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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생명윤리법 하위법령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21.10.10)

관리자 | 2021.10.07 10:20 | 조회 1107

[시사진단] 생명윤리법 하위법령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보건복지부는 9월 17일 소비자 대상 직접시행(DTC) 유전자검사 인증제를 통해 항목 열거방식에서 검사기관이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도록 검사항목을 확대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10월 2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에는 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전할 수 있다. 입법예고를 거쳐 개정안은 12월 30일부터 시행된다.

유전자검사는 그동안 정부가 고시로 허용된 항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검사가 가능했다. 개정안은 유전자 검사를 5가지 목적(질병 진단 및 치료, 질병 예측, 영양, 생활습관 및 신체적 특징, 유전적 혈통, 개인식별 등)으로 분류하여 이 목적 내에서 소비자 대상 직접시행(DTC) 유전자검사 인증제를 통해 기관이 제공하려는 항목을 자유롭게 신청하도록 검사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러나 이 5가지 목적이 질병 진단 및 치료 이외에 상업적 목적 등 오·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더불어 유전자 검사 범위의 확대가 배아와 태아에게 적용될 경우,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결과로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주의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최근 공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체외수정을 통해 2016년 33만 4687명, 2020년에는 49만 7133명의 배아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5년 동안 약 50% 증가했다. 그러나 여성의 몸에 이식된 비율은 2016년 10만 9216명(32.5%), 2020년 13만 7946명(27.7%)으로 5%p 정도 줄었다. 이식된 13만 7946명의 배아 중 2만 8699명만이 출생하였다. 이식된 배아 수 대비 20.8%의 성공률이며, 생성된 총 배아 수 대비 5.8%의 배아만이 출생한 것이다. 나머지 10만 9243명의 배아는 착상되지 못하여 유산되거나 착상 후 다태임신 등의 이유로 낙태된 것이다. 또한, 배아 49만 7133명의 50.9%인 25만 2930명은 폐기되었고, 10만 4554명인 21%의 배아는 냉동 보관 중이다. 2020년 대구광역시 달서구의 인구가 25만 9333명이니 이에 약간 못 미친 수의 배아가 폐기된 셈이다. 또한, 지난해 동두천의 인구가 9만 4353명이니 그보다 만 명 정도 많은 배아가 냉동 보관 중인 셈이다.

정부는 난임 시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생식세포 동결보존 동의서를 신설하고, 배아의 폐기기한을 30일에서 6개월로 연장했다. 기관위원회가 승인하면 배아의 보존기간을 5년 이상으로 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도 개정한 듯 보인다. 그렇다고 폐기되는 배아의 수를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소비자가 요구하면 치료의 목적이 아닌 유전자 검사도 가능하기에, 이번 개정안은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배아와 태아를 선별하는 데 이바지하는 듯 보인다. 이제 어떤 인간을 출산할 것인지 개개인의 임의성을 가지고 선별하여 이식하도록 그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태가 허용된 마당에 내 취향에 맞는 배아나 태아 선별이 뭐 대수냐는 식의 사고 확산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이미 체외에서 수정된 배아는 등급이 매겨진다. 어느 연예인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배아가 몇 등급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일명 맘 카페에서 흔히 언급되는 배아의 등급, 자식의 출산을 위해 등급을 매기고 선별하는 것이 당연시된 문화에서 자녀를 갖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과 함께 이번 생명윤리법 하위법령 일부 개정안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그 목적이 생명을 살리는 문화보다는 생명을 죽이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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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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