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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는 선택… 한부모 우미령씨와 아들 시혁군

관리자 | 2019.05.16 13:19 | 조회 2589

너와 함께라서 견뎌낸 시간 고통 만큼 행복은 깊어졌다

올해 주님부활대축일에 8번째 생일 맞는 시혁군은 삶의 행복
청주 새생명지원센터에서 받은 도움, 이젠 이웃과 나누려 해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사순 시기를 맞는다. 한부모 우미령(헬레나·47·청주 용암동본당)씨도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숱한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우씨는 지금 “다시 태어난 것처럼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인생의 사순 시기를 거쳐 부활의 기쁨을 맛보고 있는 우씨를 4월 4일 청주에서 만났다.


2011년 4월 21일, 우미령씨는 아들 시혁(마르첼리노·초2)군을 낳았다. 3년여 간 동거하던 아이 아빠와 결별한 뒤 임신사실을 알았고, 혼자 출산에 양육까지 도맡아 했다. 한부모로 살면서 우씨는 적지 않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탓에 많은 편견의 눈빛들을 견뎌 내야 했고, 아들이 학교에서 ‘엄마랑 둘이서만 사는 애’라는 놀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했다. 친정에서조차 두 돌이 되기까지는 시혁군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우씨는 “한 번은 큰 강연회에 갔는데 너무 분한 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해당 강연회에 한부모로서 초청을 받아 갔는데, 한 강연자가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부모님들, 아이들 제대로 사랑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커서 여러분 따님들도 미혼모됩니다.” 우씨는 “한부모를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에 너무 황당했고, 무엇보다 저는 부모님한테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랐다”고 밝혔다.


■ “모든 것, 주님의 뜻”

하지만 이러한 시련들에도 우씨는 시혁군을 혼자 낳아 키운 것에 결코 어떤 후회도 없다고 말한다. 우씨는 아들 시혁군을 배면서 의류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잠시 포기해야 했지만, 오히려 시혁군을 키움으로써 그 꿈을 더욱 크게 이룰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씨의 꿈은 원래부터 의류업계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옷을 좋아해 왔고, 관련 분야에서도 꽤 긴 기간 종사해 왔다. 그러던 중 시혁군을 갖게 돼 임신 6개월쯤부터는 일을 그만둬야 했다. 시혁군을 낳고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의류업계에서는 활동할 수 없었다. 대신 식당 종업원부터 가사 도우미, 야간 택배물품 분류 작업 등 닥치는 대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원하던 일들은 아니었지만, 시혁군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일하던 중 우연히 한 동생을 알게 됐다. 지인 중 한 명이 “이혼한 동생인데 한부모로서 미령씨가 조언도 주고 하면서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고 소개해 준 동생이었다. 당시 우씨는 자신도 결별하고 힘들었던 과거를 되새기며 그 동생을 이것저것 도와 줬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동생이 “언니, 옷가게 차리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라며 우씨에게 미용실 한 칸을 싼값에 내줄 테니 사업을 시작해 보라고 권한 것이다.

그렇게 우씨는 지긋지긋했던 돈벌이를 위한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우씨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해 차곡차곡 모은 돈은 옷가게를 차리는 종잣돈이 됐다. 우씨는 “매일매일 생계를 위한 일들만 하면서 다시 옷을 만져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 이렇게 옷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너무 행복하다. 모두 주님의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미령씨가 청주에 위치한 자신의 옷가게에서 옷을 정리하고 있다.


■ 버팀목돼 준 신앙의 힘과 새생명지원센터

우씨가 이렇게 인생의 기쁨을 다시 누릴 수 있는 데에는 신앙의 힘과 그 신앙을 갖게 해 준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실제로 우씨는 “지금까지 제가 꿈을 되찾는 데에는 주님과 새생명지원센터가 큰 힘이 돼 줬다”고 말했다. 어려울 때마다 ‘세상의 빛이 돼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제가 어떻게 하면 빛이 될 수 있을까요”라고 스스로 물으면서 답을 찾았고, 새생명지원센터에서 한부모로서 필요한 각종 교육과 지원을 받으며 자립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우씨는 “시혁이를 낳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하는 고민이 많았는데, 센터에서 도움을 받으면서 길을 찾을 수 있었다”며 “저를 이끌어 주신 주님을 만나게 된 것도 센터에서 신부님과 수녀님을 뵙게 되면서였다”고 밝혔다.


■ 한부모들 위해 ‘큰언니 역할’도

현재 우씨는 자신과 같은 한부모들을 도와 주는 ‘큰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새생명지원센터의 ‘자조모임’을 통해 이제 막 한부모가 됐거나 한부모가 될 이들에게 자신이 먼저 경험한 일들을 일종의 멘토로서 들려주는 활동이다. 우씨는 “처음 한부모가 되면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집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등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분들에게 ‘나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우씨는 “한부모들은 한부모라는 사실 그 자체보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 탓에 힘들 때가 더 많다”면서 “그 시선 앞에 스스로 더욱 당당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씨는 “시혁이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한 세상의 행복들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며 “쉽진 않겠지만, 과거의 저와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이 계시다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아이와 함께 행복을 되찾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언론사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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