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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치소, 사형수·피해자 만남

관리자 | 2008.12.15 22:08 | 조회 5119

 


▲ 피해자 고정원씨와 사형수 정 프란치스코씨가 화해의 손을 잡고 있다.
평화신문, 2008. 01. 01발행 [951호]

"참회와 용서, 그 눈물 속 참평화 "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손 잡던 날 …서울 구치소, 사형수·피해자 만남


서울 교정사목위, 마련한 자리
사형수 4명과 피해자 2명 만나
뜨거운 눈물 흘리며 진정 회개

용서하고 싶은 마음과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만났다.
 12월 21일 서울 구치소 인성교육실. 푸른 수의를 입은 사형수 4명과 겨울 외투를 입은 살인 피해자 2명이 마주 앉았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이영우 신부)가 '용서와 화해'를 위해 마련한 아픈 자리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어머니와 아내,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고정원(루치아노, 65)씨와 2년 전 남자친구의 칼에 딸을 잃은 김기은(마리안나, 60)씨는 처음 만난 사형수들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용서로 치유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때 그 범인이 아닌데도 아픔은 목구멍으로 치솟았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자식을 잃고 사진 속 딸을 안쓰럽게 매만지는 한 어머니 영상이 사형수들의 까만 눈망울에 맺혔다. 사형수들의 굵은 눈물이 손등에 뚝뚝 떨어졌다.
 "저는 13년 전에 엄마만 있는 아이 셋을 고아로 만들었습니다…."
 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44)씨가 울먹이다 뿔테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제가 대신 두 분 어르신께 용서를 빕니다. 9일 기도를 하며 준비를 했는데…. 너무 아프지만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사형수들 마음에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가시가 하나씩 박혀 있습니다."(정 프란치스코)
 사형수들 마음에 딱딱하게 박힌 가시들이 조금 흔들린 걸까. 살인 피해자들이 안아주고 보듬어 주면서 사형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유영철을 양자로 삼고 싶다고도 했던 고씨가 물었다.
 "영철이가 지척에 있지 않습니까?"
 고씨는 사형수 아들을 둔 아비의 표정이었다.
 이날 살인 피해자와 사형수들은 이영우 신부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성체와 성혈을 모시며 갈라진 마음을 달랬다. 함께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올리고, 평화의 인사 시간에는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
 이틀 동안 잠을 설쳤다는 최 세례자 요한(30)씨는 "용서를 구하니 응어리가 풀린다"며 "하느님이 이 곳에 초대해주시려 내 생명을 연장해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사형수들은 진정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게 '고통'이라고 했다. 이들은 "진정 회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여러 차례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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