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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3년 미룬 낙태죄 보완입법 서둘러야 (22.03.27)

관리자 | 2022.03.23 11:10 | 조회 886

새 정부, 3년 미룬 낙태죄 보완입법 서둘러야

윤석열 대통령 시대, 공약과 가톨릭교회의 정책 제언 - (1)생명과 가정






가톨릭평화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시대 출범을 앞두고 가톨릭교회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한 정책 제언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주제는 생명과 가정, 생태와 기후위기, 복지와 나눔, 평화 등이다. 그동안 윤 당선인이 연설과 자료집 및 인터뷰 등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떤 공약을 발표했는지, 각각의 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정리한다. 또 이들 주제에 대해 교회는 어떤 입장인지, 그리고 공약과 다를 경우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오늘은 첫 번째로 ‘생명과 가정 분야’다.



양팔 저울 위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생명과 가정 분야에서 가톨릭교회가 우선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은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불합치 결정을 받은 형법 낙태죄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조화시키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지 3년, 시한으로 정한 날짜가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수차례에 걸쳐 보완입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지난해에도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위원장 이성효 주교)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형법 개정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가정과 생명위는 “태아를 희생시키고서는 대한민국이 행복할 수 없기에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법안을 조속히 입법하라”고 요구했다. 사실 보완입법도 낙태를 금지하는 교회의 방침과 어긋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촉구를 한 것은 아무런 법적 보호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태아가 내몰리는 더 큰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윤 당선인이 생명과 가정 분야에서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과제도 국회에서 낙태죄 보완입법이 통과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태내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 존속과 관련된 일이 되었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 대해,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수용해가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서 법을 만들자는 뜻이다. 윤 당선인의 생각은 낙태를 반대하는 교회의 방침과는 어긋나지만, 낙태를 완전 자유화하자는 일부 의원들의 법안보다는 진전된 입장이다.



임신에서 양육까지 국가적 책임 강화

임신ㆍ출산ㆍ양육에 대해 윤 당선인은 그동안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우선 ‘임신·출산 전 성인 여성 건강검진 지원 확대’, ‘모든 난임 부부에 치료비 지원’, ‘난임 휴가 기간을 3일에서 7일(유급)로 확대’, ‘임신·출산과 직접 연관성 있는 모든 질병의 치료비 지원 확대’, ‘산후우울증 치료를 포함한 산후조리에 대한 국가 지원’, ‘자녀 출생 후 1년간 월 100만 원 부모급여 제공’,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를 현행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는 안을 밝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공약은 소외된 싱글파파 즉,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에 대해서도 싱글맘과 같이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가톨릭교회는 “임신ㆍ출산ㆍ양육에 대해서는 개인과 함께 국가와 사회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남성과 여성이 함께 안정적으로 자녀를 낳아서 책임지고 기를 수 있는 물질적 토대와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 큰 차이는 없는 만큼 얼마나 공약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재 여성가족부와 일부 국회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비혼 동거’와 ‘사실혼’에 대해 윤 당선인은 “전통적인 가족형태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 형태의 보호가 해당 가정의 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와 연결된다면 불가피한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 ‘비혼 동거’와 ‘사실혼’처럼 법적 가족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평생을 함께하는 부부의 일치와 사랑,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가정의 고유한 개념과 소명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비혼 동거’와 ‘사실혼’이 시대 흐름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정책을 확대할 경우 교회와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은 “가족의 법적 개념이나 정의를 변경하는 시도보다는 여러 가정 형태에 따라 다양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가족의 법적 개념이나 정의를 변경하거나 삭제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교회 입장도 다르지 않다.



차별금지법에 부정적, 성별 선택 반대

윤 당선인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현재 일부 국회의원들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며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는 취지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까지도 포함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교회는 차별금지법안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남녀의 생물학적 성의 구별을 거부하고 자신의 성별과 성적 지향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반대한다. 윤 당선인은 “부문별로 차별 금지 관련 법안과 제도가 존재하는데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따로 떼어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교회보다 더 강경한 편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임기 내 이런 입장이 유지되는 한 교회와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적은 게 현실이다.



한부모 가족 등 지원 강화, 누범 강력 범죄 처벌 강화

윤 당선인은 한부모 가족 자립, 아동보호, 성폭력 방지 등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우선 한부모 가족의 ‘자립’을 돕기 위해 한부모가족 지원 증명서 발급기준을 현행 기준 중위소득 52%에서 100%로 상향하고, 한부모 자녀 양육비 지원기준을 현행 기준 중위소득 60%에서 80%로 상향하기로 했다. 일하는 부모 지원을 위해 육아휴직 기간과 부모 총 육아휴직을 각각 1.5년과 3년으로 확대하고,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학대위기 아동·청소년의 신속한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정책도 내놨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피해아동쉼터를 추가 설치해 전국 모든 아이를 아동학대로부터 신속히 발견한다는 계획이다. 또 보호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대폭 증원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 장기적으로 많은 현장 전문가를 확보한다는 약속도 했다. 아울러 성폭력·유괴·살인 등 특정 사범의 누범에 따른 전자감독장치 평생 착용 의무화 도입, 성폭력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는 안도 제시했다.



여가부 폐지, 사형제 폐지는 합의 필요

이밖에 윤 당선인은 대표적인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놨다. 대선 후인 13일 윤 당선인은 “여성가족부는 이제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폐지 방침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최형두(다니엘) 의원은 “여성의 인권과 양성평등과 가족들의 가치에 부합하고 청소년과 노인까지 아우르는 부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여성가족부 폐지는 여성이라는 특정성에 치우친 부처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괄하고 가족과 아동을 중시하는 부처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다만 여성가족부 폐지는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한편, 윤 당선인은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제20대 대선 주교회의 정책 질의서 대선 후보 답변을 통해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형제 완전한 폐지는 사회의 성숙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한다고 보고 사형제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15대 국회 이후 사형제 폐지 법안은 매번 발의됐으나 통과되지는 않았다. 현 21대 국회에도 사형제 폐지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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