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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10. 한국 교회 생명운동 (상)

관리자 | 2018.09.12 14:13 | 조회 131
생명 수호 위한 교회의 외침… 신자 관심과 참여로 화답해야


장면 하나


2005년 12월 16일. 고 김수환 추기경은 눈물을 흘렸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이었는데, 추기경은 대답했다.

“황우석 교수 연구성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솔직히 속으로는 ‘그런 일이 없기를…’ 하고 바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한국 사람이 세계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추기경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닦았다. 2~3분간 침묵이 지속됐다. ‘추기경의 눈물’은 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전파를 탔고, 이 눈물은 생명을 수호하려는 가톨릭교회의 성명이나 구호, 생명운동보다도 강력했다.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해왔다. 

황우석 사태를 겪으며 한국사회는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5년 서울대교구는 이처럼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이 가져온 인간경시 풍조와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물질만능주의 등 죽음의 문화에 대항하기 위해 생명위원회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추기경은 생명위원회 발족식에서 “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대신 교회가 대안으로 제시해온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촉진하고, 생명존중 가치를 공고히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은 2005년 황우석 사태의 참담함을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장면 둘

“나의 몸은 불법이 아니다! 내 자궁은 나의 것!”

8월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 125명이 검은 옷을 입고 경구용 임신중절약 ‘미프진’을 복용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2012년 8월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권 등을 이유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6년 만에 헌법재판소가 다시 위헌 심리를 하면서 여성단체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 125명은 하루 평균 임신중절 수술 여성(3000명,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발표)을 24시간으로 나눈 숫자다. 이들이 국내 도입을 요구하는 ‘미프진’은 이미 착상된 수정란을 파괴하는 ‘낙태 유도약’으로,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이들은 미프진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동안, 미혼모 이은주(가명, 데레사)씨는 장애를 가진 3살 아들의 재활치료를 받는 데 여념이 없다. 이씨는 대학생활 중 임신이 됐고, 낙태를 생각했지만 미혼모 시설의 수녀를 만난 후 입양으로 마음을 돌렸다. 출산 후 엄마의 삶을 택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온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엄마의 삶을 선택한 것을 후회해본 순간은 없다. 

▲ 전국 생명운동 임시 연대기구인 천주교 생명운동연합회가 2012년 7월 개최한 생명 수호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응급피임약은 낙태약이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한국 교회의 생명운동은 생명과학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낙태와 안락사 문제, 모자보건법, 자살, 유전자 조작, 배아줄기세포 연구, 응급 피임약 등 생명윤리와 맞닿은 사회문제는 생명과학이 발달하면서 가져온 문제가 대부분이다. 생명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에게 편리한 혜택을 안겨주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생명윤리와 가치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인간 배제의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은 1994년 ‘교황청 생명학술원’ 설립으로 본격화됐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자의교서 「생명의 신비(Vitae Mysterium)」를 발표하면서,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듬해인 199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가톨릭 생명윤리 교과서’라 불리는 회칙 「생명의 복음」을 반포한다. 「생명의 복음」은 죽음의 문화가 판치는 이 시대에 인간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단호하게 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국 주교회의는 2001년 신앙교리위원회 산하에 ‘생명윤리연구회’(2008년 생명윤리위원회로 승격)를 발족하고, 2003년에는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현 가정과생명위원회) 소위원회로 ‘생명운동본부’가 설립된다. 생명운동본부는 2000년 3월 청주교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모자보건법 폐지 100만인 서명운동이 계기가 돼 발족했다. 2005년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설립에 이어, 2007년에는 생명윤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가톨릭대학교에 생명대학원이 들어선다.

한국 교회는 생명윤리위원회와 생명운동본부 등 교회 내 생명운동 단체 등을 통해 20년 가까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반생명적 요소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비윤리성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 운동 △응급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반대 운동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의 위험성 촉구 △자살 문제 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이동익(서울대교구) 신부는 2013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정기세미나에서 한국 천주교회 생명운동의 현실과 방향을 발표하면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의 존중에 대한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는 것을 각 위원회와 학술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생명윤리에 관한 문제들에 교회의 입장과 대응책을 제시해왔다”면서 “한국의 생명윤리 이슈에 인간 생명의 존엄성 수호에 관한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이 신부는 “교회 내부에서는 아직도 생명윤리가 무엇인지,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교회는 끊임없이 생명의 존엄성을 말하지만 신자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교회의 생명운동은 신자들의 생활 속에 묻어나는 ‘생명 존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톨릭교회의 생명윤리 현안은 낙태죄 폐지에 집중돼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심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톨릭 교회와 낙태를 반대하는 교수들 모임, 한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등이 낙태 반대 탄원서를 잇달아 제출했다. 

한국 교회의 생명운동은 단순히 구호와 외침, 이론ㆍ정책적 차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삶의 실천적 차원으로 옮겨가야 한다. 한 가정에서 부모가 생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양육하는 일, 미혼의 자녀가 품은 생명을 받아들이는 일, 미혼모의 삶에 관심을 두고 도움을 주는 일,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일 등 생명을 살리는 작은 몸짓이 신자들의 일상으로 들어와야 교회의 생명운동은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 위 기사는 가톨릭평화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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