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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자 4. ‘피임,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인가?’(하)

관리자 | 2017.08.02 15:06 | 조회 4090

출처: http://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285105


‘성교육=피임교육?’ 왜곡된 인식 개선 시급하다


전용 콘돔 자판기까지 설치됐다.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교육현장에서조차 ‘성교육의 왕도는 피임교육’, ‘노콘노섹(콘돔 없인 섹스도 없다)은 상식’이라고까지 표현이 오가는 실정이다. 게다가 많은 의사들은 “피임약에 대한 오해와 무지 때문에 복용을 꺼리고, 이러한 결과는 낙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갖가지 피임 방법들이 일으키는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알고, 근본적으로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올바른 교육이 절실한 때다.


■ 무분별한 홍보

피임과 관련해 최근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였다. 이 자판기에 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콘돔 2개가 나온다. 정면에는 ‘만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매체들은 ‘청소년에게도 건전 성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는 식의 기사를 남발했다. 일부 성인들은 ‘어떤 법률도 청소년의 콘돔 구입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워 자판기 설치와 콘돔 판매를 지지했다.

이 자판기를 설치한 업체는 “중요한 것은 콘돔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 탓에 사용할 수 없어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 4월에는 ‘청소년 보호법 제58조 3호’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청구했다. 업체 공동대표는 “일부 콘돔(돌출형과 사정 지연형 등)이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돼 통상적으로 콘돔이 성인용품으로 비춰진다는 것이 문제”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콘돔을 홍보하는 기사들도 구매만 부추기는 사례가 허다하다. 인기 콘돔들을 소개한 한 기사는 “콘돔은 가장 안전하고 가장 쉽고 가장 해롭지 않은 피임 도구다. 요샌 콘돔 품질이 점점 좋아지고…”로 시작한다. 이 기사는 인터넷 게재 3일 만에 페이스북 노출 건수 166만7742건, 트위터 확산 36만4213건을 기록했다.

“…사랑의 걱정이 줄어든다”, “…후회 없는 사랑을 위해”, “…간단하게 먹습니다” 등의 TV 홍보 문구를 내세운 피임약은 국내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들은 올바른 정보 전달보다, 제품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게다가 일부 병원 사이트들은 초기 낙태약과 같은 응급피임약에 대해 ‘가임기 여성의 필수상식’이라는 홍보를 서슴지 않는다.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 소장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안전한 피임이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의 인권이라면, 이들이 판매하는 콘돔과 약의 임신 억제 확률도 100%가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교육=피임교육’이라는 잘못된 공식이 확산돼 있고, 대중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언론도 이러한 피임교육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 무분별한 복용

피임약은 이미 보편적인 사전 피임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일반 경구피임약도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피임약 광고는 물론 약사의 복약지도 중에도 피임의 필요성만 강조하는 경우가 즐비하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2013~2015년 전국 15~59세 남녀 6500명을 대상으로 피임제 사용 실태 및 부작용 발생 등에 관해 조사한 결과, ‘사전 피임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여성은 33%에 불과했다. 알고 있는 정보 또한 의·약사로부터 얻은 경우는 24% 남짓이었다. 반면 주변 사람들이나 광고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는 47%에 달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조차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약이 많다보니, 쉽게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일반 피임약은 호르몬을 이용해 배란 등을 막는 방법이다. 때문에 올바른 복약지도를 받고 먹지 않으면 동맥·정맥 혈전색전증, 유방통, 오심, 두통, 기분 및 체중변화, 예상치 못한 자궁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게다가 흡연자들이 피임약을 먹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한다.

피임주사나 몸속에 이식해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방식인 임플라논 등도 골밀도를 감소시키거나 각종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호르몬제를 이용한 피임약과 장치가 우울증 위험을 평균 3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응급피임약은 그야말로 ‘응급피임약’이다. 호르몬 용량이 일반피임약의 10~12배나 된다. 이 약은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입 및 복용할 수 없는 전문 의약품이며, 일반 피임약이 일으키는 각종 부작용에 더해 자궁외임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응급피임약을 수차례 복용한 여성이 갑자기 사망한 사례도 있다.

이 약은 성관계 후 대략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배란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난자와 정자의 수정을 방해하거나 수정란이 초기 생명체인 배아 상태로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교회는 응급피임약을 ‘조기 낙태약’이라고 보고, 이 약을 배포·처방·복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부당하다고 강조한다.

김찬주 교수(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산부인과)는 “마치 사탕을 입에 넣듯 쉽게 응급피임약을 먹고, 물놀이를 간다고 피임약을 한꺼번에 몇 알씩 먹고, 월경이 귀찮다고 평생 피임약을 먹는 경우까지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는 약도 장기 복용하거나 남용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피임약에 대한 복약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올바른 생명윤리의식을 갖추도록 지속적이고 폭넓게 교육하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산부인과 김찬주 교수

“단순한 피임교육 아닌 ‘생명교육’부터 이뤄지길”


“성교육이 아니라 생명교육부터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피임교육이 아니라 불임이라는 결과까지 가지 않도록 몸을 올바로 알고 돌볼 수 있는 긍정적인 예방교육을 확산해야 합니다.”

김찬주 교수는 의학자 양성은 물론 대학병원 외래진료, 중·고등학교 현장 교육 지원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산부인과 전문의다.

특히 김 교수는 학교 교육 현장에서 길어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올바른 생명교육을 펼치기 위해서는 이를테면 피임을 해야 한다-하지 말아야 한다 혹은 부작용이 있다-없다는 식의 일방적인 강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인간 몸이 가진 능력, 특별히 여성들이 아기를 잉태하고 출산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해 알려주는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생리대를 사거나 매달 월경을 하는 것조차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 피임약이 실제 어떤 작용을 하는 어떤 성분의 약인지도 이해하지 못한 이들에게 피임만을 강요하면, 결국에는 그릇된 성의식만 남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가톨릭계 학교에서부터 먼저 자기 몸의 구조와 능력, 월경의 역할, 임신 및 출산에 관해 제대로 알고 성의 의미와 생명의 가치를 체득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지원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러한 교육이 이어지지 않으면 “무분별한 피임 실태와 불임을 겪는 이들이 증가하는 현실을 막기 어려우며, 여성 건강은 더욱 훼손되고 저출산 또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김 교수는 국내 가톨릭 의료 현장에서부터 이른바 ‘10대 전문 클리닉’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전문 클리닉은 청소년들이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고, 단순한 피임교육이 아닌 생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산부인과 운영 구조로는 10대 청소년들이 전문적인 상담과 진료를 받는 환경을 조성하긴 쉽지가 않다.

“4차 혁명 시대 혹은 인공지능 시대라고들 말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며 생명은 은총입니다. 이러한 생명 의식 교육을 어릴 때부터 제공하고 의료적인 지원도 보편화해야 합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언론사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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