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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관련 정부입장 밝혀야”

관리자 | 2008.12.15 22:07 | 조회 4290

 


 

주교회의 정평위 사형폐지소위 ‘사형폐지국가 대한민국의 역할과 책임’ 토론회
“사형제도 관련 정부입장 밝혀야”


‘시기상조론’ 포장된 허위적 인권의식에 일침
사회, 시민단체의 관심과 지속적 역할 강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12월 1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는 죽음의 문화가 넘쳐나는 세상을 가로질러 그리스도의 숨결을 씨줄로,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영성을 날줄로 참 생명 세상을 일궈나가려는 교회의 고민과 모색을 담아낸 자리였다.

올 연말 우리나라의 ‘사실상 사형폐지국’ 진입을 앞두고 ‘사형폐지국가 대한민국의 역할과 책임’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교회는 다시 한번 생명의 본질을 역설하고 생명의 문화 건설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교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시민, 사회단체와 법조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외교통상부 등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해 우리 사회가 딛고 선 생명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보게 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는 이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라는 커다란 도약의 시기에 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으로서 어떠한 준비와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가?”라고 묻고 “생명은 하느님이 주신 가장 소중한 사랑이며 선물인 만큼 그 소중함을 지키고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길” 당부했다.


주제 발표 - 사형, 그 유예를 넘어

황필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15대 국회 때에는 유재건 의원의 대표발의로 98명의 국회의원이, 16대 국회 때는 정대철 의원의 대표발의로 155명의 의원이, 17대 국회에 들어서는 175명의 국회의원이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정치인들의 인권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4월 6일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며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법률적 현실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22일 향후 5년간 국가인권정책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내놓기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1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을 발표해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도의 정비를 제안했지만 대국민 홍보와 여론 수렴 부족으로 NAP은 있으나마나 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NAP은 5년간에 걸쳐 시행해야 할 중장기계획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인 인권 보호를 위한 원칙과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담아내지 못해 생명의 문화 건설이라는 비전에서 한참 비껴선 모양새여서 교회가 나서야 할 지점을 읽게 한다.

황변호사는 “정부는 2006년 초부터 사형제도 존폐 여부에 대하여 유보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2007년 말까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통해 사형제도 존치 여부와 절대적 종신형 도입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고 밝히고 “사형제도와 관련된 인권정책기본계획 내용 어디를 봐도 인권의 관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인권의 문제는 시기상조가 아니었던 적이 없고 심지어는 최초의 문제제기 시 불법이 아니었던 적도 없다”고 강조하고 “여론조사, 소위 ‘국민’의 정서가 인권의 척도라면 노예제는 현재까지도 온존했을 것이고,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소수자의 인권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라며 ‘시기상조론’으로 포장된 우리 사회의 허위적인 인권의식에 일침을 가했다.


토론

▲사형제도에 대한 국제인권법규 내용 및 주요 논의 동향(박유리 서기관, 외교통상부 인권사회과)

유엔 총회 차원에서 사형제 폐지 관련 결의안 추진은 미국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및 중동 국가들의 반대로 부결, 또는 철회된 바 있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입장은 각국의 종교,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 상이하지만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사형제 폐지(또는 사실상 폐지) 국가가 증대되고 있는 추세다.

18세기 근대 형법 사상의 기초를 마련한 이탈리아 법학자 베카리아(Beccaria, 1738~1794)에 의해 주창되기 시작한 사형폐지론은 이후 서구 인권 논의의 중요한 축을 이루어왔으며, 현재 유럽 및 중남미 국가와 주요 인권 단체의 핵심적 의제로 부상 중이다.

올해 유엔 총회 차원에서 최초로 사형집행 유예 결의안이 채택됨으로써 향후 사형제 폐지를 위한 국제적 관심이 중대되고 국제 규범형성 논의가 전개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는 사형제도를 비롯한 인권과 관련한 국제 사회의 논의 동향을 국민에게 잘 전달하고 상황을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기능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사형제도에 대한 국민의식과 NGO의 역할(이발래 사무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본부)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관이지만 인권 문제와 관련한 인권위의 권고는 여론이나 국가의 정책에 묻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민, 사회 단체의 지속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사형문제와 관련해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시간벌기에 다름 아니었던 경우가 많았다.

헌법재판소는 형벌로서의 사형이 우리의 문화 수준이나 사회 현실에 미루어 보아 지금 곧 완전히 무효화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논증하고 있다.

헌재의 판단은 우리 사회의 수준이나 현실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이러한 헌재의 결정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1981년 프랑스가 사형제를 폐지할 때 국민의 66%가 반대하자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의원들이 올바른 입법을 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의지를 존중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법칙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사형폐지를 주도했음은 통치권자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서상덕 기자 sang@catholictimes.org
가톨릭 신문, 기사입력일 : 200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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