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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봉사활동하다 장애아 입양

관리자 | 2017.07.31 14:28 | 조회 5016

http://news.joins.com/article/21801325

 [복지온돌방 36.5] 30년 봉사활동하다 장애아 입양..."미혼모·입양 가정 위한 동화책 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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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엔 몰랐어요. 그런데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중엔 우리 아기를 어떻게 여기다 두고 가지 그런 생각이 들었죠."

 
김리온씨와 주변 지인들이 딸 서연이의 입양을 축하하며 연 파티. 서연이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지만 김씨에겐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다. 김씨는 처음 볼 때부터 특별한 감정을 가져다준 서연이의 후원자로 시작해 이제는 엄마가 됐다. [사진 김리온씨]

김리온씨와 주변 지인들이 딸 서연이의 입양을 축하하며 연 파티. 서연이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지만 김씨에겐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다. 김씨는 처음 볼 때부터 특별한 감정을 가져다준 서연이의 후원자로 시작해 이제는 엄마가 됐다. [사진 김리온씨]

  맑고 동그란 눈을 가진 아이. 상투적 표현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낀 심정이다. 신발 디자이너이자 구두 전문 회사 신(SYNN) 대표인 김리온(40)씨는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3년 전 서연이(4)와 만난 첫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영아원에서 처음 마주친 '서연이' 후원자서 엄마로 "식구들 닮은 시크한 딸" 여느 아이와 달라도 애정

"누구 애인지도 모르는데" 주변 편견에 아픔 겪어

위탁·입양 경험 바탕으로 미혼모 지원에도 적극적

초등생 때 아빠와 고아원 간 후 30년째 봉사활동"다들 막막하게 생각하는데 전화부터 해봤으면"

향후 꿈은 자신 경험 담은 '어른용' 동화책 출판 "사람들 편견 깨고 싶어"…딸 이름으로 기부도


  평소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영아원 등에서 수많은 아이를 마주쳤지만, 서연이는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그저 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 달에 한 두 번이던 영아원 방문도 일주일에 두 번으로 늘어났다. 일대일 후원, 가정위탁, 입양…. 그렇게 서연이의 '후원자'였던 김리온씨는 어느덧 '엄마'가 됐다.
 
  사실 서연이는 여느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어 오른팔·다리가 약간 불편하다. 또래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보다 의사 표현도 조금 늦은 편이다. 그나마 처음 김씨와 만났을 때는 상태가 훨씬 심각해서 장애 1급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키우게 되면서 많이 나아졌다. 김씨는 “엄마와 아빠가 집에서 키우니까 서연이가 훨씬 좋아진 거 같아요.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얘 되게 잘하네요’라는 말을 하는데 되게 기뻤어요”라면서 웃었다.
김리온씨와 주변 지인들이 딸 서연이의 입양을 축하하며 연 파티. 서연이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지만 김씨에겐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다. 김씨는 처음 볼 때부터 특별한 감정을 가져다준 서연이의 후원자로 시작해 이제는 엄마가 됐다. [사진 김리온씨]

김리온씨와 주변 지인들이 딸 서연이의 입양을 축하하며 연 파티. 서연이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지만 김씨에겐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다. 김씨는 처음 볼 때부터 특별한 감정을 가져다준 서연이의 후원자로 시작해 이제는 엄마가 됐다. [사진 김리온씨]

  가슴으로 낳은 딸이지만 김씨에게 서연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여느 엄마처럼 한번 딸 자랑을 시작하니 그치지 않을 정도다. 남편과 양가 가족들도 서연이 덕분에 활짝 웃는다.

"아이가 안 하던 걸 새로 할 때 기쁘고, 안아줄 때가 기쁘고 매 순간이 행복하죠. 무뚝뚝한 저희 집 식구들 성격을 닮은 시크한 딸이에요. 말이 유창하진 않아도 시키면 ‘사랑해’ 이런 말도 해줘요. 서연이가 올해 돌아가신 친정 아빠랑 너무 가깝게 지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서연이에게 되게 고맙죠."

