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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아이, 그 빛과 그늘 당당한 사랑, 공개입양

관리자 | 2010.05.12 10:23 | 조회 4672
 
가슴으로 낳은 아이, 그 빛과 그늘 <상> 당당한 사랑, 공개입양
“엄마·아빠는 너희 넷 똑같이 사랑해 … ”
아버지 이기남씨, 어머니 박동숙씨가 4남매와 함께 환한 표정으로 가족 사진을 찍었다. 큰아들 윤종군을 제외한 세 아이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다. 박씨는 늘 아이들에게 “입양이란 한 가족이 돼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큰딸 이윤경(10)·2001년 6월 입양, 큰아들 윤종(19), 막내 아들 윤겸(5)·2006년 11월 입양, 둘째 딸 윤주(7)·2003년 5월 입양(왼쪽부터) [한국입양홍보회 제공]

11일은 제5회 ‘입양의 날’이다. 2005년 비밀입양 위주의 국내 입양 문화를 개선하고자 제정됐다. 입양을 둘러싼 편견이 있지만 당당히 공개입양을 택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사랑으로, 가슴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이들과 입양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큰딸이 점심을 먹는데 친구가 다른 애들한테 갑자기 ‘얘, 입양됐대’ 하더래요. 아이 친구가 저한테 ‘아줌마는 얘 진짜 엄마 아니죠?’ 하고 물은 적도 있어요.”

 

9일 오후 서울 삼청동 언덕배기의 한 낡은 한옥집. 책과 장난감·옷 등이 마루와 방 곳곳에 쌓여 있고, 벽들은 온통 아이들 사진이다. 박동숙(48·청운중 특수학급 인턴교사)씨는 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는 세 아이를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큰딸 윤경(10·초등 4년), 둘째딸 윤주(7·초등 1년), 그리고 막내 아들 윤겸(5). 2남2녀 중 큰아들 윤종(19)군을 제외한 그 세 아이는 모두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이다. 당당히 입양 사실을 공개하고 살지만, 가끔씩 그런 씁쓸한 일을 당하곤 한다.

 

“그럴 때면 아이들을 안고 얘기해줘요. 그 애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 거니까 우리가 이해해줘야 한다고요. 엄마가 너희를 낳지 않은 건 맞지만 이렇게 사랑하고 같이 사니까 가족이라고.”

 

박씨는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서인지 아직도 이웃이 자녀의 입양 사실을 눈치챌 때마다 이사 다니는 분들이 있다”며 “하지만 부모가 쉬쉬하면 아이도 입양된 것을 부끄러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나중에 알게 될 경우의 충격을 줄이고 부모의 사랑도 심어주기 위해 입양 사실을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 무역업을 하는 남편 이기남(50)씨와 함께 학원강사로 맞벌이를 하던 박씨는 윤종이를 낳은 뒤 오랫동안 피임을 했다. 그러다 뜻밖에 아이를 가졌지만 곧 유산이 됐다. 갑자기 아이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이젠 불임이었다. ‘입양’이란 단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2001년 6월, 박씨는 서울의 성가정입양원을 통해 윤경이를 처음 품에 안았다. 앞서 남편과 아들 설득에 1년 가까이 걸렸다. 입양가족모임 등에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남편과 아들이 윤경이에게 정을 붙일 무렵, 박씨는 또다시 입양 얘기를 꺼냈다. “윤경이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동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남편과 아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박씨의 설득에 또 무너졌다. 2003년 윤주가 왔다. 2006년 막내 윤겸이를 입양한 뒤 남편은 “당신이 힘들지 난 힘들 거 없다”며 격려해줬다.

 

대입 재수 중인 윤종군은 요즘도 독서실 다니는 틈틈이 동생들과 놀아주는 최고의 오빠·형이다. 윤경이를 데려왔을 때, 박씨는 윤종이에게 우유나 기저귀 심부름을 많이 시켰다. 철봉에서 떨어져 목발 짚고 다니던 아이를 수퍼에 보내기도 했다. “사람들이 ‘버려진 애 키우느라 자기 애는 내팽개쳐둔다’고까지 했죠. 비 오던 어느 날 우산을 씌우며 윤종이 어깨를 감싸줬더니 ‘엄마, 그동안 외로웠어요’ 하더라고요. 얼마나 미안하던지….”

 

#. 박씨는 윤경이 때만 해도 ‘건강한 아이’를 입양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내 아이도 바라는 대로 낳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숙아로 태어난 윤주, 태어날 때의 문제로 폐질환을 앓던 윤겸이를 선뜻 받아들인 이유다. 다행히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

 

그동안 일을 그만뒀던 박씨는 지난해부터 다시 중학교 인턴교사로 근무한다. 아이만 키우다 보니 답답해진 데다, 생활비도 보태기 위해서다. 원래 사교육에는 관심이 없던 박씨지만, 요즘엔 해줄 형편도 못 된다. 학교 방과후 교실을 이용하는 정도다. 대신 틈만 나면 가까운 데라도 여행을 다닌다. 아이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은 박씨의 보물 1호다.

 

5월이면 박씨는 유난히 신경이 쓰인다. 학교에서 생명·가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년 초마다 아이들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미리 부탁 드려요. 가족에 대해 가르치실 때 제발 입양가족 얘기도 해달라고요.”

 

김정수 기자





이배근 중앙입양정보원장 “아이를 위해서도 양부모 요건 검증된 공개 입양이 바람직”

쉬쉬하며 입양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아이의 뜻도 존중하고, 좋은 환경도 만들어주려면 공개 입양이 바람직합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입양정보원 이배근(사진) 원장은 “아직도 암암리에 미혼모 아이 등을 데려다 키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공개 입양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입법화를 추진 중인 입양특례법 개정안에도 ‘아동의 이익 우선 원칙’이 담겼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양부모 될 자격 요건을 강화해 아동 학대나 범죄 경력이 있는지, 가정환경은 아이를 기르기에 적합한지 등을 조사하게 된다. 또 15세 미만의 아동도 입양 시 아이의 수락 여부를 최우선 존중해야 한다. 입양을 파기하는 ‘파양’ 규정을 구체화하고, 파기할 경우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게 해 입양이 악용되는 불상사를 방지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입양은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며 “성인이 된 입양인이 뿌리를 찾고자 할 경우를 위해 친부모 등 출생정보에 대한 접근권도 개정안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홀트아동복지회·동방사회복지회·대한사회복지회 등 전국 23개 입양기관의 협력을 받아 통합 정보망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201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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