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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중과 생명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꿈꾸며

관리자 | 2011.01.18 11:27 | 조회 5279

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13>

인간존중과 생명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꿈꾸며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타인을 존중하는 것



 

 
  독일 레클링하우젠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19세기 작품 '아담과 하와'.
시간 참 빨리 흐른다. 2011 신묘년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보름이 넘어간다. 바로 잡아 새롭게 하자는 신정(新正)의 뜻을 가진 새해를 맞으면서 어떤 각오들을 했을까? 무엇을 바로잡을 생각들을 했을까? 세상인가, 아니면 나 자신인가?

요한복음을 펼쳐보면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그분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6-17)는 대목을 만난다.

하느님께서 그토록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세상은 과연 무엇인가? 세상은 우선 우리 삶의 터전이다. 기쁨과 행복이 있는 곳인가 하면, 온갖 슬픔과 불의, 고통과 죽음이 한데 뒤엉켜 질서 없이 춤을 추는 곳이다. 이런 세상은 비구원적 상태 그 자체다. 구원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툭하면 죄에 빠져 허덕이는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듯 보인다.

인간이 한 번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을 갖춘 적도 없는데, 하느님은 이런 세상과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신다. 성경은 바로 이 사랑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분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극진하였기에 스스로가 사람이 되어버려 우리 중의 한 사람으로 세상의 죄를 뒤집어쓰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무엇 때문일까? 답은 바로 우리들 '사람' 때문이다.

하느님의 사랑이 이토록 큰데, 왜 인간 삶의 터전인 세상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과 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 도대체 고통과 악은 왜 있으며, 어디에서 유출되어 존재하는 것일까? 이 물음은 우리가 '하느님'이라 부르는 한없이 선하고 절대적이며 전지전능한 존재에 대하여 가지는 믿음만큼이나 오래된 물음이다. 이 물음은 구약성경 저자들과 철학자들의 우선적인 관심사였던 바, 그들은 가능한 신의 존재와 더불어 세상의 고통과 악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선하신 하느님이 악과 고통을 창조하실 리는 없다. 선에서 악이 유출될 수 없으므로 악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창조에서가 아니라, 창조 이후 세상의 역사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성경 저자들과 철학자들은 고통과 악을 피조물이 가진 자유의지에 포함된 요소로 인정한다. 본디 선에서 유출되었기 때문에 선할 수밖에 없는 피조물이 그 근원에서 멀어지면 악하게 변한다. 희랍의 철학자 플로티노스(205~270)는 "사물은 그의 선한 원천에서 멀어질수록 나쁜 것이 되며, 궁극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물질이 그렇다"고 했으며,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악이란 선의 결핍"이라 정의했다.

사람도 따지고 보면 물질에 속한다. 하지만 그 물질 속에 다른 물질이 가지지 못한 영혼을 담고 있고, 그 영혼이 곧 하느님 사랑의 영이요 숨결이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그 어느 경우에라도 그의 권리와 생명이 유린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하느님을 믿는 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이기보다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인간을 존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내면의 욕심과 욕정만을 따를 때 스스로를 온갖 악의 원산지로 만들게 된다. 인간의 마음에서부터 온갖 부정한 생각이 솟아나오며, 이 생각에 따라 행하며 스스로 악행자가 되고 만다.


'인간을 존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일'은 우리가 벽에 걸어놓고 보는 어떤 헌장도, 표어도 아니다. 이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하는 가운데, 남의 그것을 자기 것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데서 시작된다. 결국 새해를 맞아 바로잡아야 할 것은 세상보다 우리 자신이다. 선이 모자라 악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다그쳐 인간존중과 생명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꿈꾸는 일이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21:03

 

[국제신문 2011.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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