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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상용화 누가? 韓美 선두경쟁 가열

관리자 | 2010.10.27 08:54 | 조회 4964

배아줄기세포 상용화 누가? 韓美 선두경쟁 가열

 

차의과학대 연구팀, 실명 환자 임상시험 승인 기다려
美 척수손상 치료시험보다 늦었지만 시판 앞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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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그 성패가 향후 배아줄기세포 기술발전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위부터 분화하지 않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모습,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적혈구.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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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가 다시 세간의 화제다. 배아줄기세포 이용에 매우 보수적이었던 미국에서 생명공학기업 제론이 최근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미국이 종교계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상시험을 허가한 데서 세포치료제로서 배아줄기세포의 가능성을 결코 포기 못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임상시험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이다. 배아줄기세포 상용화를 둘러싼 국제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세계 첫 배아줄기세포치료제

 

올 4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인간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 승인 신청을 한 정형민 차의과학대 교수(차바이오앤디오스텍 사장)팀은 배아줄기세포를 먼저 희귀질환 세포치료제로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임상시험 기간이 다른 의약품보다 짧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일반의약품인 제론의 배아줄기세포는 총 임상시험 기간이 15년 정도"라며 "우리 건 승인 받고 환자를 모집한 뒤 1년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면 바로 희귀의약품으로 시판이 가능하다는 것. 임상시험 시작은 늦었지만 상용화는 미국보다 앞설 수 있다는 소리다.

 

정 교수팀이 미국 생명공학기업 ACT와 공동으로 개발한 이 배아줄기세포는 미국에선 올 3월 이미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보건당국이 공식 인정한 세계 최초의 배아줄기세포치료제인 셈이다. 미국은 새로 개발된 의약물질에 대해 일단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나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한국과 반대다. 현재 ACT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 여부는 한미 양국에서 모두 한두 달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배아줄기세포 첫 상용화는 현재로선 제론과 차의과학대-ACT 공동연구팀의 양자 대결로 좁혀진 상황이다. 두 연구팀의 임상시험은 각각 척수손상과 실명(스타가르트병) 환자가 대상이다. 제론은 불임시술 하고 남은 냉동수정란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 전 단계인 희소돌기아교전구세포(GRNOPC1)로 분화시킨 다음 교통사고나 낙상으로 흉추(척추 중 목뼈 아래 부분)가 손상된 지 3주 이내의 환자 10명에게 주입한다. GRNOPC1이 자라면서 파괴된 신경세포를 재생시켜 환자가 운동능력을 회복할 거라는 기대다.

 

차의과학대-ACT 공동연구팀이 준비 중인 임상시험은 같은 방식으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색소상피세포(RPE)로 분화시켜 한국인과 미국인 실명 환자 각 12명에 주입하는 것이다. RPE가 정상적인 망막세포로 자리잡으면 환자가 시력을 회복할 거라는 추측이다. 망막세포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는 스타가르트병은 대개 10대 초반에 발병해 청년기에 실명하는 희귀질환이다. 환자는 미국에 2만명, 한국에 2,000명 이상 있다.

 

암 발생 우려도 여전

 

영국과 이스라엘 연구진도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세포로 분화시켜 환자에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2∼3년 안에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고 많은 병 가운데 배아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첫 임상시험으로 유독 척추와 망막 질환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드는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냉동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는 '남의 것'이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뇌와 척수를 비롯한 중추신경계와 눈은 독특하게도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조직이다.

 

제론은 심근경색 환자에 대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발생 초기단계인 배아줄기세포를 특정 조직의 세포로 키우는 데는 고도의 분화기술이 필요한데, 심장근육은 비교적 분화가 잘 된다고 알려져 있다. 면역거부반응은 면역억제제로 다스린다는 계획이다.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많다. 가장 많은 우려가 테라토마(종양)다. 무한히 증식하는 배아줄기세포의 능력 때문에 이식한 뒤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제론이 임상시험 승인 전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쥐 척추에 이식한 실험에서 물혹이 생기기도 했다. 종양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이 때문에 임상시험 승인이 한동안 보류됐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부작용이 정말 나타나면 향후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공혈액공장 등장 전망

 

한미 양국 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를 놓고 경쟁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손을 잡았다. 차병원그룹이 ACT와 공동으로 미국에 설립한 줄기세포회사 스템 인터내셔널이 인공혈액 개발을 시작했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여기에 190만달러(약 23억원)를 지원하기로 한 것.

 

스템 인터내셔널은 배아줄기세포를 적혈구와 혈소판으로 분화시키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로 혈액형이 O형이면서 Rh음성(-)인 혈액을 만들면 이론적으로 누구에게나 수혈이 가능하다. 이를 대량생산하는 인공혈액공장을 약 5년 뒤 국내에 만들겠다는 게 스템 인터내셔널의 목표다. 현재 세계적으로 혈액 부족량은 연 4만5,000∼9만리터에 달한다.

 

 

한국일보      2010/10/20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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