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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 ‘불교에서 본 연명치료중단’ 고찰

관리자 | 2010.07.19 11:25 | 조회 4723

생명나눔, ‘불교에서 본 연명치료중단’ 고찰 - “연명치료, 삶에 대한 또 다른 집착일 뿐”

 

지난 8일 생명나눔이 개최한 ‘불교적 관점에서 본 연명치료중단과 장기기증’ 세미나.

 

 

김재성 서울불대 교수, 조건부 찬성 입장 피력

 

“무의미한 치료 거부의사 미리 밝히고 불교수행 적용한 호스피스로 임종해야”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소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사건’ 판결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함으로써 의료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불교계의 통일된 입장은 정립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생명나눔실천본부가 개최한 ‘불교적 관점에서 본 연명치료중단과 장기기증’ 세미나에서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조건부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김재성 교수는 ‘불교적 관점에서 본 연명치료중단’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죽음에 대한 불교의 입장과 함께 불교에서 보는 연명치료중단 문제를 고찰했다. 김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뿐이겠지만, 사전에 대리인이나 가족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유보나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정한 경우도 자신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찬성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의 전제조건으로 일반연명치료의 중단 불허와 연명치료중단과 동시에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완화의료 실시, 대리인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시에는 병원윤리위원회 등의 조정 실시 등 3가지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조건부 찬성입장임을 명확히 했다.

 

이어 김 교수는 회복 불가능한 말기환자에게 불교적 수행법이 적용된 호스피스를 통해 평화롭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회복 불가능한 말기환자를 위한 연명치료는 삶에 대한 잘못된 집착의 한 형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생전유언이나 사전의료의향서 등을 통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대신 불교적 수행법이 적용된 호스피스 완화치료를 받으면서 평화롭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명치료중단과 관련된 불교적 실천방안으로 △죽음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과 철학 정립 △생전 유언을 통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문화 정착 △호스피스 안정화 및 확산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호스피스 전문병원 개설 △불교 임종 방법 실천 등을 제안했다.

 

2번째 발제자인 이윤성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장기이식(무주상 몸 보시)’라는 주제 발제를 통해 장기이식 방법과 현황 등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써 △대기자에 비해 뇌사자 장기이식 부족 △뇌사 및 장기기증 등에 대한 홍보 강화 △뇌사 판정 기준 완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와 사립기관과의 관계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보호 △장기이식에 대한 건강보험의 지원 △기증자에 대한 보상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식 받는 사람이 죽음을 회피하고 생명에 대한 집착을 강화하는 수단으로서 타인의 귀한 장기를 이식받는 형태가 아니라 이식받은 이의 고통을 덜어줘 그의 깨달음을 위한 인간의 삶을 연장함으로써 중생요익의 기회가 되는 것이 불교적 장기기증의 진정한 의미”라며 “현재의 의학적 장기이식체제에 불교적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대화로서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한철 법무법인 다비다 변호사는 ‘회복가능성 없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하여’라는 토론문에서 “지난 2009년 5월 대법원의 소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사건’의 판결은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의 근거는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자기결정권 행사에 있으며, 그것은 명시적 의사뿐만 아니라 추정적 의사를 통해서도 가능함을 밝힌 판결”이라며 평가했다. 이어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의 전제는 환자의 의사가 비합리적이더라도 존중돼야 한다는 점이지만 대법원에서는 그 추정적 의사가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혀 그 의미가 퇴색됐다”고 강조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은 개회사에서 “회생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중단은 의료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생명 윤리적 판단이 선행돼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번 세미나가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제시하고,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중요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 2639호/ 7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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