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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 고3 임산부 혜원이

관리자 | 2009.05.19 10:41 | 조회 2240



제목
: 선생님,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 고3 임산부 혜원이의 선택


방송 : 2009년 5월 9일(토) 밤 11:15

17살 혜원이의 봄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혜원이(가명)의 봄은 다른 해와 같지 않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실히 학교생활을 하던 혜원이에게 문제가 생긴 건 지난 4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사귀어온 오빠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기에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었고, 이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해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몇 주 후 혜원이는 결정을 내렸다. 낙태와 출산사이에서 엄마가 되는 일을 선택했다. 병원에서 들은 아기의 심장소리 때문이었다. 그녀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선생님, 저 아이를 가졌어요
양가 부모는 혜원이의 임신 소식에 충격에 빠졌지만 혜원이의 의사를 존중해 출산을 허락했고 오빠와는 졸업과 동시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어렵게 가족의 지지를 받아낸 혜원이가 마지막으로 가장 도움을 원한 곳은 학교였다. 교복 입는 일이 행복하고, 수학공부가 즐거운, 웃음 많은 고3 혜원이는 학교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리라 믿었다. 그녀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선생님, 저 아이를 가졌어요.’ 그러나 학교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학교는 퇴학당하거나 그러기 전에 자퇴하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주었다. 공부와 출산을 함께 하고 싶어 도움을 구했던 혜원이의 마음은 보여줄 시간도 없었다. 알아서 떠나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학교 앞에서 혜원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학생미혼모에게 닫혀버린 교문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평균 3500명의 19세 이하 청소년 출산이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10대 미혼모 비율은 꾸준히 늘어 전체미혼모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낙태보다는 출산을 하고 있는 10대 학생미혼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10대 학생들이 임신을 하게 되면 학교로부터 외면당한다는 현실이다. 작년에 실시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생미혼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하 학생미혼모의 85%가 임신과 동시에 학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학업이 중단된 학생미혼모의 2/3 이상이 계속 공부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생미혼모를 위한 공식적인 제도는 없다. 교과부나 교육청의 관계자들도 학생미혼모 문제에 대한 권고나 지침은 없다고 인정한다. 미혼모 시설 애서원의 임애덕 원장은 학생미혼모의 미래는 오직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나느냐’의 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혜원이는 그저 운이 나쁘다고 여기며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인권인가 학칙인가
2008년 3월부터 시행된 초중등 교육법 제18조 4항은 학교는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 청소년기본법 등에서도 학생의 인권침해 및 차별 방지를 위한 조항들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학생미혼모의 인권보다 학칙이 우선이다. 학교의 명예와 면학분위기가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학생의 임신을 대하는 교육 현장의 태도도 사실은 녹녹치 않다. 지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75%가 학생미혼모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것이 다른 학생들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태이니 학생미혼모의 문제는 사회적 관심을 끌기 힘들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학생미혼모 실태조사를 담당했던 서울여대 홍순혜 교수는 집안이 어려운 학생미혼모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미래에 저임금 일자리나 기초생활 수급 지원 등에만 의존하게 돼 빈곤의 대물림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면서 학생미혼모들의 교육권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졸업앨범을 갖고 싶어요
우리나라보다 학생미혼모의 문제가 더 심각한 대만의 경우 2007년부터 ‘중.고등학생 출산휴가제’를 도입했다. 임신한 학생들에게 56일 동안의 출산휴가와 최고 2년의 육아휴가를 보장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격렬한 찬반 논란을 일으켰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다. 게다가 학생 임산부 전용 책상이나 10대를 위한 산부인과까지 만들어 졌다. 대만은 왜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일까? 그리고 이 제도는 사회적으로도, 학생미혼모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을까? 출산을 결심한 혜원이에게 대만과 같은 혜택을 기대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 며칠 동안 학교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고민하다 결국 자퇴서를 쓰고 도장을 찍었다. 단 4일 만에 모든 것이 마무리 되었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다면 이제 혜원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큰 용기를 내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자신의 교육권을 인정해주지 않은 처분에 대해 진정서를 내 보거나, 헌법재판소에 학칙에 따른 처분이 헌법정신을 위배했다는 위헌신청을 하거나 하는 일등이다. 그러나 혜원이는 교육권이라는 거창한 말을 모른다. 혜원이가 아는 것은 자신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는 것, 그리고 공부하고 싶다는 것,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졸업앨범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학생 임산부 혜원이의 이 소박한 소망은 잘못일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공부하기를 간절히 원한 고3 임산부 혜원이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미처 살피지 못하고 있는 또한 사회적 논의도 쉽지 않은 학생미혼모의 교육권 문제를 살펴보고 적절한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본다.

담당 : PD 한재신 / 작가 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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