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낙태권 허용한 ‘로 대 웨이드’ 판결 49년 만에 뒤집히나
공개된 연방대법원 판결 초안
1973년 여성 낙태권 보장했던
당시 판결과 반대 입장 확인
【외신종합】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을 전망이다. 이에 미국주교회의 생명위원회 위원장 윌리엄 로리 대주교는 신자들에게 낙태권이 폐지되도록 계속해서 기도와 단식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는 5월 2일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돕스 v. 잭슨 여성 보건 기구’(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소송 판결문 초안을 공개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이 판결문 초안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밝혔다. 얼리토 대법관은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해 “논리가 매우 약하고 판결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으며 분열을 심화했다”며 “우리는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여성의 낙태권을 허용했다. 이 판결에 따르면, 태아의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임신 22∼24주 이전까지 임신중절이 가능하다. 이후 연방대법원은 1992년 ‘케이시 판결’(Planned Parenthood v. Casey)에서 낙태 합법화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미국 볼티모어대교구장인 로리 대주교는 “이번에 유출된 연방대법원 판결문 초안은 이러한 중대시기에 우리가 시급하게 기도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가톨릭 신자로서 우리는 모든 태아와 산모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리 대주교는 “가톨릭교회는 계속해서 생명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증거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을 위한 활동을 배가해 이들을 동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로리 대주교는 “이에 우리 주교단은 모든 신자들에게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더 많은 기도와 단식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면서 “우리는 법이 바뀌길 바라는 한편 도움이 필요한 모든 임산부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밀워키대교구는 5월 3일 성명을 통해 “만일 이번 초안이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동안 낙태로 희생된 6200만 명의 태아들이 천국에서 기뻐할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은 생명 대신 죽음, 빛 대신 어둠, 선 대신 악을 선택하는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방대법원은 유출된 문서가 ‘진본’이라고 확인했지만 “사건 쟁점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나 어느 구성원의 최종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캔자스대교구장 조셉 나우만 대주교는 “이번 판결문 초안 유출은 낙태권을 폐지하려는 연방대법원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방대법원이 심리 중인 사건의 판결문 초안을 유출시킨 것은 이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연방대법원은 가능하면 빨리 실제 판결문을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