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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실험 성공보다 이면의 윤리적 문제 고려해야

관리자 | 2017.08.24 10:11 | 조회 3876
긴급진단 - ‘유전자 가위’ 기술 어떻게 볼 것인가 

인간 배아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고 교정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공동 연구진은 3일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인간 배아에서 유전성 난치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잘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 언론은 앞다퉈 이 소식을 전하며 ‘유전성 난치병 치료의 길이 열렸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국내 언론은 미국에서 실험이 이뤄진 것을 주목하며 인간 배아를 이용한 연구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과학계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생명윤리학계는 “이번 실험은 유전자 교정 과정을 성공했을 뿐, 그것이 유전병 치료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면서 유전자 교정이 유일한 유전병 치료법인 것처럼 과장하는 언론 보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인간 배아 연구를 반대하는 가톨릭 교회는 “인간이나 다름없는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건 곧 생체 실험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윤리적 차원의 장기적 위험과 부작용

한국생명윤리학회(학회장 구영모 교수)는 4일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에 대한 긴급 집담회’를 열고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 기술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를 논의했다. 학회는 집담회를 통해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 연구가 ‘맞춤형 아기’를 생산할 위험성을 내포한 연구라는 데 뜻을 모았다. 학회장 구영모(토마스 아퀴나스, 울산대 의대) 교수는 11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과 인터뷰에서 윤리적 차원에서 이 연구가 가지고 올 장기적인 위험과 부작용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한미 공동 연구진을 이끌고 있는 학자들이 생명공학 바이오 벤처를 소유한 기업인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인간 배아 연구 금지에 대해) 연구의 자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산업체와 기업체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지영현 신부는 “유전자 문제는 돌연변이 유전자 하나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돌연변이 유전자 하나를 고쳤다고 해서 유전자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이 어떠한지는 누가 알겠느냐”며 생명윤리법을 개정해 인간 배아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생명체 인간 배아, 실험 도구 안 돼

가톨릭 생명 윤리에 따르면 인간 생명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렇기에 세포 덩어리처럼 보이는 인간 배아 역시 인간이기에 실험 도구로 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정재우 신부는 “살아있는 배아를 연구하는 건 살아있는 인간을 연구하는 것과 같다”면서 “인간 생명을 파괴하지 않는 연구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신부는 또 “인간 배아에서 유전자를 편집, 교정하는 건 결국 배아를 설계하고 이에 부합하는 배아만 취사선택하는 관념이 담겨 있다”면서 “사실상 맞춤형 아기를 생산하는 출발점이기에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위 기사는 가톨릭평화신문에서 발췌한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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