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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보다 생명권 보호 방안부터 먼저 생각할 수 없나(2020.10.25)

관리자 | 2020.10.22 13:23 | 조회 1928

낙태죄 폐지보다 생명권 보호 방안부터 먼저 생각할 수 없나

낙태죄 폐지 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 가톨릭교회 관점에서



▲ 낙태 문제 실상을 고발하고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앞장서온 프로라이프연합회가 낙태 폐지 반대 유인물과 피켓을 들고 생명대행진을 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7일 정부의 낙태 허용법안이 공개되자 한국 교회는 즉각 반대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정부의 낙태허용 법안은 두 갈래로 이뤄졌다. 먼저 형법상 낙태 처벌 조항과 허용 조항을 형법에 함께 규정함으로써 처벌 조항을 담은 형법과 허용 요건을 규정한 특별법인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돼 있던 것을 일원화했다. 또한,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 사유에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를 추가 규정함으로써 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낙태 요건을 크게 완화한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교회의 가르침에 비춰보면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다른 무엇보다도 생명보다 앞서는 가치나 권리는 없다는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에 대한 ‘개악’이 명백하다. 5주만 되면 눈과 코, 입이 다 생겨나고, 8주만 돼도 주요 장기가 다 형성되고, 16주가 지나면 태아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데도 정부 형법 개정안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임신한 여성의 임신 유지, 출산 여부에 관한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14주와 24주로 구분해 14주 이내에는 아무런 사유나 절차 요건 없이 낙태를 가능케 했다. 15∼24주 이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사유와 헌재 결정에 명시한 사회적, 경제적 사유가 있으면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태아를 생명으로 보지 않고 세포나 혹이라고 여기는 발상이라고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모자보건법 개정안 역시 반생명적 독소조항이 수두룩하다. 모자보건법 14조에는 낙태 허용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그 허용 기준을 보면 ①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을 때 ②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을 때 ③강간ㆍ준강간으로 임신했을 때 ④법적으로 결혼할 혈족ㆍ인척간에 임신했을 때 ⑤계속 임신하면 산모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 ⑥사회적ㆍ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이다.

교회는 이 여섯 가지 낙태 허용조항이 모두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고 유지한다. 다만 자궁 외(나팔관) 임신 등은 ‘이중 효과의 원칙’(The Principle of Double Effect)에 따라 태아도 생명권을 유지할 수 없고 산모의 건강을 지켜야 할 때에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게 윤리신학자들의 의견이다.

낙태 허용 주장의 기반이 되는 건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다.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실제적 조화를 이루도록 개선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방점을 찍어 개정안을 만들다시피 했다. 자기결정권의 근거로 드는 건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인데, 자기결정권은 타인의 생명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자기결정권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회의 일관된 가르침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따른 낙태는 “생명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며,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다”(「간추린 사회교리」 46항)는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교회는 이처럼 낙태를 엄격히 금지한다. 성폭행에 따른 임신조차도 출산을 권고한다.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군 성폭행으로 임신한 수녀가 수녀원을 나와 아이를 키우고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간 사례가 보여주듯, 태아의 생명권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교부 문헌 「디다케」는 “낙태로 태아를 죽이지 말라”(2,2) “낙태하는 자들은 멸망한다”(5,2)고 가르치고 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2261항도 낙태를 명백한 살인 행위로 못 박고 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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