 
  하지만 서연이와 김리온씨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왜 그랬어, 누구 애인지도 모르는데." 툭툭 던지는 사람들의 말이 김씨의 가슴을 후벼파곤 했다. 잘못된 말이란 생각, 당사자가 상처받을거란 생각도 없이 입양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그대로 흘러나온 셈이다.
한사랑장애영아원(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봉사활동 중인 김리온씨(조끼 입은 사람 중 오른쪽).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방문해 딸 서연이 또래의 아이들과 놀아준다. [사진 김리온씨]

한사랑장애영아원(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봉사활동 중인 김리온씨(조끼 입은 사람 중 오른쪽).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방문해 딸 서연이 또래의 아이들과 놀아준다. [사진 김리온씨]

  이러한 경험은 김씨의 봉사활동에 영향을 줬다. 서연이를 데려왔던 한사랑장애영아원(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함께 찾아간다. 딸 또래의 중증 장애아들과 놀아주는 것이다. 김씨의 동생도 이곳 아이를 한 달에 2박3일 정도 집에 데려와서 같이 외출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미혼모 단기 보호 시설도 종종 찾아간다. 미혼모가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하는 곳에서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준다.

"20대 시절에 미혼모 시설 봉사활동을 처음 가봤는데 충격받았어요. 어린 나이에 아이 아빠도 없이 어떻게 아이를 낳았을까 생각한거죠. 그래서 한동안 안 갔는데 서연이를 입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나도 아이를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데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가 아이 낳아서 직접 키우는 걸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입양보내지 않고 엄마가 키우는 게 제일 좋은거죠."

한사랑장애영아원(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봉사활동 중인 김리온씨.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방문해 장애 아동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딸 서연이와 인연을 맺은 곳도 이곳이다. [사진 김리온씨]

한사랑장애영아원(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봉사활동 중인 김리온씨.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방문해 장애 아동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딸 서연이와 인연을 맺은 곳도 이곳이다. [사진 김리온씨]

  30년.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게 된 서연이와 '운명'처럼 만나기까지 필요한 세월이다. 김씨의 봉사활동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고아원에 간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부모 없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충격이 컸죠.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 지 몰랐어요. 대학교 다닐 때까지도 봉사활동을 계속 해도 마음 속으로는 편하지 않았어요. 신기하게 안 간다는 소리는 안 했지만 뭔가 불편한 마음이 가득차 있었죠"라고 말했다. 그래서 고아원이나 장애인 시설 등을 꾸준히 찾아가다 사람과 만나지 않는 봉사활동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교재를 녹음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다시 바뀌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쌓였다고 했다. 지금의 길로 이끌어주고 많은 이야기를 해줬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봉사활동하면서 스스로 생각이 많았는데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바뀐 거 같아요. ‘애들한테는 부모가 있는 게 가장 중요한거다’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고 고아가 될 수 있는 거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하셨던 말을 어느 순간 알겠더라구요. 그들이 불편할 것도 없고 나만 바뀌면 되는 거였죠."


  김씨는 어디에 봉사활동을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일단 '전화'부터 한다. 장애인 시설이나 미혼모 시설 등에 전화해서 이야기해보면 내가 가도 괜찮은 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 한 통도 어려워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한다. 
 
  그는 "봉사활동은 강요할 수 없지만 많이 해보셨으면 해요. 한 번 해보면 본인이 훨씬 기쁘다는 걸 알게 돼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인터넷 검색해보면 시설 정보도 많이 나오는데 봉사활동하겠다는 마음으로 전화하면 친절히 알려줘요.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막막하게 생각하는데 일단 전화부터 해봤으면 좋겠어요. 일단 처음 해보면 두번째, 세번째는 어렵지 않아요"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서연이 엄마의 꿈은 뭘까. 미혼모, 그리고 입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겪은 사회적 편견, 그리고 위탁·입양으로 키운 장애아 딸이 가져다준 행복을 남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는 의미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동화책’, 그것도 아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다.

"제가 봉사활동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탁ㆍ입양ㆍ미혼모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연이를 키운 경험과 여러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어른들이 많이 읽을 수 잇는 동화책을 쓸까해요. 요즘 사람들이 입양은 알아도 가정 위탁은 잘 모르거든요. 작더라도 사람들 편견을 깨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편견과 맞서는 김씨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입양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사랑하는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연이에게도 입양했다는 걸 알려야죠. 숨기면 나쁜 일이라서 숨긴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애기가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적당한 시기를 고민해봐야죠."

언론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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