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제2회 '생명수호 생명사랑' 체험수기 대상 -엄마가 되는 건 의무가 아니라 축복이다(상)

관리자 | 2016.08.10 13:22 | 조회 261

""제2회 '생명수호 생명사랑' 체험수기 대상 -

 

엄마가 되는 건 의무가 아니라 축복이다(상) " "


이정은(에메레타, 서울대교구 해방촌본당)


정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나. 어른들이 한창 청춘이라고 하는, 여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내 나이 스물다섯. 나에겐 이제 첫돌이 막 지난 어여쁜 새침떼기 공주님이 있다. 부모 마음을 알게 해준 우리 딸, 정말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그 말을 나에게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내 딸이다.

 5년 전 나보다 한 살 많은 그 사람을 만났다. 큰 키에 깔끔한 모습의 남자, 처음 본 순간부터 푹 빠지게 되었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그 사람을 만날 때 주위에 반대가 잦았다. 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 사람하고 더 깊은 정이 들기 전에 헤어지라는 등등…. 그 때마다 더 오기가 생겨서 만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주위 반대가 있을 때 헤어질 것을…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나는 부모님과 남동생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종종 같이 저녁도 먹게 되었다.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게 되고 2년 2개월을 매일 손꼽아 기다렸다. 정말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의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주고 말았다. 깊은 관계가 되고 그럴 때마다 왠지 그 사람이 뭔가를 속이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여자의 직감이라는 게 정말 있긴 있는가 보다.
 알고 보니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또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나고 그날이 다가오는 데도 생리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설마 하면서 약국에 가서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확인해보았다. 확인 결과 빨간 두 줄이 보였다. 난 내 눈을 의심하고 다시 테스트기를 3개 더 사서 확인을 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병원에 가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고 생각하고 그 다음날 병원으로 향하였다.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조그마한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아기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뱃속에 저렇게 작은 생명체가 있다니, 순간 눈물이 났다. 내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엄마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왜 바보같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초음파검사를 하고 내려와 의사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나는 당연히 낳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의사 선생님은 내가 결혼하지 않은 걸 알고는 수술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지 중절수술날짜를 빨리 잡자는 것이었다. 나는 "아니에요. 저는 낳을 거예요"하고 그 병원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남자친구한테 임신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에는 남자친구가 지우라는 말을 할 것이란 것은 꿈에도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의 생각과는 달리 임신 사실을 그에게 말했을 때 그는 책임질 수 없다고, 아이를 지우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었다. 그 때 남자친구는 대학교도 중퇴하고, 그렇다고 떳떳한 직업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다.

 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다른 여자친구는 정리하고 마음잡고 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내 바람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랐던 그 사람을 보고 큰 실망감과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나는 당연히 아기를 낳아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부모님 걱정이 앞섰다. 난 이제 혼자 어떻게 해야 하지? 부모님한테 말씀을 드려야 하나? 뭐라고 말씀을 드리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아니면 혼자 미혼모 시설로 도망가서 아기를 낳아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하루이틀 점점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날 저녁 엄마가 바람 좀 쐬러 나가자고 말씀하셨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밤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엄마가 "너 요새 그거 안 하더라. 임신했지?"하고 직접적으로 물어보셨다. 난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아니라고 했지만 엄마가 "엄마 속일 생각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설사 내가 지금 아니라고 잡아 뗀다고 해도 날이 가면 갈수록 불러오는 배를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엄마에게 말씀을 드렸다. 다행히 엄마는 아이를 낳자고 말씀하셨고 난 고마움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못난 딸을 이토록 이해해주고 품에 안아 주어서. 
 남자친구는 아냐고 물어보셨을 때 나는 엄마에게 "책임 못진대. 다른 여자친구가 있다고 그러더라" 이 말을 해버렸다. 엄마가 얼마나 가슴이 무너졌을까…. 엄마는 일단 남자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나는 무엇하러 만나냐고 싫다고 계속 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 문제는 아빠였다. 불같은 성격의 아빠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하고 엄마와 나는 고심을 했다. 나는 정말이지 아빠한테 맞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 그날 밤 내가 잠든 후 엄마가 아빠에게 말씀을 하셨다. "여보, 우리 애가 임신했대." 아빠는 알고 있었다고 무덤덤하게 말씀을 하셨다고 하신다. 내가 요새 들어 잠도 많아지고 몸이 늘어지는 것을 보시고 눈치를 채셨던 모양이다. 
 아빠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만 그 동안 손 한번 올리지 않으시고 큰소리 한 번 치지 않으시고 애지중지 키웠던 딸이 혼전 임신을 하였으니 얼마나 충격이셨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아빠는 내 임신 사실을 아시고나서부터는 일이 끝나고 퇴근하시는 길에 매일 나에게 전화를 하셔서 먹고 싶은 건 없냐, 어디 아픈 곳은 없냐며 나를 챙겨주셨다. 그러실 때마다 나는 너무나 죄스럽고 한편으론 정말로 고마웠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