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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커지는 ‘생명나눔’ 아직 부족해요”

관리자 | 2010.09.14 10:30 | 조회 4582

“나눌수록 커지는 ‘생명나눔’ 아직 부족해요”

<세계일보> 2010.09.09 (목)

 

장기기증 서약 늘었지만 선진국의 10% 불과

한해 환자 800명 이식 ‘순서’ 기다리다 숨져

 

 

 

 

“10년간 잃은 빛을 찾았습니다.”

 

노기자(66·여)씨는 20여년 전 각막이 얇아지는 원추각막이란 병을 앓아 오른쪽 눈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찾아간 병원마다 ‘회복이 어렵겠다’는 절망적인 진단뿐이었다.

 

이런 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각막 이식 덕이었다. 지난해 7월 한 병원에서 각막을 이식하면 시력의 80%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두 달 만에 수술을 받았다. 노씨는 “나에게 한쪽 눈을 주고 가신 분과 기증에 동의해 준 그분 가족께 항상 감사하며 기도드리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노씨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우리나라에서 노씨처럼 각막을 빨리 기증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장기기증의 날’인 9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08년 각막이식대기자가 3630명에 이르는 가운데 기증이 이뤄진 사례는 495건에 그쳤다. 각막 이식을 받기까지 대기기간은 평균 2338일에 달한다.

 

심장이나 폐, 췌장 등 다른 장기이식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장기 이식 대기자는 신장 8488명, 간 3501명, 골수 3426명 등 1만7000여명이었으나 뇌사자 기증자는 261명뿐이었다.

 

지난해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은 1870명. 한해 평균 800여명이 이식수술을 기다리다 생명을 잃는다.

 

2007년 기준으로 인구 100만명당 뇌사자 장기 기증자 수는 3.1명에 불과하다. 35.1명인 스페인이나 25.5명인 미국, 22.2명인 프랑스 등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치다.

그나마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이 꾸준히 높아지는 점이 위안거리다. 2000년 4만6938명이던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지난해 말 59만3679명으로 12.6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 한 해에만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이 20만6884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을 계기로 생명 나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음을 수치로 보여준다.

 

유가족 중 앞순위자(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순) 2명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던 뇌사자 장기기증도 1명의 동의만 받으면 되도록 관련법이 개정되는 등 제도적 뒷받침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장기기증이 선진국처럼 일상화·보편화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관심이 있는데도 장기기증 방법을 몰라서, 정작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고서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아 기증이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1명의 뇌사자 장기기증으로 9명에게 빛과 생명을 줄 수 있는 만큼 장기기증에 대해 바로 알고 동참하는 시민이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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