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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생명 존중과 보호에 대한 이중 잣대(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관리자 | 2021.08.05 14:12 | 조회 65

[시사진단] 생명 존중과 보호에 대한 이중 잣대(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빈번하게 만날 수 있다. 동물과의 관계가 친숙해지면서, 동물 학대와 유기에 대한 사회적 공분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법무부는 최근 동물을 생명체로서 보호, 존중하고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고자 발 벗고 나섰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 제98조의 2에 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물은 그 자체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그래서 동물 학대 등에 대한 처벌 수위 등도 강화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무언가가 가슴에 퍽 하고 꽂혔다. “동물을 생명체로서 보호하고 존중하고자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데, 동일한 권리를 왜 태아에게는 부여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합리적 의심이 든다. 오히려 태아에게는 생명권마저 부정하고 잔인하게 낙태시키는 처사에 대해서는 묵인하는 이중 잣대가 날카롭게 가슴을 찌른다.

동물은 점점 인간처럼 대우하고자 하는데, 태아는 점점 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에 참으로 애통하고 비통하다. 동물을 학대하고 유기하는 처사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여, 동물을 보호하는 일은 적절해 보인다. 그런데 그 잣대가 낙태 과정에서 태아가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가? 우리는 종종 동물권리 옹호자라고 주장하면서 낙태에 대해 맹렬히 찬성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는 출생 직전까지 모든 상황에서 낙태를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하려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부상이나 장애로, 혹은 학대로 고통받는 동물들에 자선을 베푸는 것은 당연하지만, 장애가 있는 인간에게 출산 직전까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동물적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 낙태에서 치명적인 폭력과 극심한 고통을 겪는 태아에 대한 연민이 부족할 수 있을 정도로 낙태 권리의 독단이 인간의 이성을 모호하게 하고 인간의 마음을 굳게 할 수 있다. 동물이 생명체로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보호하고 그 지위를 법적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태아에게 적용되지 못하는 이 이중 잣대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동물은 지각능력이 있기에 고통을 느끼고 그래서 생명을 보호하려는 도덕적 근거로 제시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태아의 고통은 어떤가? 낙태 과정에서 태아는 조각조각 찢겨 제거된다. 정부는 이미 수가(진료비) 항목에 ‘낙태 교육·상담료’를 신설하고, 구체적 급여기준을 마련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8월 1일부터 낙태 교육ㆍ상담에 수가를 지급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동물을 사람처럼 대우하고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고 법을 개정하려고 추진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낙태 교육ㆍ상담에 수가를 지급한다는 계획을 확정하는 등, 태아를 동물보다 못하게 취급하는 이중 잣대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생명존중과 보호에 대한 이중 잣대를 조장하는 꼴을 보니, 아이들과 우리 각자가 앞으로 직면할 도덕적 사고의 불균형과 혼란에 애통한 마음이다. “사회가 생명에 반하는 행위들을 용인하고 조장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생명을 거스르는 실제적인 ‘죄의 구조들’을 만들어내고 강화하는 ‘죽음의 문화’를 고무하고 있기 때문”(「생명의 복음」 24항)이다. 정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담았듯이, 태아의 지위에 대해서도 발 벗고 나서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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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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