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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35주년 맞은 모자보건법 문제점과 한국교회 폐지 노력

관리자 | 2008.12.15 22:16 | 조회 4501

평화신문, 2008. 02. 17발행 [957호]
"절차, 처벌 규정 없이 낙태 허용, 인간 존엄성 무시한 '반생명법' "

제정 35주년 맞은 모자보건법 문제점과 한국교회 폐지 노력

한국교회는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날(2월 8일)에 '생명을 위한 미사'(올해는 설 연휴 관계로 4일)를 봉헌하는 등 모자보건법을 폐지하기 위해 많은 정성을 쏟아왔다. 모자보건법 제정 35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모자보건법을 폐지하고자 기울인 노력과 모자보건법이 지닌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한국교회와 모자보건법
 한국교회가 모자보건법 제14조를 악법으로 규정하고 폐지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이 조항이 낙태의 허용 범위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자보건법이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거나 △태아가 기형 등 유전적 소질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혼인할 수 없는 혈족 간 임신 등에 한해 일정 기간 내에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법률은 절차 규정,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법률로서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것이 교회 입장이다.

 교회는 모자보건법을 모태로 한 형법 개정안 제135조 낙태허용범위가 1992년 입법 예고되고 국회에 상정됐을 때 100만인 서명운동을 통해 그 법을 삭제하고자 노력했다. 2000년 대희년에는 모자보건법 폐지 124만 명의 서명과 함께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청원서를 2000년 12월 27일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모자보건법 폐지에 대한 교회의 공식 청원이 이뤄졌고, 이는 신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낙태에 관한 의식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국회는 2002년 12월 4일 모자보건법 제14조 폐지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는 모자보건법 폐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2007년 9월 2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4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 규모의 생명수호대회를 열어 정부의 반생명 정책을 규탄하는 생명수호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모자보건법이 인정하는 낙태 가능 경우와 그것이 지닌 문제점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적 정신 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제14조 1항 1호)
 유전적 또는 특수 사정에 의해 저능아나 기형아 출산이 확실한 경우는 이른바 '우생학적 정당화 사유'다. 이는 자연법(自然法)과 신정법(神定法)은 물론 헌법 제10조 인간 존엄이 전제하는 생명권에 위배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태어난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생명의 질을 문제 삼지 않는 것처럼 태아의 생명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제14조 1항 2호)
 광의의 유전학적 정당화 사유로,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 3항에 따른 전염성 질환은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풍진ㆍ수두ㆍ간염ㆍ후천성 면역 결핍증 및 전염병 예방법 제2조 제1항의 전염병(콜레라,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백일해, 홍역, 일본 뇌염, 유행성 출혈열, 파상풍, 결핵, 나병 등)을 말한다. 법정 전염병은 무려 26종이나 된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풍진, 수두, 간염만 결려도 아이를 낙태해도 좋다는 것이다. 질병으로 틀림없이 죽게 될 생명일지라도 그 생명은 죽는 순간까지 생존할 권리와 가치가 있다.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제14조 1항 3호)
 윤리적 정당화 사유를 규정한 것이다. 이미 임신된 이상 그 태아는 고유한 생명권을 가지며, 부녀의 인격권과 태아의 생명권은 비교되지 않는다. 만일 부녀의 인격권 때문에 낙태를 인정할 경우 생명권은 다른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도 좋다는 혼돈된 가치관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제14조 1항 4호)
 생명권은 생래적(生來的)인 것으로 법률에 앞서는 것이며, 혼인의 적법 여부에 따라 태아의 생명권이 좌우되지는 않는다. 생명은 법률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사이라 하더라도 이미 태어난 생명은 법률의 보호를 받고, 그 생명에 대한 침해는 살인죄로 처벌된다. 그러므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태아)의 생명권도, 법률상 혼인할 수 있는 사이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인정돼야 한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제14조 1항 5호)
 의학적 정당화 사유이다. 이 조항의 문제점은 '모체의 건강'이란 말이 매우 포괄적 개념이라는 점이다.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할 위험이 농후하다. 따라서 모체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제한해야 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신체에 대한 위험은 여기에서 제외해야 한다. '건강'이라는 개념은 이와 같은 확대 해석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특히 '해할 염려'는 그것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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