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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살예방&생명사랑](1)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관리자 | 2010.04.19 16:34 | 조회 4522

[자살예방&생명사랑](1)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ㆍ경향신문 - 한국자살예방협회 공동기획
ㆍ“죽고 싶다” 속뜻은 “날 도와줘”… 절박한 외침을 들어주세요


경향신문이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함께 정신건강의 달 4월과 가정의 달 5월에 걸쳐 ‘자살예방-생명사랑’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대한민국은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입니다. 하루 평균 35명, 한해 1만280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 공화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자살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기업, 국가가 힘을 합쳐 막아야 하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경향신문은 이번 자살 예방 시리즈를 통해 전문의, 사회 단체, 정책 당국자 등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도 제시할 것입니다.

#사례 1

“학교를 끝나고 집에 온 후 30분 정도 지나면 저는 학원으로 향하고, 학원이 끝나면 밤늦게 집에 돌아옵니다. 이런 생활 때문에 몸이 많이 아프고, 아픔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컴퓨터 게임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게임할 시간이 있으면 공부나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아픈지 안 아픈지도 모른 채로 말이죠.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집에서도 스트레스만 늘어납니다. 아무도 제 심정을 모릅니다. 가끔 자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우울한 소년)

“학교, 학원, 집을 오가는 생활의 반복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더욱이 님의 외롭고 힘든 상황을 몰라주는 부모님에 대해 서운한 마음도 들겠죠. 그런 감정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쌓이게 되면, 분노감에 어느 순간 충동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님의 힘든 마음을 부모님께,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님이 즐겨할 수 있는 활동, 혹은 운동 시간을 배정해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어떨까요.” (상담위원 kasp 7)

#사례 2

“만사가 우울하게 느껴집니다. 우울증 심하면 자살하죠. 자살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고 정신적인 고통이 엄청나게 심하거든요. 느껴보지 않으신 분은 모르실 겁니다. 지옥이 있다면 이맛이겠구나 할 거예요.” (고통이)

“우울한 감정은 자살충동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에 매우 위험합니다. 따라서 님의 우울감에 대한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며, 우울증의 경우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함을 권고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상담위원 kasp 17)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운영하는 사이버 상담실(www.counselling.or.kr)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담 글이다. 이곳에는 “도와주세요, 살기 싫어요, 너무 힘들어요, 사는 낙이 없어요, 죽고 싶어요, 우울해요” 등등의 호소가 넘쳐난다. 앞에서 예로 든 것은 평범한 경우로 오히려 심각성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사이버 상담실에는 이런 ‘보통 사례’가 수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사람만이 자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자살을 떠올리는 이들은 이렇게 평범하고, 이렇게 많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죽을 것을 주위에 예고한다고 한다. 또 10명 중 8명은 왜 자살을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힌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죽음학’ 교수이자 미국자살협회의 창립자인 에드윈 쉬나이드맨 박사의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죽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의 속마음은 “살고 싶다”라는 것이다. 자살자들은 대부분 죽음을 결행하기 전에 “나 좀 도와줘”라는 신호를 주위에 보낸다. 막다른 골목에서 누군가를 향해 제발 도와달라고, 출구를 알려달라고 소리 없이 외친다. 자살 예방은 그 ‘침묵의 소리’를 제때, 제대로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흔히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자살을 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자살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말이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자주 올리는 사람은 실제로 자살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자살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 넘쳐난다. “한번 자살을 기도한 사람은 평생 동안 자살하려 한다”는 말도 자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은 일정 기간만 그런 경향을 보인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자살을 막으려면 자살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자살에 대해 근거 없는 편견을 버려야 자살하려는 사람을 이해하고 돕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 쉬나이드맨 박사의 지적이다.

자살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가운데 하나는 “자살은 부유층 혹은 빈곤층에서 자주 일어난다”는 속설이다. 또 “자살하려는 사람은 모두 불행하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도 말한다. 이 또한 자살에 대한 억측에 불과하다. 자살은 부유층 혹은 빈곤층 등 어느 한 계층이 아닌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골고루 일어나며,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꼭 정신이상인 것은 아니다. 자살하는 이들은 뭔가 남다르다는 색안경을 끼고 있으면 자살하려는 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잡아낼 수 없다.

하규섭 자살예방협회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은 “주변의 누군가 자살의도를 모호하게 드러낸다고 해서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면서 “건성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깊은 애정을 갖고 세심하게 관찰하면 이 같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의 관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죽기 전에 “죽고 싶다”는 흔한 표현에서부터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에 이르기까지 암묵적이든 구체적이든 자살 의도를 밝힌다. 이때 문제 자체를 해결해주지는 못할지라도 다정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거나, 마음을 열고 상대의 고충을 들어주면 벼랑 끝에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아 탈출구를 찾지 못해 죽음을 생각하고, 실제로 자살 기도까지 했던 한 자영업자의 사연(자살예방협회 사이버상담실 미담사례)은 우리에게 자살 예방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전에는 세상을 접습니다, 죽을 겁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빚이 많아 그렇게 글을 올리고 자살도 시도했지만 이젠 살 겁니다. 저와는 관계없는 어느 사장님의 따뜻한 말씀 한마디가 큰 격려가 됐습니다. 누군가 내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큰 위로로 다가왔지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현실을 도피하고, 두려워 했던 제 자신의 문제였다는 걸 깨우친거죠. 그렇다고 빚이 해결된 건 아니지만 이제부터 피나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다시 돈도 모을 겁니다. 자살을 반대로 하면 살자죠. 살 겁니다. 앞으로 아무리 힘들더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겁니다.” (avantexd2)

■ 생명지키기 7대 선언

1. 생명은 그 자체로서 존엄하며 최우선의 가치로 존중되어야 한다.
2. 생명에 대한 위협은 허용될 수 없다.
3. 자살은 어떤 이유로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여서는 안된다.
4.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을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5. 모든 사람은 최선을 다하여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구하여야 한다.
6. 개인과 사회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여야 한다.
7. 정부는 생명존중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당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 생명사랑·자살예방 상담 핫라인


△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129)
△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 - 0199         1577 - 0199)
△ 자살예방협회 사이버상담실(www.counselling.or.kr)
△ ‘친구야’ 문자상담(SKT 010 011 017/ #1388)
 
[경향신문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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