리나라도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그는 최근 ‘강아무개 연쇄살인 사건’으로 사형제 부활 목소리가 커지는 걸 걱정했다. “나쁜 사람 한 명이 나타났다고 어렵게 쌓아온 토대를 일거에 허물어버리는 건 성숙한 민주사회가 지향할 바가 아니다. 효과도 없다. 중요한 건 억울한 희생을 막고 재범률을 낮추는 것이다. 사형제는 법이론상으로나 신앙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 모순 구조를 놔둔 채 징벌만 강화하는 것은 모순 구조를 은폐하는 부작용이 있다. 날 때부터 악인은 없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겨례}  200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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