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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던 낙태논쟁 세상 밖으로

관리자 | 2008.12.15 22:17 | 조회 6367

 

 


‘쉬쉬’하던 낙태논쟁 세상 밖으로

“낙태 허용 범위 확대를” “그러다간 자유화될 것”
의료·종교·여성계 모자보건법 공청회
한 해 34만여 건 시술 … 95%가 불법

산부인과 의사 이모(40)씨는 가끔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한다. 주로 20~30대 여성이다. 태아가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씨는 배우자나 산모가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경우만 낙태 수술을 했다. 이씨는 “다른 병원은 다 (낙태 수술을) 해 주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다”며 “불법인 경우가 많지만 처벌을 걱정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낙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대상이기 때문에 수술 시 차트만 만들어 놓고 관련 기관에 보고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낙태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부모가 유전적 질환이 있거나 강간·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 예외적인 경우만 낙태가 허용된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부모가 원하기만 하면 쉽게 낙태를 할 수 있다.

고려대 의대 김해중 교수는 국내에서 이뤄진 낙태가 연 34만2233건(2005년)이라고 추정한다. 같은 해 태어난 신생아 수(43만8062명)의 78%에 달한다. 이렇게 낙태가 빈번하지만 2005년에 낙태죄가 적용돼 처벌된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서는 낙태의 95% 이상이 불법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있지만 사실상 ‘죽은 법’이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김용현 본부장은 13일 “사회적으로 만연돼 있는 낙태를 줄이기 위해 모자보건법 규정을 시대 변화에 맞게 현실화한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올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낙태 허용 범위를 넓혀 사문화된 규정을 살리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날 의료계와 종교계, 여성계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서는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그럴 경우 낙태를 사실상 완전 허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낙태 자유화하자는 것이냐”=연세대 의대 김소윤 교수는 ‘모자보건법 개정-인공 임신중절 허용 한계’란 주제 발표를 통해 현행 인공 임신중절의 허용 한계와 허용 주수(週數)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인공 임신중절에 대한 법(형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허용 범위와 주수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산모와 배우자의 유전적 질환과 전염성 질환을 빼고 사회·경제적 이유를 들어 산모가 요청하는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임신 28주까지 가능한 낙태 허용 임신 주수는 24주 이내로 줄이고 산모가 낙태 전에 의무적으로 상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동익 카톨릭대 의대 교수는 “사회적 적응 사유를 낙태의 허용 범위에 넣는다는 것은 산모가 원할 때 언제든지 낙태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 주자는 것으로, 이는 낙태 자유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혼 여성의 90%가 낙태 이유로 사회·경제적 이유를 꼽고 있으며 미혼 여성은 경제적 이유가 100%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출처-중앙일보,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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