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아기는 캐뉼러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캐뉼러로 조심히 아기의 옆쪽을 살피는 것을 보면서 나는 짧은 몇 초 동안 안도했다. ‘그래, 당연하지.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해.’ 나는 가족계획연맹에서 배운 이 점을 이용해서 수많은 여성들을 안심시켰다. ‘태아 조직은 제거될 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정신 차려, 애비. 이건 단순하고 빨리 끝나는 의학 절차야.’ 내 머릿속은 내 반응을 통제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화면을 보자 순식간에 공포에 치닫는 불쾌감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아기는 마치 침입자에게서 달아나려는 듯 발길질을 했다. 아기의 작은 발이 갑자기 확 움직였다. 캐뉼러가 안으로 들어가자 아기는 몸을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했다. 태아가 캐뉼러를 느끼고, 그 느낌을 싫어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때 의사의 목소리가 적막을 깨며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 19p '1장 초음파' 중에서
그 교회가 생명 수호 입장이었음을 깨닫는 동안, 거절당한 고통은 깊어졌다.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기에 클리닉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교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거부당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그와 나는 이 상황을 상세히 논의했고 다른 교회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매주 나는 하느님과 교감을 나누기를 기대했고, 그분의 존재에 대한 깊은 의식을 희망했다. 그러나 첫 번째 교회에서 거절당한 쓰라림은 여전했다. 상처와 떨림은 점점 심해지며 계속되었다. 하느님이 화가 나신 걸까? 종종 기도를 할 때, 나는 하느님께 내 마음을 말씀드리기를 두려워했다. 나는 무언의 두려움과 씨름하기 시작했다.
― 67p '6장 사십 일 밤낮' 중에서
그 젊은 여성은 낙태를 했고 그녀가 도착한 지 세네 시간이 흐른 후에 그녀는 딸과 친구와 함께 떠났다. 나는 그녀를 다시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가 자신의 손주를 살리기 위해 울타리 사이로 비통하게 간청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내 눈을 가리던 비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가족이 사랑하고 돌보려고 한 아기의 생명을 구하려는 모습은 틸러 의사의 사건에 가려 보지 못했던 것에서 나를 깨웠다.
나는 조각들을 맞춰 보기 시작했다. 나에게 직업을 준 이 단체가 곧 후기 낙태 사업에 가담할 것이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었다. 나는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나는 이제 가족계획연맹의 돈과 낙태를 우선시하는 태도, 특히 후기 낙태에 대한 태도를 받아들이기 더 어려워졌다.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 106p '11장 이사회실' 중에서
그러나 클리닉 울타리에 가서 기도하고 싶은 열망이 계속되었고, 나는 이 열망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내가 했던 두 낙태 수술이 떠올랐다. 나는 내 손을 다시 들여다보고 다시 한 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아기들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과실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눈물이 쏟아졌고 얼굴을 따라 흘러내리는 샤워기의 물과 뒤섞였다. ‘울타리에 가서 기도하자.’ 나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이 나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하실 때 나는 그것을 해야 한다는 거야. 하지만 더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몸을 닦고 거실로 걸어 들어갔다. 더그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당신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거야.” 나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클리닉에 가야 해.”
― 160p '18장 앞으로 나아가기' 중에서
가톨릭출판사 / \13,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