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료실

‘낙태=범죄’ 도마위 오른 모자보건법

관리자 | 2008.12.15 22:17 | 조회 4996

 

 


'낙태=범죄'도마위 오른 모자보건법

복지부, ‘개정안’ 공청회

▲도표 설명» 연간 신생아 출산과 낙태 건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미혼·미성년 임신, 양육 어려움 등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금지하는 7개국에 들어가지만, 인공임신중절률은 그렇지 않는 국가보다 높으며 금지 규정도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13일 사회경제적 사유를 낙태 허용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 ‘모자보건법 14조 개정안’ 마련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복지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연구소 김소윤 교수는 이날 “연간 34만여건(미혼 14만건, 기혼 20만건)의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이뤄지는데, 미혼 임산부 97.1%가 현행법상 불법인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택하고 기혼 임산부도 그런 경우가 많다”며 “낙태 허용 사유와 시점 등을 규정한 현행 모자보건법이 현실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좁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인공임신중절을 한 의사 등 의료진은 2년 이하의 징역, 낙태를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은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성폭행·근친상간 △산모 건강 위해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한다. 하지만 낙태를 금지하는 형법 적용 사례는 연간 0~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 교수는 상담 절차를 거치면 미성년·미혼 임신 등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택할 수 있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태아의 생명권’을 들어 낙태 전면금지를 주장하는 등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도 거세 법 개정은 상당한 논란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낙태 문제를 출산과 양육 지원 등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가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장인 이동익 신부는 “미혼·기혼을 통틀어 양육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밀고 사회가 이를 분담하지 않으면 현재의 광범위한 인공임신중절률은 줄기 어렵다”며 “정부는 낙태 자유화 대신 왜 여성이 사회경제적 사유로 출산 대신 인공임신중절을 택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복지부 저출산고령화대책본부장은 “일단 안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뒤 올해 정기국회에 사회적 공론의 결과물을 법 개정안으로 낼 계획”이라며 “저출산 시대에 신생아 수 못지 않은 아이들이 낙태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미혼모 지원, 청소년 성교육 등 사회복지적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신문,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언론사 :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