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강연회에 마리나 카지니 교수 특별 강연
“대리모는 ‘자궁 대여’, 인간 몸을 기계화하고 짓밟는 폭력”
“낙태 부추길 가능성 높아져”
‘사고방식과 문화는 엄격히 판단하되, 사람은 구해야 한다.’ 대리모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로마 성심 가톨릭대학교 생명윤리 및 안전학과 마리나 카지니(Marina Casini) 교수는 5월 13일 오후 7시 온라인 특별 강연회에서 대리모 문제의 기술·문화적 맥락을 설명하고 폐해와 대책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대리모와 몸의 소외’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회는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원장 정재우 세바스티아노 신부)이 평소 수업에서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그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들음으로써 재학·졸업생들의 식견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생명대학원은 생명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몸이 지닌 본연의 가치나 인격적 의미는 부정, 망각되고 단지 생물학적 기능을 가진 물질·도구 차원으로 다뤄지는 ‘몸의 소외’ 상황을 올해는 대리모 문제로 짚었다.
카지니 교수는 대리모 문제를 ‘자궁 대여’라고 표현하면서 인간의 몸을 기계처럼 여기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자궁을 제공하는 등 몸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물건처럼 생각하고, 이러한 몸에 대한 폭력은 그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인격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상황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모성, 출산 의미를 변질시킨다고 밝힌 카지니 교수는 대리모 문제에 있어 인공 수정 기술로 인간 생명뿐 아니라 부모됨도 조작된다고 비판했다. 대리모 문제는 문화적으로 자녀에 대한 권리 주장이며, 모든 것을 계획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카지니 교수는 이러한 문제는 여성 정체성에 상처를 입히고, 심리·신체적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리모가 죽음에 처할 수 있는 위험, 마음에 안 들면 아기를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낙태의 사고방식을 부추길 위험도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생산·상업적 사고방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버리는 문화, 변덕의 문화와 관련이 있고, “우리는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모,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 문화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