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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김수환 추기경의 생명존중(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22.03.06)

관리자 | 2022.03.03 13:28 | 조회 918

[시사진단] 김수환 추기경의 생명존중(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올해는 김수환 추기경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인권 수호에 큰 족적을 남긴 김수환 추기경은 ‘시대의 등불’이자 ‘살아있는 양심’이었다. 항상 약자의 편에서, 단호하면서도 강직하게 인간의 존엄과 인권 수호를 외치던 모습과 말씀에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동시에 인간을 정치와 경제의 도구로 격하시키고 물질주의 속에 비인간화를 촉진하였다. 김수환 추기경에 의하면, 우리가 체험하는 비인간화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생명경시 풍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사람의 생명까지도 귀하게 여기지 못하는 것은 사람의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 말씀은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에게 인간생명에 대한 존경심은 “인간 존엄성 앞에 당연히 가져야 할 외경심”이다. 그래서 인간 생명에 대한 존경과 보호가 배제된 인간의 존엄과 인권 수호는 어불성설이다. 이에 대한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을 좀 더 들어보자.

생명의 권리는 인간의 모든 권리 중에서 가장 기본적 인권입니다. 이것이 무시될 때 다른 인권이 잘 지켜질 수 없습니다. 낙태로 말미암은 윤리의식 결핍, 가치관 실종은 이같이 살인을 초래하고 우리 자신과 나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심각한 사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모든 생명 운동에 찬동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구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 운동은 근본적으로 태아의 어린 인간생명을 지키는 낙태 방지에 뿌리를 두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 생명의 시작이요, 기초인 태아의 생명, 그 생존권을 무시하고는 참 생명 운동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수환 추기경, 낙태방지 심포지엄 격려사, 1991. 4. 30])

생명을 예사롭게 죽이는 사회 속에서, 그것을 또 방치할 뿐 아니라 오히려 조장하는 정치사회 풍토 속에서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온갖 반인류적, 반생명적 범죄가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 존엄성을 무시하면서 인권이 유린당하는 근원적인 원인은 인간 생명 존중이 부재하기 때문이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실에 대한 감각이 점차 둔화되고 있으며, 가장 단적인 사례가 낙태에서 드러나고 있다.

인간 존엄성은 천부적이다. 이 사실은 인간 생명이 시작할 때부터 이미 주어진 것으로서 인간의 기준이나 잣대로 가름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최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 공개된 주요 대통령 후보자들의 “인간 생명과 낙태”에 대한 사고는 매우 우려될 만큼 생명경시 풍조를 담고 있다. 더욱이 태아 생명의 가치를 사회적 합의에서 찾으려는 태도는 생명을 예사롭게 죽이는 사회를 방치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인간의 존엄과 인권 수호를 외치면서, 동시에 사람 자체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생명경시 풍조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여 정치, 경제에서도 인간을 비인간화시키고 있음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그런데 그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바라는 민주화라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 자체라기보다 인간화”일 것이다. 곧 우리가 모든 인간의 생명을, 그 시작부터 귀하게 여기고 사람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인간화 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화를 이끄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주요 책무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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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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