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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떠나는 주한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

관리자 | 2008.12.15 22:21 | 조회 4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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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한국에 부임 후 4년 동안 주한 교황대사로 봉직한 체릭 대주교는 유능한 외교관으로서 뿐 아니라 사목자로서 지역 교회와 그 구성원들을 사랑하며 참 목자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2006년 11월 24일 가톨릭신문사 창간 80돌 기념사업의 하나인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에서 체릭 대주교(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이창영 본사 사장 신부(오른쪽에서 두번째)등 관계자들이 시삽하고 있다.

2월 29일 한국 떠나는 주한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
사랑하는 여러분 제 맘에 담고 갑니다


4년 동안 교황 대리자로 헌신
소박하고 친절한 모습 깊은 인상 남겨
“한반도 화해, 평화 위해 기도할 터”

“많은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새 임지로 가게 되어 여러분과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완전히 거룩하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지난 2월 26일 주교회의 춘계 총회에 참석한 제9대 주한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는 한국에서의 기억들을 행복한 시간들로 추억했다. 그는 한국교회와 신자들에 대한 감사와 바오로 사도께서 데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축복으로 말을 맺었다.

지난 4년을 통해 그는 유능한 외교관으로서 뿐만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신앙과 삶에 대한 사목자로서의 관심, 지역교회와 그 구성원들을 깊이 사랑하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두루 보여주었다. 고위 성직자로서 자칫 평범한 신자들이 거리감을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친절하고 다감한 모습과 말투로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도록 했다.

그는 한국을 사랑했다. 2004년 5월 부임 당시, 이미 80년대 후반 한국에 머문 적이 있던 그는 “23년 전 한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다시 왔다”고 말했다. 스위스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에 경탄을” 하면서 산들을 누볐다. 한국 사람과 그 땅을 사랑한 그는 외교관이라기보다는 친구였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임지에서의 체험을 통해 고통받는 백성들과의 유대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던 그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 땅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특별히 사랑했다. 지난 2006년 가톨릭신문사의 ‘사랑의 집 고쳐주기’ 첫 대상자가 된 한 할머니의 집을 찾아, “아직도 이런 비참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참 후에도 할머니의 손을 잡고 놓지 못했다.

이듬해 5월 가톨릭신문사가 80주년을 맞아 개최한 ‘희망 나눔 자선 콘서트’에서는 “사랑은 가장 정의로운 사회에서도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는 이 세상에 없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을 함께 개척해나가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교황대사는 교황 성하의 뜻을 전하고, 지역교회와 교황청, 보편교회와의 다리로서 자신의 몫을 다하게 된다. 체릭 대주교는 그런 점에서 주님과 교회의 충직한 일꾼이었다. 지난 4년 동안 한국교회에는 굵직한 변화들이 많았다. 두 번째 한국인 추기경으로 탄생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서임을 목격했고, 최영수 대주교를 비롯해 이한택, 유흥식, 조규만, 조환길, 황철수 주교 등 5명의 주교가 새로 탄생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체릭 대주교는 생명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서울대교구의 생명위원회 설립을 한국교회 생명운동의 획기적 전기로 평가한 그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이 극심하던 2005년 11월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와 특별대담을 가졌다. 이 대담에서 그는 “모든 인권 중에서 으뜸은 생명권으로서 이는 현대의 생물학과 유전공학 분야에서도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교회는 생명의 복음을 통해서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정치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그는 북한교회에 대한 관심, 민족의 화해와 일치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을 떠나도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그는 지난 2005년 교황청의 대북지원에 대한 입장을 전하며 대북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가톨릭 매스컴이 복음화에 있어서 갖는 중요성은 체릭 대사가 항상 강조하던 부분이다. 그는 “대중매체들은 그리스도를 전하는 중요한 통로”라며 “매스컴 종사자들은 일치와 친교를 이룰 수 있는 참된 전문가로서 교회와 사회의 대화 기술을 적극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히 가톨릭 언론매체는 “현대 매체로 조성된 ‘새로운 문화’ 안에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릭 대주교는 아시아 교회, 특별히 한국교회의 역할을 선교에서 찾는다. 그중에서도 북한과 중국 선교는 한국교회의 중요한 몫이다. 아울러 바야흐로 확장되고 있는 몽골지역의 선교에도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 교황대사 마지막 주교 총회 연설(요지)

“미래 희망, 확신 위해 친교의 영성 실천해야”

존경하는 추기경님, 주교회의 의장 장익 주교님, 그리고 사랑하는 형제 주교 여러분,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여러분에게 사도로서 보내는 축복과 인사를 전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난 사도좌 정기 방문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여러분에게 하신 연설에서 새로운 계획의 바탕이 될 수 있는 기본 원리들 가운데 하나를 말씀하셨습니다. 다름 아니라, “모든 차원에서 교회 생활을 일치시키고 활기차게 하는”(사도좌 정기 방문 중인 한국 주교단에게 하신 교황 연설, 2007.12.3.) 친교의 신학적 개념입니다.

친교의 원천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주는 결정적 증거인 창에 찔린 그리스도의 심장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언제나 새로운 과제로 삼아야 할 일은 그리스도의 몸의 모든 지체에게 생명을 주는 이 사랑 안에 머무르는 일입니다.

친교의 영성을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교회 공동체들이 서로의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 자체라고 할 것입니다. 하느님과 맺는 이 친교는 인간관계에도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되어, 이웃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사회를 안에서부터 개혁할 수 있게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이 친교에 참여하도록 초대함으로써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줍니다. 우리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성공이나 돈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사랑만이 모욕과 고통과 고난의 상처를 치유하고 구원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하느님과 맺는 이 친교는 무한한 인간 진보에 대한 믿음을 특징으로 하는 현시대의 인식을 바꿔 줍니다. 이 친교는, 참다운 인간 진보가 끝없는 물질적 변화나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나 별이나 행성의 발견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몸 안에서 관상하는 하느님의 영적 세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하게 해 줍니다.

교황 성하께서 말씀하셨듯이, 이 친교를 실천하는 힘은 성체성사에서 나옵니다. 바로 거기에서 교회는 교회 일치의 원천을 발견합니다. 또한 바로 성체성사를 통하여 주님께서 직접 당신 교회를 세우시고 교회가 자라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는 신자들이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성찬례에 관한 “건강하고 활기찬 교리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 줍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 앞에는 많은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신자들의 믿음을 깊게 하고, 영원한 생명을 향한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신 그리스도와 참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도록 신자들을 이끄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이 중요한 일을 수행할 때 하느님의 어머니이시고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와 한국의 순교자들이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많은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새 임지로 가게 되어 여러분과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특히 성찬례를 거행할 때 여러분과 한국의 사제들과 수도자들과 신자들과 언제나 하나 되고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계속 기도드리겠습니다. 주교님 여러분과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이 자애로우신 주 하느님께 의탁하기를 당부하며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축복을 전합니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친히 여러분을 완전히 거룩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여러분의 영과 혼과 몸을 온전하고 흠 없이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여러분을 부르시는 분은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그러니 그렇게 해 주실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1테살 5 , 23~25).

사랑하는 형제 주교 여러분, 여러분은 모두 제 마음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이 삶의 여정에서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주님께서 저희에게 하늘나라에서 만나는 기쁨을 베풀어 주시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주교님 여러분, 감사합니다.

가톨릭 신문, 박영호 기자 young@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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