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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 중단 20주년 기념 릴레이 인터뷰] (2)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처장

관리자 | 2017.11.09 10:24 | 조회 5


잔혹범죄때마다 “사형” 외침… 하지만 분노로 생명 앗아선 안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처장이 연대 단체와 인권 사안과 활동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딸의 친구를 유인 살해한 ‘어금니 아빠’ 사건은 다시 한 번 세상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인간 심연의 끝이 어딘지 가늠하게 힘들게 만든 이 사건으로 다시 ‘사형’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전 세계 곳곳에서 사형제도 폐지운동을 이끌고 있는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이 인류와 공존할 수 없는 제도임을 역설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처장을 통해 사형제도를 어떤 눈으로 봐야 할지 들어본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노예제도가 있다고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아마 어이없어 할 이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사형제도도 노예제와 마찬가지로 하루빨리 인류 역사 속에서 사라져야 할 부끄러운 잔재입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사비나·43) 사무처장은 사형제가 인류 이성의 발전과 함께 사라질 제도임을 힘주어 말했다.

모태신앙인인 김 처장은 항상 약자들,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꿈꿔왔다고 한다. 

“원하는 직업은 계속 바뀌었지만 항상 주님께서 말씀하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꿈이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인권활동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물론 그분의 발끝에도 못 미치겠지만,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신앙은 어떤 의미일까. 

“신앙은 제 삶의 기준입니다. 우리 앞에 닥친 일들은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갈래 길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 신앙은 제게 명확한 기준을 말해줍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인 것, 그리고 약자가 우선인 것,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것, 내가 더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등 성경에 있는 모든 메시지가 저에게는 기준이 됩니다.”

그런 그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존재다. “꼭 지켜야 할 가치와 그렇지 않는 것들에 대해 판단하고 용기 있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사회 참여를 사랑 실천이라고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는 그에게 삶의 방향타나 다름없다.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사회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항상 사람들 가운데 계셨던 예수님이 그리스도인들의 롤 모델이라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런 그이지만 애초부터 사형폐지론자는 아니었다. 

“앰네스티에서 일하기 전까지 사형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성폭력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쉽게 ‘죽여야 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인권활동을 이어오던 어느 순간 범죄자들에 대해 분노하고 그들이 처벌 받았으면 하는 마음과 국가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같은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 

“그 둘을 연결시키는 순간 결국 자신이 그 범죄자를 죽이는 것과 다름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살리라는 것이 주님 가르침입니다. 인류를 죄에서 구해 살리기 위해 몸소 이 땅에 오셔서 죽기까지 하신 분이잖아요.”

그가 몸담고 있는 국제앰네스티는 1962년 단체 설립 때부터 사형제도 폐지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매년 전 세계 사형제도 흐름과 사형 집행 추이 등을 분석, 발표하면서 사형제도 폐지 추세에 힘을 실어 오고 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형제는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제도였습니다. 40여년이 지난 오늘 국제사회는 사형제도가 노예제도처럼 사라져야 하는 제도라고 선언합니다. 국가별로 걸음걸이는 다르겠지만 결국엔 없어질 제도입니다.” 

시간을 끌수록 인식의 곤고함을 드러내는 제도라는 것이다.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죽이라”는 목소리를 높이는 대중들의 모습을 보면, 예수님께 돌을 던지며 사형을 요구하는 군중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는 그.

“이런 모습은 한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생명이 무시당하는 사회에 대한 인식과 그리스도인으로서 반성할 점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피해자와 가족들, 범죄자의 가족들을 교회가 더 끌어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생명의 문화, 사랑의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하는 역할이 크다고 강조하는 그는 이를 위한 구체적 행동지침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큰 사건을 접할 때 처음 느껴지는 감정, 그것을 다스리고 피해자들과 가해자의 가족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제도들이 있어야 할지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지 찾아보세요.”

감정에 흔들려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충고다. 그리고 덧붙인다. 

“적어도 ‘저런 인간은 죽여야 해’라는 말이 신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나오지 않도록 하는 일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런 말을 쉽게 내뱉는 이들이 폭력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처음 분노로 시작된 자신에게서부터 폭력의 문화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는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쉬운 실천에서 하느님 나라의 새싹이 움튼다는 진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 국제앰네스티가 전하는 ‘사형제 둘러싼 이야기’

-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나라는
중국이 가장 많은 처형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사형연례보고서에는 중국에 대한 보고가 없다. 중국이 사형 선고와 집행에 대한 정보를 국가기밀로 하고 있기 때문. 공개된 재판기록 DB에는 2년간 85건만 확인된다. 하지만 공식적인 언론보도만 보더라도 최소 931명이 처형된 것으로 파악된다.

-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는
미국의 트로이 데이비스 사례. 데이비스는 지난 1989년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1991년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는 이후 22년간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그에 대한 판결은 물리적 증거 없이 목격자들의 진술로만 이뤄졌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고 사형에 반대했다. 2011년 9월 21일, 데이비스의 감형이 결국 거부됐다. 다음 날 아침, 사형 집행이 연기됐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같은 날, 그는 결국 사형 당하고 말았다.

- 세계 최장기 사형수는
일본의 프로권투선수 하카마다 이와오(Hakamada Iwao)씨. 그는 1966년 자신이 일하던 공장주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폭행과 협박에 못 이겨 강제로 자백한 후 1968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전 세계에서 최장기 사형수로 복역한 그는 재심이 결정되면서 2014년 3월 27일 48년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죽음 대신 생명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 최근 있었던 가장 심각한 사건은
시리아 세이드나야 교도소에서 벌어진 대규모 말살정책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5년 동안 1만3000명이 이 교도소에서 비밀리에 처형됐다. 대다수가 정부에 반대한 사람들이었다. 매주, 때로는 격주에 한 번씩 최대 50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한밤중에 비밀리에 교수형을 당했다. 

자료 제공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위 기사는 가톨릭신문에서 발췌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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