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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날-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담화 해설

관리자 | 2010.05.31 12:46 | 조회 4282

생명의 날-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담화 해설

 

 

불법 낙태 합법화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생명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낙태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한 것은 낙태 허용 사유를 대폭 확대하려는 정치권 일부의 움직임에 강력한 항의 뜻을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낙태를 합법화하자는 주장은 그동안 일부 여성계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낙태의 대부분이 사회ㆍ경제적 사유인 만큼 이를 무조건 막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홍일표(한나라당) 의원이 4월 12일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모자보건법을 현실에 맞게 바꾸자는 것인데, 불법 낙태를 합법화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형법에서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모자보건법을 통해 극히 예외적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예외적 경우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을 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이 산모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낙태는 대다수가 사회ㆍ경제적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모자보건법이 제시하는 허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얘기다.

 

 실례로 2005년 전국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공 임신중절 수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낙태 시술 추정건수는 34만2300건이고, 이 가운데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시술 추정건수는 1만4900건으로 4.4%에 불과했다. 불법 인공 임신중절 수술로 인한 처벌은 2007년 7건, 2008년 9건, 2009년 8월까지 3건밖에 되지 않았다. 불법 낙태에 따른 처벌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홍 의원의 개정안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 낙태 처벌을 강화하자는 게 아니라 거꾸로 불법의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처벌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 허용사유에 사회ㆍ경제적 사유를 추가하고, 낙태 허용기간을 법률에 명시(사회ㆍ경제적 사유 12주, 기타 사유 24주)하며, 낙태 시 2회에 걸친 상담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 현행법에 따라 처벌을 강화해도 모자라는 판에 사회ㆍ경제적 사유를 추가함으로써 처벌 기준을 완화할 경우 낙태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교회의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프로라이프 의사회(회장 차희제)는 6일 한나라당을 비롯한 각 정당에 질의서를 보내 개정안이 지닌 문제점을 짚었다.

 

 질의서는 △현재 만연하고 있지만 불법인 낙태 사유, 즉 '사회ㆍ경제적 사유'에 따라 태아를 마음대로 죽이는 것에 대한 당의 입장은 무엇인지 △이러한 낙태 사유들을 합법화하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낙태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낙태 건수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는지 등을 물었다. 개정안에 따라 사회ㆍ경제적 사유가 허용될 경우 생명을 마음대로 죽이는 낙태가 지금보다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 총무 송열섭 신부는 "우리나라와 여러 선진국들이 사회적 여건이나 문화적 배경에서 아주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사례를 들어 낙태를 합법화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생명수호 의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힘을 모을 것을 호소했다.

 

평화신문 [1070호][2010.05.30]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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