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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를 위한 기도가 언젠가는 당신에게 닿기를 (22.03.27)

관리자 | 2022.03.23 11:09 | 조회 1000

태아를 위한 기도가 언젠가는 당신에게 닿기를

사순에 만난 사람 (2) 가장 약한 생명을 위해 기도하는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참가자들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합시다. 포기하지 않으면 제때에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회가 있는 동안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합시다.”(갈라 6,9-10)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사순 시기 담화 주제다. 교황은 사순 담화를 통해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이들, 버려지고 거부당한 이들,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이들을 사랑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자”고 촉구했다. 사순 시기를 맞아, “낙심하지 않고 계속 좋은 일을 해 나가는 이들을” 만나봤다.



2021년 가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주변에서 이뤄졌던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가 올해 봄 3월 2일 재의 수요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40일을 시작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8차선 왕복 도로를 앞에 둔 인도 한편에서 조용히 기도를 바치던 이들이 해를 넘겨 다시 모였다. 봄기운이 스며드는 3월 10일과 13일 두 차례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엄격해 기도를 하려면 정해진 시간에 딱 1명씩만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 여러 명이 참여해도 무방했다. 지난해는 또 천주교회와 개신교회가 요일을 정해 자리를 지켰지만, 올해는 요일을 나누지 않고 누구라도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오가는 이들은 여전히 무심했지만, 기도하는 이들은 낙심하는 기색 없이 오롯이 기도에 집중했다.

10일 오후 기도 참가자가 적은 것 같아 하던 일도 접고 왔다는 장숙의(마리아, 69, 서울대교구 교구생명분과 중서울대표)씨는 “우리가 하는 기도는 겨자씨 같다”고 말했다.

“성경을 보면 겨자씨는 세상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땅에 뿌려져 자라나면 어떤 풀보다 커지고 큰 가지를 뻗는다고 하잖아요. 우리 기도도 응답이 없는 듯하고 아무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큰 울림이 있으리라 믿어요.”

홀로 현장을 찾은 황순희(63, 온누리교회)씨는 “젊은 사람들이 생명 문제에 눈을 떴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를 지우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듯해서 안타까워요. 이 기도는 40일간 같은 장소에서 기도하는 거잖아요. 출퇴근하거나 등교하는 사람들은 매일 우리를 볼 텐데, 분명히 어떤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날씨가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한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니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두꺼운 겨울 패딩을 챙겨 입은 서윤화(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운동 한국본부 공동대표) 목사는 “지난주엔 핫팩도 소용없을 정도여서 기도하는 분들이 모두 고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태아들이 당하는 죽음의 고통과 비교할 건 아니었다. 날이 추워도, 비가 내려도 기도는 멈출 수 없는 일이었다.

주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는 한국 콜롬버스기사단 회원들이 주로 기도를 맡고 있다. 콜럼버스기사단 부천지역 대표 임영범(요셉, 63)씨와 부대표 김배림(바오로, 61)씨는 “누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하는 일이 아니다”고 했다. 임씨는 “다들 그냥 지나쳐가지만, 빗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기도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성정은(42, 온누리교회)씨는 두 자녀와 함께 기도를 바치러 왔다. 중학교 3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은 엄마 성씨와 함께 한 시간 동안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성씨 가족은 지난해에도 기도 운동에 참여했다. 아들 고휘찬군은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걸 다 막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기도가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기도에 함께하는 이들은 모두 한결같은 마음이었다. 결코 낙심하지 않고 기도를 이어가는 이들은 입을 맞춘 듯 희망을 노래했다.



“생명 수호, 기사단의 핵심 정신”

한국 콜롬버스기사단 국가평의회 문찬웅 부의장·홍성태 생명위원장




“한국에서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가 시작한다고 했을 때 콜럼버스기사단이 당연히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생명을 지키는 일은 우리 기사단의 핵심 정신이거든요.”
 

문찬웅(바오로, 사진 왼쪽) 부의장과 홍성태(마태오) 생명위원장은 “미국이나 유럽 콜롬버스기사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운동에 참가해 왔다”고 말했다.
 

문 부의장은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와 생명대행진 등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낙태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 기사단 형제들도 생명운동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한 70대 형제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젊었을 때 셋째가 생겨서 그 아기를 지웠는데 평생 한으로 남았다고요. 그 시절엔 나라에서 낙태를 권하던 때여서 그랬지만, 그래도 그래선 안 됐다는 걸 알게 되신 거죠. 콜롬버스기사단 내에서도 생명의 중요성과 낙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지난해보다 기도 운동에 참가하는 인원이 부쩍 늘었습니다.”(문 부의장)
 

홍 생명위원장은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우리의 기도가 가 닿아 한 생명을 살릴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개신교 신자들과도 함께해서 더 좋더라고요. 교회 일치 차원에서 모범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지금은 사순 시기라 보속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문 부의장과 홍 생명위원장은 “교황 사순 담화 주제가 꼭 우리 상황과 맞는 듯 싶었다”면서 “열매를 맺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생명 운동에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느님 믿는 사람이 나서야죠”

아름다운 피켓 대표 서윤화 목사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니까요.”
 

서윤화 목사<사진>는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거리에서 팻말을 들고 낙태 실상을 알리며 태아 살리기에 나선지 11년째다. 이번 사순 시기에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운동이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서 목사 역할이 컸다.
 

“1년에 한 번 가을에만 기도 운동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이 운동은 세계적으로 봄과 가을 두 번 열리거든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기도 중에 하느님께서 ‘내가 원하는 일’이라는 답을 주셨어요.”
 

사람도 운영비도 홍보도 모두 부족한 상황이었다. 서 목사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니 도와주실 거란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죽어가고 있는 태아를 생각하니 더는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마음을 먹고 일을 진행하니 꼭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 도움의 손길이 답지했다.
 

“온누리교회, 신촌감리교회, 오륜교회 등 대형 교회에서 참여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전에 참여했던 분들도 또 함께하겠다고 하시고요. 특히 주일엔 가톨릭 콜롬버스기사단 분들이 맡아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서 목사는 “생명운동, 특히 낙태엔 사람들이 너무나 무관심하다는 걸 느낀다”면서 “그래서 더욱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칠 때도 많이 있죠. 목사님들 중에선 낙태를 찬성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그래도 단 한 명의 태아를 살릴 수 있다면 우리 신앙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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